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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영환의 지방시대

다음달 PT가 부산 엑스포 유치의 분수령…승부는 이제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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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오영환
오영환 기자 중앙일보 지역전문기자

박형준 부산시장 인터뷰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결정이 반년 앞으로 다가왔다. 큰 분수령인 국제박람회기구(BIE)의 현지 실사는 지난 3월 초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시작으로 부산(4월 초), 이탈리아 로마(4월 말) 순으로 끝났다.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 오데사에 대한 조사는 3월 말 파리 BIE 본부에서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실사단에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는 게 한결같은 평가다. 결정적 순간에 모두 하나 되는 대한민국의 힘과 부산의 매력, 시민의 열정을 한껏 과시했다.

다음 관문은 6월의 BIE 총회다. 4개국 실사 보고서가 179개 회원국에 회람되고, 4차 프리젠테이션(PT)이 진행된다. 더불어 물밑 외교전은 더욱 치열해졌다. 지난 연말까지 171개국이던 회원국이 5개월 새 8개국이나 늘어난 것은 그와 맞물려 있을지 모른다. 8개국은 중동·아프리카·동남아·중남미에 분포하고 있어 유불리를 따지기가 쉽지 않다.

중앙·지방·기업·국회 원팀 이뤄
국가별로 맞춤형 대응 본격화
아프리카에 우리 노하우 전수
현재는 부산·리야드 박빙 분석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지난달 4일 부산역 광장에 도착해 환영 나온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송봉근 기자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지난달 4일 부산역 광장에 도착해 환영 나온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송봉근 기자

우리나라는 유치 열기와 염원을 바탕으로 올 11월 쾌거를 이뤄 올림픽·월드컵·엑스포의 3대 메가 이벤트를 모두 개최하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남은 변수는 무엇이고, 이번 과정은 지자체 부산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유치전의 전면에 선 박형준 부산시장을 지난 19일 만나보았다. 박 시장은 해외 순방의 구체적 내용과 향후 계획에 대해선 전략 노출을 이유로 말을 아꼈다.

지지 도시 결정 못 한 회원국 다수

박형준

박형준

엑스포 유치 활동의 전체적인 그림이 궁금하다.
“중앙·지방 정부, 기업, 국회 등이 대한민국의 원팀이 돼 역할 분담을 통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부산 지역 기업들도 유치 후원금 기부 릴레이로 응원과 지지에 나섰다. 부산은 BIE 실사에서 엑스포 개최를 위해 모든 것을 갖춘 도시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마지막까지 열과 성을 다하겠다.”
BIE의 4개국 실사 후 회원국 표심을 어떻게 보나.
“아직 지지 도시를 결정하지 못한 회원국이 다수 있어 적극적으로 부동표를 잡아야 할 때라고 본다. 경쟁국이 전통적인 우호국을 상대로 지지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고, 활동도 비공개로 진행 중이다. 6월의 4차 PT는 실사 보고서와 발전도상국 지원 사항 등이 회원국에 공유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만큼 또 하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승부처는 어디인가.
“대통령 특사로 지난 3월에 이어 이번 달에도 아프리카를 방문했다. 아프리카가 BIE 회원국 수(지난해 말 기준)에서 유럽(48국)에 이어 두 번째(46국)로 많은 전략 지역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북부 일부를 제외한 다수국이 아직 표심을 굳히지 않았다고 본다. 오는 9월 부산에서 개최하는 한국·아프리카 경제협력(KOAFEC) 장관급 회의에서 한국의 개발 경험을 전수하고자 한다.”

박 시장은 유치전에서 ‘부산 이니셔티브’를 제시해 호응을 받는 점을 강조했다. 부산 이니셔티브는 디지털 불평등, 기후변화 위기, 보건 격차, 식량 불안, 교육 기회 격차 등 글로벌 공동 과제에 대해 한국의 경험과 발전 노하우를 공유하고 해결하는 프로젝트다. “우리는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유일한 나라여서 발전도상국과의 접점이 많다”며 “글로벌 중추 국가가 되려면 이들 나라가 우리와 교류·협력을 하고 싶어하고, 우리한테 고맙도록 인식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직설적인 질문이지만 유치 가능성은.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남은 6개월 동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승부가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엑스포 유치의 판세는 부산과 리야드가 박빙이라는 분석이 많다.

남부권 발전축 구축할 계기 돼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부산의 엑스포 유치전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의미가 적잖은 것 같다.
“대한민국은 수도권 한 바퀴로만 돌아가고 있다. 이제 남부권이라는 또 하나의 바퀴를 만들어야 한다. 남부권이 활성화돼 대한민국이 양축을 갖고 두 바퀴로 굴러가는 나라가 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이 남부권 발전축 구축에 엑스포가 크게 기여할 것이다. 가덕신공항과 대구경북신공항도 보완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본다. 광역교통망을 통해 대구와 경북을 포함한 남부권을 1시간 내로 하나로 묶을 수 있다. 작은 데서 경쟁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구상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남부권이 메트로폴리탄 경제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엑스포가 그런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를 계기로 현행법상의 메가시티 계획인 부산·울산·경남(부울경) 특별연합이 무산되고, 대신 경제동맹을 추진하고 있는데.
“경제동맹이나 특별연합은 내용적으로 거의 같다. 경남이나 울산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특별연합을 반대했다. 중앙에서 권한은 내려주지 않고 틀만 하나 더 만들어 옥상옥이 되고, 해마다 200억원가량의 행정 비용도 든다는 것이다. 이것도 일리가 있는 면이 있기에 우리(부산)가 수용하는 대신, 경제동맹을 하자고 해서 열어 놓고 하고 있다. (3개 단체 간) 인프라 공동 구축, 연구 개발, 산업적 분업 등을 깊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것은 다하고 있다. 부울경은 보다 유연하고 견고한 협력 방식인 경제동맹을 통해 수도권에 대항하는 또 하나의 성장축을 만들 것이다.”
‘금융허브 부산’의 꿈은 영글고 있는가.
“부산은 국제 물류도시다. 세계 2위 환적항과 세계 7위 컨테이너항을 갖고 있다. 항구도시가 금융 기능을 갖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금융 도시 프로젝트가 오래전부터 시작된 이유다. 하지만 서울의 강력한 흡인력 때문에 부산은 국제금융도시로의 기능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그를 위해선 정책금융 기능을 하는 기관이 내려와야 한다. 산업은행 유치는 그 일환이다. 산은이 남부권 신산업 육성을 위해 정책금융 역할을 해주면 금융허브가 하나 더 생길 수 있다. 부산이 홍콩이나 두바이가 됐다고 하면 남부권 전체가 먹고산다. 부산을 물류와 금융이 결합한 도시로 만드는 게 우리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