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크라에 F-16 우회 지원하며 "마법 무기 아니다"…美의 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이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에 대한 F-16 전투기 훈련 계획을 승인하면서도 당장 '만병통치약'이 되긴 힘들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요청해온 F-16 전투기 지원을 간접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기존의 조심스러운 태세를 견지하는 모습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왼쪽)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EPA=연합뉴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왼쪽)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EPA=연합뉴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네덜란드와 덴마크가 우크라이나군 조종사에 대한 F-16 전투기 훈련을 우선 주도할 것이며, 유럽 동맹들이 훈련 프로그램을 몇 주 안에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르웨이·벨기에·포르투갈·폴란드 등도 훈련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오스틴 장관은 현재 우크라이나에 가장 필요한 무기는 대공 미사일 방어 체계란 점을 재차 강조했다. F-16 조종훈련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뿐더러, 전투기가 실제로 제공되기까지는 더욱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면서다.

이와 관련, 이날 브리핑에 함께 참석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비용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F-16 전투기 10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경우 유지·보수 비용 등을 합해 20억 달러(약 2조 6500억원)가 들 것이라며 "마법의 무기는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를 상대하려면 F-16과 같은 4세대 전투기, F-35 스텔스 전투기와 같은 5세대 전투기가 상당수 필요한데, 여기엔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라면서다.

이는 F-16 전투기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지나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단 의미다. 다만 오스틴 장관은 F-16 훈련 지원을 두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장기적인 약속의 중요한 사례"라고 의미 부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이날 브리핑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19일 일본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군 조종사들이 F-16 전투기 조종법을 배울 수 있도록 승인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그간 미국은 확전 우려로 우크라이나 측의 전투기 요청을 거부해왔지만, 결국 우회 지원을 승인한 셈이다. 이번 승인에는 유럽 동맹국들이 F-16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일도 포함됐다.

러 드론 36대 격추...바흐무트선 바그너 철수

한편 이날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25일 밤 수도 키이우 등에 발사한 이란제 드론 36대를 모두 격추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쉽지 않은 밤이었지만, 적군의 드론은 그 어느 것도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을 향해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하지 말라고 재차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접경지대인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州)에선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는 러시아 측의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이를 보도하며 자국 방공시스템으로 격추했다고 알렸다. 러시아 측 주장이 사실일 경우 우크라이나 측의 대반격 징후로도 볼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선 사실상 러시아군을 대체하는 민간군사기업인 바그너그룹이 최근 승리를 선언한 데 이어 25일 철수를 발표했다. CNN은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러시아 정규군으로 '교체'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는 바흐무트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폐허가 된 도시를 손에 넣는다고 해서 얻은 것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곳 도심을 대부분 러시아에 내줬지만, 주변 고지대를 점령한 상태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