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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중국과 보이지 않는 전쟁 중"...중ㆍ러의 영향력 공작에 맞서려면

중앙일보

입력

테러ㆍ범죄ㆍ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 작전을 동시에 복합적으로 전개하는 하이브리드(hybrid) 전쟁.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모호한 영역에서 의도를 감추면서 점진적 방식으로 접근하는 회색지대(gray zone) 전략.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은 하이브리드 전쟁에서 중요한 수단이다. AFP=연합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은 하이브리드 전쟁에서 중요한 수단이다. AFP=연합

중국ㆍ러시아 등 전체주의 국가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상대로 벌이는 영향력 공작을 일컫는 용어들이다. 이들 국가와의 보이지 않는, 선전포고 없는 ‘전쟁’에서 어떻게 맞설 지 모색하는 학술회의가 열렸다. 25일 한국세계지역학회(회장 주재우 중국어학과 교수)가 연 ‘전체주의 국가들의 영향력 공작 실태 및 우리의 현실’ 얘기다.

허버드 맥마스터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좌관는 축사에서 “전체주의 국가들의 목표는 동맹국을 비롯한 협력 국가들이 내부로부터 자유롭고 개방된 사회를 약화하는 것”이라며 “특히 중국은 유인(cooption), 강압(coercion), 은폐(concealment) 3C 공격으로 자유세계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선택이 아니라 주권과 예속 간의 선택”이라며 “최선의 방어는 민주주의 정부와 법치, 표현의 자유 강화”라고 강조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국무부 대북특사는 “한국도 러시아ㆍ중국의 영향력 공작에 노출됐다”며 “한ㆍ미는 영향력 공작의 실체를 밝혀내고 차단하는 데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재우 교수는 ‘중국의 대미 영향력 공작 실태와 우리에 대한 시사점’ 주제 발표에서 “시진핑 주석은 2013년 당 간부 회의에서 ‘자본주의가 소멸하고 사회주의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한 뒤 미국과의 체제 경쟁을 본격화했다., 미국은 뒤늦게 중국의 실체를 깨닫고 대응했다”며 “한ㆍ중 관계는 미ㆍ중이 전략적 경쟁을 벌이면서 시진핑 이전 시기로 되돌아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범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러시아의 회색지대 전략과 시사점’에서 ”정보심리전 위협에 대비하려면 국제공조와 소통을 강화하고, 민간ㆍ비정부 행위자와의 협력 채널을 구축하며, 이 같은 위협이 국익을 저해할 수 있다는 데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진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對한국 영향력 공작 및 한국의 대응전략’에서 ”북한은 한국의 균열 지점과 취약점을 파악한 뒤 계급ㆍ계층 분열을 조장하고, 잠재적 갈등 세력을 양산하려고 한다”고 우려하면서 “특히 북한의 가짜뉴스와 선동에 대한 국가ㆍ사회적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 3월 22일 5명이 사망한 런던 테러 이후 히잡을 쓰고 휴대폰을 움켜 쥔 여성이 다리를 걷는 모습이 러시아의 봇 계정을 중심으로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퍼졌다. 이는 영국 사회에서 무슬림 혐호 감정을 확산하려는 러시아 영향력 공작의 사례로 꼽힌다. 트위터 캡처

2016년 3월 22일 5명이 사망한 런던 테러 이후 히잡을 쓰고 휴대폰을 움켜 쥔 여성이 다리를 걷는 모습이 러시아의 봇 계정을 중심으로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퍼졌다. 이는 영국 사회에서 무슬림 혐호 감정을 확산하려는 러시아 영향력 공작의 사례로 꼽힌다. 트위터 캡처

‘중국의 무제한 전쟁/회색지대전 한국의 대응전략’을 발표한 아지용 계명대 중국어과 교수는 ”한국은 중국과 비전통 무제한 전쟁 중인데, 한국은 모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한국의 중앙 지방 정치인, 중국진출 기업 등을 중심으로 친중 이익생태계를 구축해 직간접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최근 이슈로 떠오른 마약의 주요 공급원은 북한이며, 마약 공급에 중국군이 조직적으로 연계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외국 적대세력에 대응하는 ‘반침투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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