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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백우진의 돈의 세계

햄버거와 황금 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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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햄버거값이 떨어진 경우, 그동안 비싸게 샀다고 아쉬워하지 말라.” “황금 비가 내릴 때 (작은) 골무가 아니라 양동이를 들고 밖으로 뛰쳐나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지론이다. 첫째, 햄버거값이 내리면 저가에 먹을 기회로 활용하라는 의미이다. 둘째, 경제에 일시적인 충격이 닥쳐 증시가 크게 약세에 빠졌을 때는 황금 비가 내리는 절호의 기회이니 저가 우량주를 한껏 담으라는 조언이다.

두 조언의 공통분모는 다수 투자자와 반대로 거는 역발상 투자다. 말은 쉽고 실행은 어렵다. 우선 배짱이 요구된다. 여간한 배짱으로는 장세를 거스르지 못한다. 둘째, 황금 비인지 홍수가 날지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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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짱과 지혜를 겸비한 버핏은 위기 때면 양동이를 들고 뛰쳐나가곤 했다. 대표적인 시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다. 그는 금융주와 GE, IBM, 다우케미칼 등 주식을 대거 매집했다.

그는 코로나19 때에는 매수에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항공주를 모두 매도했다. 골드만삭스 지분도 전량 팔아치웠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불거진 미국 중소형 은행 연쇄 파산을 버핏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금융위기로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다수의 우려와 반대로 그는 지난 3월 대형 금융회사 캐피털원파이낸셜 주식을 9억여 달러어치 매수했다. 당시 주가는 90달러 선을 오르내렸다. 2월 120달러에 비해 30% 넘게 하락한 수준이었다. 최근 주가는 5월 23일 종가로 100달러 수준을 회복했다. 아마도 그는 미국 은행 사태를 금융주에 내리는 국지성 ‘황금 스콜(소나기)’ 정도로 여겼지 싶다.

배짱과 판단력 외에 추가 요건이 있다. 주식을 사들일 현금이다.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일정 수준 이상 현금 비중을 유지하는 이유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