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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우주전략본부’보다 ‘우주항공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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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황호원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우주정책법학회 부회장

황호원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우주정책법학회 부회장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에서 보듯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도래했다. 우주 분야에서 새로운 민간업체의 등장을 일컫는 뉴 스페이스의 영향으로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의 우주 산업 인프라가 형성되고 우주 개발 분야에서 숨 가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인다니 다행이다. 활발한 민·관 교류를 전제로 우주 항공 관련 기술 확보, 산업 진흥, 우주 위험으로부터 국민 생명 보호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고, 우주 항공 정책 및 연구·개발과 우주 산업 육성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윤석열 정부가 전담기관 설립을 계획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야당, ‘과기부 외청’ 신설안 반대
‘우주본부’는 집행 기능 떨어져
우주 관련 업무 통합 운영해야

조용하게 위대하게... 우주강국의 길. [일러스트=김지윤]

조용하게 위대하게... 우주강국의 길. [일러스트=김지윤]

한국은 1996년 ‘우주 개발 중장기 기본 계획’을 처음 수립하고 지금까지 3차 계획에 이르고 있다. 중장기 우주 개발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저궤도 위성 독자 개발과 발사 역량을 확보하는 등 우주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하지만 우주 산업과 우주 안보 분야까지 범위가 급속도로 확장하면서 그에 따른 기술과 산업 및 투자 수준은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최근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입법 예고했다. 이 법에는 우주 항공 정책을 총괄하고 기술 개발과 국제 공조를 통해 우주 항공 산업 육성을 주도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을 우주항공청을 설치하고,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해 위상과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우주 항공 정책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개별적으로 수행하던 우주 항공 관련 기술 개발, 산업 육성 지원, 인재 양성, 우주 위험 대비 등의 기능을 신설되는 우주항공청에 이관해 전문성을 갖춘 자율적인 기관으로 운영하려는 청사진을 담고 있다.

정부의 우주항공청 설립안이 무난히 진행되는 듯했으나, 최근 민주당 국회의원이 이에 반대해 대체 입법을 추진하면서 돌발 변수가 생겼다. 정부 기관 신설 안을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이지만, 자칫 반대를 위한 반대로 우주 개발에 찬물을 끼얹고 본래 의미가 퇴색할까 우려된다.

대체 입법안을 살펴보면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대체 입법을 주장하는 측은 정부 안인 과기부 외청 신설 수준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별도의 범부처 조직인 ‘우주전략본부’를 설립하자고 주장한다. 이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해 범부처 조정 기능과 권한을 강화하자는 주장을 담았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우주전략본부는 현실적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본다.

무엇보다 우주전략본부는 정부 조직 체계로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게다가 이런 조직은 인사·조직·예산의 독립적 운영이 불가능해 중앙행정기관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 정책 과제의 집행 기능을 담당하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하자는 제안은 정부 안에서도 이미 고려된 사안으로 새로운 제안도 아니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우주 산업의 미래를 위한 역할이 무엇이고, 이를 어떤 체제로 운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를 검토하는 일이다. 따라서 기구의 위상 문제로 접근하는 방안은 주객전도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 상황에서 시급한 임무는 조정 역할보다 우주 개발 관련 사업이나 연구 등 흩어져 진행되는 업무의 체계적 전담과 통합 기능을 수행할 기관 신설이다. 조정을 위한 기구는 이미 국가우주위원회가 있다. 우주전략본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범부처 우주 전담 기구를 향한 현장의 열망을 과기부 산하 외청으로 축소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과기부 외청 운영의 문제와 기관의 위상은 상관이 없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우주항공청에 독립성·자율성 및 자체 인사권 등을 부여하는 내용을 특별법으로 해소하려는 정부의 방향은 타당해 보인다.

최근 국회에서 다수당이 숫자의 힘을 무기 삼아 논란이 많았다. 우주항공청 신설은 치열한 우주 선점 경쟁 와중에 대한민국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국회가 합리적 논의를 통해 새로운 우주 정책 기관이 원만하게 출범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우주정책법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