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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Food] 이색 비주얼에 달콤한 유혹 ‘디저트 전성시대’ MZ세대 마음 사로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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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면

약게팅·반갈샷…‘SNS 인증’ MZ세대의 문화로 자리매김


오픈런에 줄서기는 기본
매장 직접 찾아 SNS 인증
한정판 글레이즈드 약과
출시 10일 만에 20만 개 팔려

# 오전 8시 59분, 원격 줄서기 앱을 열고 쉴 새 없이 새로 고침을 누른다. 9시 정각, 활성화된 ‘대기’ 버튼을 눌렀다. 성공? 설레는 마음도 잠시. 결제 수단을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우여곡절 끝에 9시 2분 원격 줄서기에 성공했다. 대기번호 185번.

# 9시 40분 기필코 맛보겠다는 일념으로 베이글 가게를 찾았다. 이미 스무 명 넘는 대기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함께 줄 선 22살 여대생은 부산에서 왔다고 했다. 지난번에 늦게 와 두 시간 반 넘게 기다렸다고, 그래서 이번에 문 열기 전에 왔다고 설명했다.

# 10시 40분, 드디어 대기 순번이 다섯 손가락 안으로 들어왔다. 입구 근처를 서성이던 중 가게 직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 접수하시면 포장은 3시간, 매장 취식은 4시간 이상 기다리셔야 합니다.” 바야흐로 디저트의 전성시대다.

명품 백도 아닌데, 오픈런 하는 이유는

밥도 아닌 한 입 거리 디저트를 위해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 MZ의 심리는 무엇일까.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기만족 추구와 SNS 인증을 놀이처럼 여기는 MZ세대의 문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Z 세대는 이슈가 되고 있는 상품이나 현장을 직접 체험해봤다는 경험 자체를 높이 산다는 것이다. 맛집을 찾아가고, 기다리고, 맛보는 일련의 과정이 MZ에게는 놀이가 된다. 맛집 약과 구하기가 아이돌 공연 티케팅(Ticketing) 방불케 한다는 의미의 신조어 ‘약게팅’도, MZ에게는 일종의 보물찾기 같은 놀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도 괜찮다. 구하기 위해 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수록 만족감과 성취감도 올라간다. 그리고 이것은 곧 ‘SNS 인증’으로 이어진다. 남들이 구하지 못하는, 희소성과 차별성이 높은 아이템일수록 SNS에 올렸을 때 더 많은 ‘좋아요’와 타인의 주목을 받게 된다. 디저트라는 특수성도 있다. 이 교수는 “디저트의 맛뿐 아니라 모양새나 가게의 인테리어도 일상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 꿈 같이 예쁘거나 이색적인 공간과 분위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일상의 고됨을 위로받고, 힐링한다.”고 덧붙였다.

할머니 입맛에 사로잡힌 MZ세대

요즘 디저트 대세는 ‘레트로’다. 정확히는 ‘할매니얼’이다. 할매니얼이란 할매와 밀레니얼 세대를 합친 신조어로 약과나 떡, 미숫가루 등 할머니가 좋아할 법한 취향에 MZ세대가 열광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말한다. 약과대란의 시초인 장인한과와 제주도 명물이 된 거북이한과는 문을 열기 전부터 기다리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인기는 온라인에서도 이어진다. 판매 사이트에 제품이 뜨자마자 순식간에 매진이다. 이렇다 보니 작은 카페부터 기업까지 앞다투어 약과나 인절미, 흑임자 등을 활용한 제품을 출시하거나 모티브로 한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편의점 CU에서 내놓은 약과 쿠키는 두툼한 쿠키 위에 약과 하나를 통째로 올린 제품이다. 압구정로데오 거리에 있는 인기 카페와 협업해 출시한 디저트로, 품귀 현상을 반복하며 판매 시작 5일 만에 10만 개가 팔렸다. 할매니얼 트렌드에 가장 진심인 회사는 SPC그룹이다. 던킨은 지난 1월 도넛 모양의 약과 위에 허니 글레이징을 입혀 약과를 새롭게 재해석한 허니 글레이즈드 약과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당초 설 한정 제품이었으나 열흘간 20만 개가 팔리며 현재는 상시 판매로 전환되었다. 이번 달에는 달고나 츄이스티 약과까지 출시했다.

새로운 브랜드도 론칭했다. SPC삼립은 지난달 프리미엄 전통 디저트 브랜드 ‘대한과자점’을 론칭하고 ‘조청 모약과’를 출시했다. 모약과란 일반 약과와 달리 반죽을 밀고 접기를 반복해 만들어 페이스트리처럼 결이 생기는 것이 특징인 약과다. 여기에 즙청(한과를 만들 때 꿀이나 조청에 재워 맛을 내는 것) 공정을 늘려 촉촉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약과 마니아를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인스타그래머블 비주얼’은 필수

SNS 인증을 즐기는 MZ에게 선택 받으려면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비주얼’은 필수다. 못생겨도, 과해도 콘셉트가 뚜렷하면 먹힌다. SNS에서 바이럴되기 시작하면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업계에서도 제품 모양새를 좀 더 화려하고, 개성 있게 만드는 데 공을 들이는 추세다.

편의점 CU의 연세우유 크림빵이 이걸로 떴다. 요즘 디저트계에 떠오르는 태그는 ‘#반갈샷’이다. 반갈샷이란 빵을 반으로 갈라서 인증하는 사진을 말하는데, 빵 전체 중량의 80%를 크림으로 채운 연세우유 크림빵은 반으로 가르는 순간 찍고 자랑하고 싶은 모양새가 만들어진다. 연세우유 크림빵은 새로운 맛이 출시될 때마다 품귀 현상을 일으키며 누적 판매량 3000만 개를 돌파했다.

인기 캐릭터와의 협업 제품도 눈에 띈다. 유명 캐릭터와 콜라보레이션한 상품은 더는 어린이의 전유물이 아니다. 파리바게뜨는 지난달 145만 SNS 팬덤을 보유한 인기 캐릭터 ‘벨리곰’과 협업해 ‘어메이징 벨리곰 케이크’를 선보였다. 벨리곰은 롯데홈쇼핑이 2018년 MZ세대를 타깃으로 만든 분홍색 털의 곰 캐릭터다. MZ를 겨냥한 만큼 분홍색 크림과 핑크 코코넛 가루를 이용해 캐릭터를 입체적이고, 인스타그래머블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F&B 트렌드 전문가들은 ‘할매니얼’ 트렌드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레트로 열풍과 건강을 생각하는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엄민우 더현대 서울 F&B 바이어는 “엔데믹 영향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일본이나 홍콩 등 해외에서 맛본 디저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 해외 디저트 브랜드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달콤한 유혹은 강력하지만 쉽게 사라지기도 한다. 혜성같이 등장했던 와플과 크로플의 인기는 시들해졌고, 전문점까지 등장했던 컵케이크도 MZ 세대 마음에서 멀어졌다. SPC 관계자는 “디저트 간의 새로운 조합이 중요해졌다” 며 “시장이 고급화 되고 세분화 되면서 차별화된 제품을 찾는 소비자의 선호가 강해졌다. 파리바게뜨가 출시한 타르트 케이크는 이런 소비자의 선호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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