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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조가 있는 아침

(176) 가을 서운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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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가을 서운암
전연희(1947∼ )

-큰스님 뵈어온 지 삼십 년이 지났어요-
-지금 와 어쩌라고- 히히 호호, 호호 히히
귀 밝은 감나무 화르르 산문까지 발갛다
-다시 토르소(책만드는집)

오, 나의 부처님!

한국 3대 사찰 경남 양산 통도사의 19암자 중 하나인 서운암은 조계종 종정인 성파 큰스님이 계신 곳이다. 종정께서는 시조 짓기를 즐겨 하시고, 좋은 시조를 쓴 시인에게 상도 주어왔다. 1999년에 성파시조문학상을 받은 전연희(全蓮喜) 시인이 스님께 그런 인연을 말했나 보다. 그에 대한 대답을 스님의 시조 ‘서운암’에서 인용했다. “히히 호호, 호호 히히”로 답하는 탈속의 언어. 동심 어린 그 대답을 산문의 감나무까지 알아듣고 발갛게 물들었다니…….

스님께서는 지난 17년 동안 ‘화중련’이란 반년간 시조 잡지를 내오셨는데 원고료 대신 유명한 서운암 된장이나 고추장을 보내주셨다. 스님께서는 또 팔만대장경을 도자로 만드셨는데, 도자 대장경은 한 면만 새기다 보니 앞뒤로 새긴 목판 대장경의 두 배인 16만장이다.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종정 예하와의 일화를 다룬 시조를 읽는 감회가 새롭다. 고대 북인도에서 왕자님으로 태어나신 부처님. 얼마나 많은 사람을 번뇌에서 건져내시고 어루만져주셨던가. 나의 부처님!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