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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배후' 지목됐던 빈 살만의 광폭행보…사우디 달라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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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뿐 아니라 서방 국가와도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같은 사우디의 광폭 행보를 주도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로이터=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시리아 등 적대적이었던 중동 국가와 단절됐던 외교관계를 복원한 데 이어 자말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로 지목돼 악화했던 미국 등 서방 국가와의 관계도 개선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3월 이란과 중국 베이징에서 비밀 회담을 열어 외교 정상화에 합의했다. 단교한 지 7년 만이다. 지난 2016년 사우디가 이란의 반대에도 시아파 유력 성직자의 사형을 집행한 사건을 계기로 양국의 외교관계가 단절됐다.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지난 5월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로이터=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지난 5월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로이터=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우디는 12년 만에 아랍연맹에 복귀한 시리아와도 지난 9일(현지시간) 외교관계를 복원하고 상대국 주재 대사관을 다시 연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우디는 미국 편에 서서 시리아 정부에 대항하는 반군을 지원했다. 그러나 철권통치로 악명높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러시아·이란 등의 지원에 힘입어 반군을 밀어내고 국토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우디 등 아랍 국가는 최근 알아사드와 관계 회복 움직임을 보였다.

사우디는 서방 세계와도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24일 AP통신은 캐나다와 사우디가 완전한 외교 관계를 복원하고 새 대사를 임명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사우디가 여성 인권 운동가들을 체포한 지난 2018년 관계가 악화해 사실상 단교 상태였다.

미국도 사우디와의 냉랭했던 관계를 개선하려 하고 있다.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가 무함마드 왕세자로 드러나자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그를 거세게 비난했다. 양국 관계도 싸늘해졌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미국 경제를 짓누르는 가운데, 사우디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미국의 증산 요구를 무시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해 산유국 모임인 'OPEC 플러스'의 감산 결정을 주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우디를 잇달아 방문하기로 했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불편한 상황이지만 결국에는 해빙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특히 미국이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연내 평화협정 체결을 목표로 사우디와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양자의 평화협정을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외교 치적으로 내세우길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최근 사우디 제다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난 설리번 보좌관은 이스라엘과의 수교 문제를 논의했고,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 자리에서 점진적인 진전보다는 군사 지원 강화와 같은 당근이 포함된 큰 틀의 진전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지난 5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다. AFP=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지난 5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다. AFP=연합뉴스

또 최근 사우디는 현재 국제사회의 가장 큰 악재인 우크라이나전에서도 중재자 역할을 시도하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 19일 볼로디미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참석한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 사우디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를 중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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