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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545,380원 낙찰...'거제 거북선' 이 돈에 산 이유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억원 세금을 들여 만든 경남 거제 '임진란 거북선 1호'. 거제시 조선해양문화관 야외광장에 전시된 이 거북선은 최근 154만원에 낙찰됐다. 뉴스1

16억원 세금을 들여 만든 경남 거제 '임진란 거북선 1호'. 거제시 조선해양문화관 야외광장에 전시된 이 거북선은 최근 154만원에 낙찰됐다. 뉴스1

경남 거제에 있던 거북선 경매를 놓고 헐값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거북선 낙찰자는 "낙찰가 154만원은 이순신 탄신일과 관련 있다"고 했다.

거북선 낙찰자 A씨(60대)는 지난 24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낙찰가 때문에) 거북선이 조롱거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간 언론 노출을 꺼리던 A씨가 입찰 참여 이유와 향후 활용 계획을 직접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입찰가 154만원…“이순신 탄생일”

마이클 깁이 한산도에서 촬영한 이순신 장군 동상. [사진 마이클 깁]

마이클 깁이 한산도에서 촬영한 이순신 장군 동상. [사진 마이클 깁]

A씨가 지난 16일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써낸 경남 거제 ‘임진란 거북선 1호’ 입찰가는 154만5380원이다. A씨는 충무공 이순신 탄생일 ‘1545년 3월 8일’에 맞춰 쓴 가격이라고 했다. 그는 “거북선을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낙찰받는 데) 이순신 힘을 빌리고자 그 숫자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거제시는 지난 2월부터 일반입찰에 들어갔지만, 7번이나 유찰됐다. 입찰 예정가는 최초 1억1750만원에서 공유재산법 시행령상 최저한도(100분의 50)인 5875만원까지 떨어졌다. 거제시는 8번째도 유찰되면 거북선을 철거할 계획이었다.

A씨는 “이순신 장군을 생각해서라도 그런 대접을 받아서야 되겠나. 한 번 폐기 처분되고 나면 다시 만들 명분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창자 흘린 거북이’ 꿈꾸고 현장 가보니…

낙찰자 A씨가 지난 11일 경남 거제시 일운면 거제조선해양문화관에서 촬영한 '임진란 거북선 1호'의 선미(꼬리) 부분이 파손돼 있다. [사진 거북선 1호 낙찰자 A씨]

낙찰자 A씨가 지난 11일 경남 거제시 일운면 거제조선해양문화관에서 촬영한 '임진란 거북선 1호'의 선미(꼬리) 부분이 파손돼 있다. [사진 거북선 1호 낙찰자 A씨]

거제가 고향으로, 귀향을 희망하던 A씨는 이달 초 거북선 1호 입찰 소식을 알게 됐다. 이때 A씨는 며칠 전 꾼 거북이 꿈이 생각났다고 한다. 꿈에서 본 거북이 3마리 중 1마리가 꼬리에서 창자가 흘러나와 있었고 “저렇게 해서 살 수 있을까” 걱정하며 꿈에서 깨어났다고 한다.

이후 A씨는 지난 11일 거북선 1호가 전시된 거제시 일운면 거제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을 찾았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여파로 거북선 선미(꼬리)가 파손돼 있었다. A씨는 “꼬리 근처 몸체 부분이 검게 썩고 무너져 안이 들여다보였다”며 “가슴이 아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A씨는 “거북선은 우리 민족에게 상징성이 엄청 크다”며 “무조건 살려야겠다”는 마음 먹었다고 한다. 이어 “한국이 세계 최대 조선(造船) 국가이며, 거북선이 그 씨앗이 됐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짝퉁 논란…“제대로 고증해 복원한 1호 거북선”

16억원 세금을 들여 만든 경남 거제의 '임진란 거북선 1호'. 거제시 조선해양문화관 야외광장에 전시된 이 거북선은 최근 154만원에 낙찰됐다. [사진 거제시]

16억원 세금을 들여 만든 경남 거제의 '임진란 거북선 1호'. 거제시 조선해양문화관 야외광장에 전시된 이 거북선은 최근 154만원에 낙찰됐다. [사진 거제시]

미국산 소나무(미송)를 쓴 탓에 불거진 ‘짝퉁’ 논란과 관련해, A씨는 “애초 만든 취지가 중요하다. 재료로 인해 그 의미까지 훼손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며 “제대로 된 고증을 거쳐 만들어진 1호 거북선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거북선 1호는 2010년 경남도 ‘이순신 프로젝트’ 하나인 ‘군선 원형복원사업’에 따라 추진, 2011년 완성됐다. 당초 관광체험시설 등으로 쓸 생각이었다. 상징적 의미에서 거북선이 여러 차례 복원되긴 했었지만, 전문가 고증을 거쳐 1592년 임진왜란 당시 3층 구조 원형에 가깝게 복원된 것은 거북선 1호가 처음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1592 거북선’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곧이어 ‘짝퉁’ 논란이 일었다. 국내산 소나무인 금강송을 쓰겠단 계약과 달리 임의로 수입산 목재를 쓴 거북선 건조업체 대표는 사기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거북선 1호 “어린이 체험학습장 활용”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어린이들이 거북선을 관람하고 있다. 뉴스1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어린이들이 거북선을 관람하고 있다. 뉴스1

퇴직 교원으로 문화재 관련 박사학위를 취득한 A씨는 거북선 1호를 교육 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A씨는 “거북선의 아름다운 용머리 조각과 몸체를 보는 순간 어린이들이 민족적 자존감을 배양하는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거북선 1호 이동 방안도 관심이다. 이 거북선은 무게만 100t이 넘고 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인 거대 공작물이다. 거제시는 거북선 1호 부식이 심해 해체 후 이동하는 데 1억원 이상 비용이 들 것으로 본다. A씨가 오는 26일 거제시와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 한 달 안에 거북선을 옮겨야 한다. A씨 측은 “문화재 관련 전문가 등과 논의해 이동 방안을 찾겠다”고 전했다.

경남도 감사위, 거북선 조사 착수

박완수 경남도지사. 연합뉴스

박완수 경남도지사. 연합뉴스

경남도 감사위원회는 곧 거제시를 조사한다. 국ㆍ도ㆍ시비가 투입된 공유재산인 거북선 1호 관리·매각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앞서 박완수 경남지사는 지난 22일 실국본부장회의에서 “수십억원이 투입돼 건조된 거북선이 154만원에 낙찰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조사를 지시했다.

거제시는 적게는 3억원 많게는 7억원의 예산을 들여 거북선 1호를 유지ㆍ보수한다고 해도 내구연한이 7~8년에 불과, 효용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매각했다고 한다.

거북선 1호는 거제 지세포항 앞바다에 있었다. 하지만 흔들림이 심하고 비가 새자 육지로 옮겼다. 하지만 목재가 썩고 뒤틀리는 현상이 계속 발생했다. 이 때문에 보수공사나 도색 등에 매년 수천만원이 투입됐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들어간 거제시 예산만 1억5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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