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머리띠' 대신 '실익' 챙긴다…현대차노조 설문 "파업" 14.7%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7년 현대차 노조가 울산공장 본관 광장에서 파업 집회를 열때의 모습. 연합뉴스

2017년 현대차 노조가 울산공장 본관 광장에서 파업 집회를 열때의 모습. 연합뉴스

다음 달부터 임금·단체협상을 시작하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조합원 상당수가 '파업' 투쟁보다는 '실익'을 챙기는 효율적인 협상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여차하면 파업 등 실력 행사부터 하려던 예전 모습에 변화 조짐이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4일과 25일 이틀간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지난달 전국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단체협상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경기 남양연구소와 울산·아산·전주 등 전국 사업장별 조합원 5만여명 가운데 무작위로 선별한 5564명 일반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교섭 전략'을 묻는 말에서 '파업' 투쟁 필요성을 언급한 조합원은 14.7%에 그쳤다. 이 중 9.2%는 '임금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강력한 투쟁, 강경 대응'이라는 의견을 냈지만, 5.5%는 '파업투쟁은 해야 하지만, 해 넘기는 투쟁은 하지 않고 협상에 최선 다해야'라고 답했다. 조합원 80% 이상은 현장과 소통 강화'(44.4%), 소모적 교섭 지양(40.3%)을 선호했다.

큰 투쟁 11.9% 파업 지양 24%  
'투쟁 전술(방법)'에 관해 묻는 설문에선 "전 조합원 울산 집결, 큰 투쟁(11.9%)이나, 여러 날에 걸쳐 투쟁(10.9%)"이라는 응답은 20%를 넘기는 수준이었다. 반면 "각 지역 실정에 맞게 투쟁(27.6%), 2~4시간 파업보다 8시간, 1일 파업투쟁(24.5%), 임금 손실 발생함으로 파업 지양(24%)" 같은 의견이 많았다.

2018년 당시 파업으로 일찍 퇴근하는 현대차 근로자들의 모습. 연합뉴스

2018년 당시 파업으로 일찍 퇴근하는 현대차 근로자들의 모습. 연합뉴스

'실익'에 대해선 분명한 생각을 드러냈다. 복수응답으로, 단체교섭 안건 중 먼저 다뤄야 할 주제를 묻자 상여금 800% 요구(2994명), 성과금 지급 기준 수립(2551명), 각종 수당 현실화(2268명)라는 의견이 쏟아졌다. 고용안정(2238명)과 임금피크제 폐지(1231명) 의견도 많았다.

협상 '효율'을 고민한 듯한 의견도 나왔다. 호봉제 관련, 59.4%는 "어떤 일이 있어도 호봉제 사수"라고 답했다. "호봉제가 논란되지 않도록 의제로 삼지 말아야"라고 답한 조합원도 7.9% 나왔다.

협상을 마무리할 시기를 묻는 조사에서 '여름 휴가 전'이라는 응답이 35.2%로, '타결 시점에 연연해서 안 된다'는 의견(31.1%)을 앞질렀다. 추석 전(25.3%)과 연말 내(6.9%) 등이 다음 순이었다.

정년연장에 대해선 42.7%가 '국민연금 개시 연동한 정년연장'을 원했다. 현대차 정년은 만 60세다. 하지만 61세부터 숙련재고용이라는 제도로 정규직이 아닌 촉탁계약직 신분으로 1년 더 근무한다. 이를 63세까지 늘려야 한다는 뜻이다. 이밖에 임금구조 개선 부분에 대해서는 '기본급 강화(호봉구간 상향 등)를 통한 안정화 된 임금확보'(49.9%), '전 직군 완전 월급제 시행' (25.5%) 등의 의견이 많았다.

노조 간부들은 '파업' 거부감 적어
반면 앞서 노조 확대 간부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선 70%이상이 '파업투쟁을 해서라도 임금피크제 폐지 등 노동조합 요구안을 모두 쟁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서울시내 한 현대자동차 대리점. 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현대자동차 대리점. 연합뉴스

사무직을 포함해 현대차 평균 연봉은 2021년 기준 9600만원 정도다. 근무 시간에 따라 생산직 평균 연봉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생산직 연봉 수준이 최근 공개된 적은 없다. 2016년 공개된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생산직 평균 연봉은 9만400달러(약 1억1888만원) 정도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