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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저성장 위기, 재정 포퓰리즘 안돼” 전·현 경제수장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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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달러에서 3만3000달러로. 지난 60년간 1인당 국민소득을 400배 넘게 불려놓은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식어간다고 전ㆍ현직 경제수장이 경고했다. 재정 건전성은 악화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오히려 나랏돈 낭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25일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직 경제 관련 부처장들과 환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재윤 전 통상산업부 장관, 이동호 전 내무부 장관, 전윤철 전 재정경제부 장관, 추 부총리, 진념 전 재정경제부 장관, 강경식 전 재정경제원 장관,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 장관. [연합뉴스]

25일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직 경제 관련 부처장들과 환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재윤 전 통상산업부 장관, 이동호 전 내무부 장관, 전윤철 전 재정경제부 장관, 추 부총리, 진념 전 재정경제부 장관, 강경식 전 재정경제원 장관,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 장관. [연합뉴스]

25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 경제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콘퍼런스를 열었다. 산업화 이후 60년간 빠르게 성장한 경제를 돌아보고 앞으로 60년을 조망하는 자리였다. 전ㆍ현직 경제부총리와 장관, KDI 원장이 참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지난 60년간의 자랑스러운 성과가 앞으로의 60년을 보장하진 않는다”며 “세계 경기 둔화와 금융 불안, 수출ㆍ투자 부진, 국가채무의 빠른 증가, 국제 기준과 동떨어진 규제, 세계 최저의 출산율로 인한 인구 감소 등으로 성장 잠재력이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동철 KDI 원장 역시 환영사에서 “현재 경제는 인구 구조 변화와 잠재 성장률 하락, 세계 패권 경쟁과 기후변화 등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전직 경제부총리의 진단도 같았다.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대로 간다면 일본처럼 축소 균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고,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현 기재부) 장관은 “저출산, 고령화, 공적연금 부실에 대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나랏돈을 풀어 표를 얻으려는 정치권 움직임도 비판했다. 장 전 장관은 “재정 포퓰리즘(대중의 인기를 겨냥한 정치 행태)적인 요구, 재정이 마르지 않는 샘물인 것처럼 생각하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 눈을 속이는 것”이라며 “재정준칙(국가채무와 재정 적자가 일정 비율 이상 늘지 않도록 제한) 법제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정준칙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하고 공전 중이다. 정부 지출에 ‘상한선’을 두는 재정준칙이 표를 얻는 데 불리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대신 재정 부담을 늘리는 내용인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 완화 법안은 여야 합의로 속도가 붙었다. 이런 정치권을 겨냥해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장관은 “그런 정신으로는 재정 건전성 확보가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부채를 걱정하는 방향으로 재정을 운용하고 불요불급한 지출은 줄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며 “추가경정예산은 지금의 재정 환경에서 안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25일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성장 탈출을 위한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진 전 부총리는 “노동ㆍ연금ㆍ재정 개혁 추진 시 대국민 소통을 통해 정책에 대한 합의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무엇을 할지보다 어떻게 정책을 전달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윤철 전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현재 경제ㆍ사회 전 분야에 걸쳐 각자의 이해관계에 매몰돼 있는 ‘죄수의 딜레마’ 현상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서로 양보하고 협력하면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에만 매달리다 모두가 손해를 보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 전 부총리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파생됐던 과도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나가야 한다”며 “민간 창의성이 발휘되도록 규제는 혁파하되 공정한 시장을 위한 규칙을 만들고 관리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호 전 내무부 장관은 “현 경제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면 경상수지가 호전돼야 한다”며 “가격 경쟁력과 품질 향상, 기술 개발 등으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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