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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성별정정 위한 외과수술 요구·사진 등 요구는 인권침해"

중앙일보

입력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 신청 과정에서 외과수술을 사실상 허용 기준으로 정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대법원장과 국회의장에게 관련 지침을 개정하고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7월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3년 만에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3년 만에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논쟁 대상이 된 건 대법원 예규에 있는 성별정정사무처리지침 제6조(참고사항)이다. 법원은 이를 통해 성별정정 허가신청 사건의 심리를 위해 “외부성기를 포함한 신체 외관이 반대의 성으로 바뀌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별정정사무처리지침은 지난 2006년 6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호적상 등록 성별을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만들어졌다.

이와 관련, 트랜스젠더인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대표 등은 2021년 11월 “일부 재판부가 참고사항에 불과한 대법원 예규(성별정정사무처리지침 제6조)를 성별정정의 판단기준으로 사용해 신체 온전성의 자유,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특히 “규정 때문에 성별정정허가신청을 하는 트랜스젠더는 강제로 수술을 할 수밖에 없다. 당사자로 하여금 건강상의, 경제적인 상당한 부담을 지게 한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진정인 A씨는 “일부 판사가 탈의한 전신사진 또는 외부 성기를 갖추었음을 증명하는 사진을 요구하거나, 어린 시절의 사진 중 전환하고자 하는 성처럼 찍힌 사진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고환적출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에게 ‘발기는 되는지, 성적 충동을 느끼는지, 남자와 성관계를 해봤는지’ 등을 질문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이날 성별정정사무처리지침 제6조에 대해 “온전성에 대한 권리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 운명 결정권 및 성적 자기결정권 및 인격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한다”고 판단했다. 성별정정 심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지침의 제·개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의사의 소견서와 같이 다른 수단으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음에도, 직접 확인하겠다는 명목으로 신청자의 신체 사진이나 특정 부위의 사진, 또는 직접 관련이 없는 서류를 요구하거나 모욕감을 줄 수 있는 질문을 하는 것은 개인의 인격권이나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다만, 인권위는 성별정정허가신청 심리 과정에서 재판부가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는 재판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므로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고 이에 대한 진정은 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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