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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 수장의 경고 "우크라군 최강…이대로면 러 혁명 일어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군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라고 인정하면서 러시아군의 손실이 계속 증가할 경우 1917년 러시아 혁명과 같은 체제 전복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 목표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비무장화에 실패함으로써 전쟁이 역효과를 낳았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정부를 향해 계엄령과 추가 동원령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AP=연합뉴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바그너 용병을 이끌고 있는 그는 그간 러시아 군부를 비판해 오긴 했으나 적군을 칭찬하고, 러시아 혁명 가능성까지 제기한 이번 발언은 러시아군의 불리한 전세와 러시아 내 부정적인 여론을 짐작하게 한다는 해석이다.

"1917년 러시아 혁명처럼 끝날 수도"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CNN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친러시아 블로거와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우크라이나 군대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고도로 조직화되고, 훈련됐으며 정보력은 최고 수준이다. 소련군이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든 어떤 군사 시스템도 똑같이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도 했다.

반면 그는 최근 반러시아 조직이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 러시아 벨고로드에 침입한 일을 언급하며 "러시아 방위군은 어떤 형태로든 저항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그룹이 있는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그룹이 있는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면서 "러시아의 손실이 계속 증가하면 이 모든 분열이 1917년처럼 혁명으로 끝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17년 발생한 러시아 혁명으로 전제군주국이었던 러시아 제국이 무너지고,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인 소련 정권이 수립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당시와 같은 체제 전복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먼저 군인들이 들고일어날 것이고, 그 후 (이 군인들을) 사랑하는 이들이 반발할 것이다. 그 규모가 수백 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만 명이 사망한 만큼 그 인원은 아마 수십만 명이 될 것이다. 우린 그것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두바이에서 쇼핑하는 모습이 목격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딸을 거론하면서 서민의 자녀들은 전쟁에서 목숨을 잃는 와중에 러시아 권력층 자녀의 호화로운 생활은 대중의 분노를 부를 수 있다고도 했다.

"우크라 비무장화 실패...역효과"  

프리고진은 이날 바흐무트 전투에서 사망한 바그너 용병의 수가 2만 명이라고 공개했다. 러시아는 이곳에서 우크라이나와 10개월 넘게 소모전을 벌여 사상자가 상당할 것이란 추정이 나왔으나 러시아 군 당국은 정확한 피해 인원을 함구해왔다. 러시아의 주장처럼 러시아가 바흐무트를 점령했더라도 전략적 가치가 모호한 곳에 너무 많은 병력과 탄약을 고갈시켰다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이다.

프리고진은 러시아의 침공은 우크라이나 비무장화엔 실패하고 대신 우크라이나군을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 중 하나로 바꿔 놓았고, 세계에 우크라이나란 나라를 알리는 역효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별군사작전 초기 우크라이나군의 탱크는 500대였지만 지금은 5000대가 됐고, 싸울 수 있는 전사의 수도 2만 명에서 40만 명으로 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만간 시작될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부분적으로 성공하면서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가 공격받는 등 일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밀려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푸틴의 요리사 아닌 도살자"  

그러면서 프리고진은 러시아에 북한식 전체주의 정책을 촉구했다. 그는 "우린 계엄령과 동원령을 발표해야 한다. 일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투입해 탄약 생산을 늘려야 한다"며 "러시아는 몇 년간 북한처럼 살아야 한다. 국경을 닫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프리고진.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프리고진. AP=연합뉴스

프리고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단골 레스토랑을 운영했다는 이유 등으로 '푸틴의 요리사'란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그는 "나는 요리를 할 줄 모른다"며 자신을 '푸틴의 도살자'로 불러야 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리고진의 이번 발언과 관련 러시아 정치전문가 드미트리 오레쉬킨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고전 중인 가운데 그나마 프리고진이 바흐무트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정치적 발언권이 생긴 것이란 진단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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