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 주춤했던 가계대출이 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낮게 유지하던 연체율까지 상승 추세를 타면서, 가계부채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출·연체율 증가에, 금감원 금융사 소집
25일 금감원은 ‘가계대출 동향 및 건전성 점검 회의’를 가졌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제2금융권협회, 민간 전문가가 참석했다.
지난달 금감원이 집계한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2000억원 늘었다. 증가 폭은 미미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7개월 연속 이어온 가계대출 감소세가 증가세로 다시 전환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왔다. 가계대출액뿐 아니라 연체율도 상승세다. 올해 3월 말 기준 업권별 연체율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모두 올랐다. 이 기간 은행의 연체율 상승 폭(0.08%포인트)은 작지만, 저축은행(1.66%포인트)·상호금융(0.90%포인트)·캐피탈(0.54%포인트)·카드(0.33%포인트)는 상승세가 가팔랐다.
대출증가 일시적…“관리 가능한 수준”
금감원은 최근 가계대출액과 연체율 증가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가계대출액이 늘어난 것은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로 인한 착시이지, 전체 가계대출은 감소세에 있다고 판단해서다. 금감원은 지난달 정책 모기지를 제외한 은행권 대출(집단·전세·신용)과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모두 줄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가계대출액 누적 감소 규모는 26조1000억원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금감원은 향후 가계대출 증가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3월 말(신규 대출 취급액 기준) 전체 은행 가중평균 대출금리(5.17%)는 여전히 높다. 가계대출을 유발하는 주택거래가 늘었지만, 예전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금융사가 건전성과 수익성 문제로 대출을 확대하기 어려운 점도 근거가 됐다.
“연체율 과거 비해 여전히 낮아”
금감원은 연체율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직전이나 2014~2016년 때와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으로 여전히 낮다고 판단했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와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처럼 연체율이 위험 수준으로 치솟은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일부 보증부 대출은 보증사의 대출 변제가 다소 지연되면서 연체로 잡혔다”면서“또 저축은행 등이 캠코와 가격 협상을 위해, 부실채권을 팔지 않고 가지고 있으면서 연체율이 올라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연체율이 앞으로 더 오를 순 있지만, 금융사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사들이 연체 채권을 매각 혹은 상각하고, 사후관리 강화를 통해 건전성 관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손충당금 적립과 자기자본 확충으로 손실흡수 능력도 충분히 쌓았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연체율 큰 상승 폭, 취약차주 증가 신호일 수도”
전문가도 현재 가계대출이 당장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좀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 가계대출이 사상 최고로 늘어난 상황에서 일시적이라고 하더라도 대출액이 다시 증가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낮은 연체율이 코로나19로 인한 착시일 가능성도 나온다. 코로나19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가 오는 9월 끝나면, 연체율이 예상하지 못한 수준으로 급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상환유예 대출의 절대 규모(3월 말 기준, 6조6000억원)가 크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체율 절대 수치가 여전히 낮은 것은 맞지만, 연체율 상승 폭이 크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면서 “연체율 상승 폭이 증가한 것은 취약차주가 늘어난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에 감독 당국이 좀 더 면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