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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불쌍히 여기는 것을, 남들도 그럴 거란 기대를 멈춰라"[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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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프리카 원조는 작동하지 않는가
로버트 칼데리시 지음
이현정 옮김
초록비책공방

머나먼 아프리카의 문제를 다룬 이 책에는 단편적이나마 한국이 여러 차례 언급된다. 한때는 아프리카의 특정 국가보다 가난한 나라였다는 점부터 그렇다. 그렇게 가난했던 나라가 지금처럼 변모한 것은, 우리도 알다시피 전 세계에서 많지 않은 놀라운 사례다.

아프리카는 과거 이 지역을 식민지배했던 유럽을 비롯해 국제적 원조가 꾸준히 이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데 그래서 놀랍게 달라졌다는 소식은 기억에 없다. 세계은행을 비롯해 여러 기관을 거치며 국제 개발협력 분야에서 30년쯤 일한 저자는 더 많은 원조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각국에 대한 직접적 원조를 축소해야 한다는 논쟁적 주장을 내놓는다. 이는 책 마지막에 나오는 '아프리카를 바꾸는 열 가지 방법' 중의 하나다.

남아프리카 함만스크랄에서 이번 달 콜레라 사망자가 나온 뒤, 젊은이들이 지역사회 주유소에서 물을 채운 후 집으로 나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남아프리카 함만스크랄에서 이번 달 콜레라 사망자가 나온 뒤, 젊은이들이 지역사회 주유소에서 물을 채운 후 집으로 나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앞서 저자는 장기간의 독재와 부정 축재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이어져 온 나라들을 비롯해 아프리카의 상황을 자신의 구체적 경험과 함께 전한다. 그는 식민 지배나 세계화를 비롯해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되어 온 항목들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선을 드러낸다. 거칠게 요약하면 지금 아프리카가 겪는 문제는 남의 탓을 할 일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책임이라는 것. 책 후반에는 이렇게 썼다. "전 세계는 아프리카 해방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인 자신들이 가장 중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선 그들은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는 것, 그리고 다른 이들도 자신들을 그렇게 여길 거라 기대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열 가지 방법 중에는 국제사회 감독 하의 선거, 자유언론·사법부 독립 등 민주주의 요소의 장려 등도 눈에 띈다. 한국을 비롯해 가난을 벗어나 번영을 이룬 아시아 나라들이 정치적 다원주의를 유보했던, 쉽게 말해 독재 체제였던 것과 달리 저자는 아프리카의 해법으로 정치·경제·사회 개혁의 병행을 강조한다. 2006년에 쓴 책인데, 새로 쓴 한국판 서문은 아프리카와 지정학적 이해가 덜한 '중간 강대국'으로서 한국의 역할도 얘기한다. 원제 The Trouble with Af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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