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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제 축소' 보고한 장경태 혁신위…친명·비명 갈등 불 붙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정치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26일 최고위원회의에 대의원 영향력 축소 등 혁신안을 보고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장경태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장경태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에서 그간 혁신위가 마련해 온 혁신안을 보고했다. 지난 1월 장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내세워 출범한 혁신위는 정치개혁·정당혁신 두 분과로 나뉘어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장 최고위원이 보고한 혁신안에는 최근 당내 화두로 떠오른 대의원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전당대회 투표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비율을 현행 60:1→20:1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 ▶권리당원·대의원 1인 1표제로 바꾸는 방안 등 복수 안이 제시됐다고 한다. 지도부 관계자는 “표의 등가성을 높이고 권리당원의 영향력을 확대하자는 취지”라고 전했다.

현행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의원은 당 소속 국회의원과 시·군·구청장, 시·도의회 의장 및 각 지역위 추천으로 선출된 인원 등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1만6284명에 달한다. 친(親)이재명계는 소수의 대의원이 120만 권리당원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게 ‘돈 봉투 사건’의 원인이라고 주장해 왔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돈 봉투 유혹의 통로가 대의원제”라며 “당 대표, 국회의원, 당원, 대의원 모두 1표면 돈 봉투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이날 최고위에 보고된 혁신안에는 당무감사 시 당원평가를 반영하는 내용 등 권리당원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안이 다수 담겼다. 장 최고위원은 “권리당원 영향력 확대는 앞서 ‘김종민 혁신위’에서도 제안했던 내용”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2020년 10월 이낙연 전 대표 체제에서 비(非)이재명계 김종민 의원이 위원장을 맡아 출범했던 혁신위의 결론과 유사성을 강조함으로써 논란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최고위에선 혁신안들에 대해 별도의 토론이나 의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쇄신 의원총회에서 새로운 혁신기구를 설치하기로 결의했던 만큼 향후 새 혁신위가 구성되면 혁신안들을 넘겨서 더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새 혁신 기구 구성에 앞서 ‘장경태 혁신위’ 결과 보고가 이뤄진 데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새 혁신위를 꾸리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비명계 의원)는 의혹이다. 앞서 이 대표도 지난 24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장 최고위원의) 혁신위가 상당히 준비를 탄탄히 잘했다”며 “그건(새 혁신위는) 그거대로 하고 이건 이거대로 할 생각”이라고 말해 논란을 낳았다. 이와 관련해 당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새 혁신기구 권한과 역할을 놓고 백가쟁명식으로 논의 중”이라며 “다만 (혁신기구 설치 문제를) 무작정 미룰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새 혁신기구가 친명계·비명계 갈등의 뇌관이 될 거라는 분석이 많다. 양측 관점이 180도 달라서다. 비명계 중진 의원은 “당이 도덕성과 신뢰를 회복하려면 지도부로부터 완전히 전권을 갖고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는 혁신 기구가 출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친명계 지도부 의원은 “혁신위가 제시하는 내용도 최고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반박했다.

최근 민형배 의원 등 당내 강경파에서 대의원제 폐지 주장을 쏟아내는 것도 잠재적인 갈등 요인이다. 비명계의 한 초선 의원은 “마치 대의원제가 혁신안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데, 방향이 이상하다. 의도적 물타기 같다”고 주장했다. 다른 비명계 의원도 “새로 출범하는 혁신위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의원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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