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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도?…공정위 '플랫폼 독과점' 사전 규제 가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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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를 법으로 규제한다. 이른바 ‘플랫폼 독과점 방지법’을 추진해 국내외 대형 플랫폼에 제약을 걸기로 했다. 사전에 규제 대상을 지정하고 관리하는 게 향후 입법의 방향이다. 올해 3월부터 유럽연합(EU)이 시행하는 디지털시장법(DMA)와 유사한 방식이다.

독과점 TF 곧 결론…독점 방지법 만든다

25일 정부와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태스크포스(TF)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플랫폼 사전규제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정했다. 규제 대상 기업을 정해놓고, 지켜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게 사전규제다. 불법행위가 드러나야만 제재를 가하는 사후규제와 비교해 기업 부담은 늘어난다. 1월 만들어진 독과점 TF는 이르면 다음 달 활동을 마무리하고 결론을 낸다. 공정위는 TF에서 나온 결론을 토대로 독과점 방지법 입법화를 지원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TF는 경제학‧법학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회의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2023 플랫폼 자율기구 자율규제방안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2023 플랫폼 자율기구 자율규제방안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위는 최근 플랫폼 독과점 방지법의 제정 필요성 등을 여당에 보고하기도 했다. 국내에 영향력이 큰 온라인 플랫폼 일부를 사전에 지정하고, 독과점 행위 금지 등 의무를 부여한다는 게 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매출액이나 이용자 수 등 기준에 따라 초대형 플랫폼을 지정하는데 네이버‧카카오‧쿠팡과 같은 국내 플랫폼과 구글‧애플‧아마존 등 해외 기업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전 지정하고, 입증 책임 플랫폼에 넘겨

지정이 이뤄진 플랫폼 업체는 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제한(경쟁 플랫폼 이용 방해) 등이 금지된다. 플랫폼 분야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예컨대 검색 플랫폼은 알고리즘을 이용해 자사 상품의 노출도를 높이거나 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자사우대 등은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금지되는 행위다. 그럼에도 법을 별도로 만들려는 건 현실적으로 이를 입증하기가 어려워서다.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시장에서의 경쟁을 실제 제한했는지, 소비자 이익이 침해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이 때문에 법 위반 행위가 의심돼 조사하더라도 긴 시간이 소요되거나 실제 제재를 못 하곤 했다. 독과점 플랫폼으로 지정된 업체에 대해선 기존 방식과는 반대로 “법 위반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책임을 물리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유럽 DMA 방식, 규제 대상 놓곤 이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는 올해 초부터 EU가 시행한 디지털시장법(DMA)과 흡사한 형태다. EU 경쟁당국은 검색‧메신저 등 분야별로 매출액 등의 기준에 따라 법을 적용할 플랫폼을 지정(구글‧애플‧아마존‧메타 등)하고, 별도 의무를 부여한다. 법을 한 번만 어겨도 전 세계 관련 매출액의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등 제재 수위도 강력하다. 영국 경쟁당국도 DMA와 흡사한 내용의 ‘디지털시장 경쟁과 소비자법’을 지난달 발의하고,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국내 입법 논의에 최대 쟁점은 사전규제 기준이다. 매출액이나 이용자 수의 기준선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규제 대상이 달라진다. 익명을 요구한 독과점 TF 관계자는 “공정위는 이미 법을 제정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TF도 결론을 곧 낼 예정인데 이에 따라 한국판 DMA가 탄생할 것”이라며 “다만 어느 회사까지 대상으로 할 지는 더 논의가 필요한 상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은 자국이 아닌 미국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 삼은 것이지만, 한국은 네이버‧카카오 같은 토종 플랫폼이 있어 고려할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플랫폼 업계는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사전에 규제 대상을 지정하는 것만으로 기업 측엔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 플랫폼 산업 발전에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규제를 한다고 해서 상생안을 마련하는 등 최대한 협조했지만, 독과점은 법으로 규제한다는 것에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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