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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진상이 해줬다 했다"…특혜 논란 호텔 시행사측 증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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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수사 중인 ‘성남시 정자동 H호텔 특혜 의혹’과 관련, 호텔 시행사에서 일했던 전직 직원들에게서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의 역할이 상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해당 직원은 중앙일보에 “호텔 추진 과정에서 이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혜택이 많았는데, 회사 수뇌부가 ‘정진상 비서관이 해줬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정책비서관을 맡았다. 뉴스1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정책비서관을 맡았다. 뉴스1

"모두가 '정진상' 덕분인 걸 알았다" 

 베지츠종합개발 황모 대표는 2013년부터 ‘성남시에 호텔이 필요하다’며 연구용역 보고서를 제출한 뒤 실제 인허가까지 받아내 지난해 11월 H호텔을 준공했다. 자연녹지로 묶여 있던 부지가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되고, 당초 가족형 레지던스로 사업 승인을 받았다가 특급호텔로 바뀌는 과정에서 각종 특혜 논란이 일었다. 특히 베지츠가 30년 간 토지 임대 후 원한다면 매입할 수 있는 ‘매수청구권’ 조항은 당시 시의회에서도 “전례 없는 특혜”라는 지적이 나왔던 대목이다.

이에 대해 당시 베지츠에서 근무했던 복수의 직원은 “아무도 ‘정진상’이란 이름을 대놓고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정 비서관 덕분에 인허가를 받고 사업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 “해당 부지가 워낙 금싸라기 땅이라 내부에서도 ‘이게 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다 이뤄져서 놀라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황 대표와 정 전 비서관의 관계를 눈치 챈 외부인들의 투자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베지츠가 성남시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초 베지츠 자본금은 14억 4000만원이었다. 호텔 공사비는 약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부동산 개발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H호텔 일대(구 백현유원지)는 서울로 들어가는 고속도로와 인접해 예전부터 눈독 들이는 사업자가 많았다. 인지도 없는 자본금 14억원 회사에 수의계약으로 사업권을 준 것은 누가 봐도 특혜를 의심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남시와 베지츠 전직 직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황 대표는 안태준 전 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사장의 소개로 정 전 비서관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황 대표가 베지츠 외에 운영하는 컨설팅 업체는 주로 성남시에서 연구용역 일감을 받아왔는데, 안 전 부사장은 해당 업체 사내이사로 재직했었다. 황 대표와 안 전 부사장이 먼저 친해지고, 이후 정 전 비서관이 관계를 맺었다는 이야기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중앙포토

수원지검 성남지청. 중앙포토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성남지청(지청장 이창수)은 황 대표와 정 전 비서관의 관계를 밝히는 게 특혜 의혹의 규명의 열쇠라고 보고 기초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있다. 2015년 11월 성남시와 베지츠 간 토지 대부계약을 맺을 당시 실무자였던 성남시청 회계과 직원들을 지난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정진상 비서관이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와 ‘베지츠가 외국인투자기업 인증을 통해 토지 대부료를 감면 받은 경위’ 등을 집중 조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베지츠 측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사업을 진행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황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사건에서도 정 전 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차병원에 불법 후원금을 요구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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