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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부채한도 협상 타결하나…"2년간 올리되 예산 대부분 동결"

중앙일보

입력

지난 22일 미국 백악관에서 정부 부채한도 협상을 위해 만난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AP=연합뉴스

지난 22일 미국 백악관에서 정부 부채한도 협상을 위해 만난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AP=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채무불이행(default·디폴트) 시점이 다음 달 1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백악관과 공화당 간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이 합의에 근접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백악관과 공화당은 이날 저녁까지 이어진 논의를 통해 31조4000억 달러(약 4경2000조원)의 현 부채한도를 향후 2년간 올리되, 국방과 보훈(재향군인 치료) 분야를 제외한 정부 재량지출은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NYT는 “세부사항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 합의안은 공화당은 예산지출을 일부 삭감했다고, 민주당은 대규모 삭감을 막았다고 각자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정부 예산안은 재량지출과 의무지출로 나뉘는데 재량지출은 행정부와 의회가 재량권을 가지고 예산을 편성ㆍ심사할 수 있는 지출이다. 미 연방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재량지출은 1조7000억 달러(약 2252조원)로, 전체 지출 6조2700억 달러(약 8307조원)의 27%를 차지했다.

이런 재량지출 가운데 절반 정도는 국방비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내년 국방비의 경우 바이든 정부의 요구와 비슷한 3% 증액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재량지출 증액 합의 액수는 총 1조 달러(약 1325조원) 이상으로, 양측이 주장하는 금액 차이는 700억 달러(약 93조원)”라며 “협상 참석자들이 국방비를 포함한 재량지출 총액에 대해서는 합의하지만, 주택과 교육 같은 세부 항목은 의회가 구체적으로 결정하도록 둘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인 1917년 재정 낭비를 막기 위해 연방정부가 빌려 쓸 수 있는 돈(부채한도)을 의회가 제한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이후 미 의회는 최근까지 평균 1년에 한 번꼴로 약 110차례에 걸쳐 부채한도를 상향해왔다. 이 가운데 78차례는 의회가 조건 없이 부채한도를 올렸다. 하지만 최근엔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립이 심해지면서 부채한도 상향을 해야 할 때마다 정치적 줄다리기가 이어져 왔다.

트럼프 등 공화당 강경파 반발이 변수 

25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2023 LIV 골프 프로암 대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2023 LIV 골프 프로암 대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다만 공화당 협상진에선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온종일 백악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갔다 했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화당 협상대표인 패트릭 맥헨리 의원도 “완전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는 아무 것도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NYT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내 강경 보수 당원들은 디폴트를 각오하고서라도 섣불리 합의해선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다”며 협상에 진통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도 부채한도 협상이 디폴트 전까지 타결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재무부가 ‘X-데이트’라고 불리는 다음 달 1일 이후 (부채한도)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비해, 지난 2011년 부채한도 협상 진통 이후 만들어진 비상계획을 살펴보며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디폴트 위기, 중·일이 더 떤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의 한 전광판에 니케이225 주가지수가 표시돼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6일 일본 도쿄의 한 전광판에 니케이225 주가지수가 표시돼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미국의 디폴트 위험이 커지자 세계 2·3위 경제 대국인 중국과 일본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두 나라는 미국이 발행한 총 국채 약 7조6000억 달러(약 1경73조원)의 25%가 넘는 2조 달러(약 2658조원)어치를 보유한 최대 채권자들이다. 만일 디폴트가 일어나면 가진 채권가치가 폭락하고, 두 나라가 가진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게 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이달 초 칼럼에서 “만약 미국이 디폴트에 빠진다면 중국에 실질적인 재정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미국 국채는 다양한 금융거래에서 담보 등으로 이용된다”며 “(디폴트가 일어나면) 금융거래의 상당 부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CNN은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이 커지면 중국이 장기적으로 달러 의존도가 낮은 글로벌 금융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 탈(脫)달러화에 더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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