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 폭우 쏟아져도 끄떡없다…신이 제주에 준 선물, 곶자왈

  • 카드 발행 일시2023.05.26

지난 어린이날 연휴 사흘 동안 한라산 삼각봉에 1m(1023㎜)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서귀포 지역 강수량은 376.3㎜였다. 제주도에서 5월에 내린 비로는 가장 많다.

이 정도 비가 오면 육지에서는 100% 물난리가 난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슈퍼 태풍이라면 모를까, 웬만큼 많이 내려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내린 비가 대부분 하천(건천)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거나 증발한다. 나머지는 지하로 스며든다.

그래서 제주도 사람도 이 많은 비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지는지 궁금해한다. 고등학교 1년 선배 한 분은 빗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통로’ 연구에 인생을 걸었다. 그가 바로 지난해 세상을 떠난 지질전문가 송시태 박사다.

제주도가 아름다운 건 바다 위에 떠 있는 섬(島)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약 188만 년 전부터 1000년 전까지 제주를 제주답게 만들어 준 화산활동 때문이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제주 저지곶자왈. 사진 제주관광공사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제주 저지곶자왈. 사진 제주관광공사

평소 이렇게 말하던 송 박사는 61세 때인 지난해 여름, 지질답사 현장에서 사고로 생을 마감하고 전설이 됐다. 속담대로라면,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정승이 죽으면 문상객이 한 명도 안 온다. 그런데도 이 선배 장례는 9개 시민사회·교육·환경단체 합동 환경시민장으로 치렀다. 제주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한다.

송 박사는 ‘제주도 암괴상 아아용암류 분포 및 암질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곶자왈’ 형성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세상에 알렸다. 그는 곶자왈을 통해 스며든 물이 지하수가 되며, 곶자왈 곳곳이 남방계· 북방계 식물이 함께 공존하는 생태계 보고라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고 송시태 박사. 곶자왈사람들 제공

고 송시태 박사. 곶자왈사람들 제공

신이 준 보물…‘한라산 방주(方舟)’ 곶자왈

곶자왈은 한마디로 숲을 말한다. 제주어로 ‘곶’은 숲이나 산 밑에 숲이 우거진 곳, 마을과 멀리 떨어진 잡목 따위가 우거진 들이나 산을 의미한다. ‘자왈(자월)’이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서 어수선하게 된 곳을 말한다. ‘곶’은 제주어로 고지·골밧·곶·곶산·술숨풀·숨벌·자왈 등으로도 불리며, 한자로는 ‘수(藪)’로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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