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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리오프닝에도, 시름 깊은 한국 경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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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1호 01면

SPECIAL REPORT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관련 부품을 만들던 A사는 최근 자금난에 못 이겨 경기도 소재 공장을 매물로 내놨다. 한때는 독보적 기술력 덕에 중국 관련 시장 점유율이 20%에 달했지만 코로나19로 일감이 줄면서 자금난을 겪어 왔다. 이 회사 김진광(가명) 전무는 “중국 시장이 다시 살아나면 일감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에 코로나19를 버텨왔다”며 “하지만 그 사이 중국 업체가 무섭게 성장해 시장을 잠식하면서 올 들어서는 주문이 1건도 없다”고 토로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일감이 늘지 않은 것이다.

태양광 집광용 렌즈 가공장비업체인 B사도 마찬가지다. 매출의 대부분이 중국 수출이었는데, 반도체 등 연관 산업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중국 업체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 들어서도 매출이 전혀 살아나고 있지 않다”며 “하반기 (중국 수출) 전망도 희망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코로나19 방역 완화에 따른 중국의 리오프닝에도 국내 기업의 대(對)중국 수출이 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자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은 올해 1분기 4.5% 성장하며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성장률을 보였지만 한국의 대중 수출은 아무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대중 수출액은 코로나19 방역이 한창이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23.4% 감소했다. 올 들어 4월까지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 폭은 100억 달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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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중국경제가 수출보다는 내수 위주로 성장하면서 리오프닝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게 국내·외 기관들의 평가다. 이로 인해 중국에 원자·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베트남·일본·대만 등지에서 특히 리오프닝 효과가 적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독 국내 기업은 리오프닝 효과를 보지 못했다. 중국 해관총서 무역통계에 따르면 1분기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지난해 1분기보다 28.2% 감소했다.

반면 일본, 미국은 각각 19.5%, 1.7% 감소하는데 그쳤다. 김광석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리오프닝 효과가 거의 없는 건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큰 탓도 있지만, 중국 제조업체의 기술력 향상으로 이미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진 영향도 작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반도체를 뺀 대중 수출액은 10년 전부터 줄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중국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더라도 예전처럼 대중 수출액이 확 늘어나긴 어렵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0여 년 전부터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소부장 자국화로 밀려나기 시작했고, 이제는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진 상황”이라며 “저부가가치 제조업의 기술로드맵을 마련하고 자동화시설 구축 등 제조업 고도화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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