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불법 행위 엄단하되 집회의 자유 침해 소지는 없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국민의힘과 정부가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 신고를 제한하는 등 집회 및 시위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가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 신고를 제한하는 등 집회 및 시위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정부·여당, 불법 전력 단체 집회 신고 제한 등 추진

소음 기준 강화 필요…허가제 금한 헌법 취지 새기길

정부와 국민의힘이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가 또 집회 신고를 할 경우 집회를 제한하고, 출퇴근 시간대 도심 도로에서 여는 집회·시위를 막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0시~오전 6시 집회를 제한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소음 규제 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집회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핵심적 기본권이다. 이를 제한하려는 어떤 시도도 민주주의 훼손”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부·여당의 대책 발표는 최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벌인 1박2일 ‘노숙 집회’가 계기였다. 이틀에 걸쳐 서울 도심부 교통에 혼란을 일으켰고, 야간 집단 노숙 과정에서 술판을 벌이거나 방뇨 흔적까지 남겨 시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는 어떤 불법도 방치·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출퇴근 시간대 집회·시위로 고통을 겪거나 과도한 확성기 소음으로 일상에 지장을 받는 일이 흔해 보완책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신고를 제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허가제’로 바꾸려 한다는 논란을 낳고 있다. 우리 헌법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적시하면서 집회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못 박고 있다. 당정은 타인의 권익이나 공공 안전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게 명백한 경우 제한하겠다지만, 기준에 대한 시비가 일 수 있다.

야간 시위 금지와 관련해선 헌법재판소가 2009년 ‘해 뜨기 전이나 해 진 후 옥외집회·시위 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전면 허용됐었다. 이후 2014년 헌재가 일몰 후 자정까지 제한에 대해서만 위헌으로 판단해 새벽 시간대 금지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를 포함해 시민 불편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 주길 바란다.

폭력을 동반하거나 신고사항을 지키지 않는 등 불법 행위에 엄정 대처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찰의 대처에 느슨해진 면이 있다면 시정해야 한다. 동시에 대책 마련 과정에서 표현과 집회의 자유가 훼손될 소지는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1984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 전당대회장 밖에서 극좌 단체 관계자가 성조기를 불태웠다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주고등법원은 『권리장전』으로 불리는 연방 수정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무죄 판결했다. 연방대법원도 “표현 행위를 제약하려면 불법행위를 즉시 선동할 경우여야지 잠재 가능성만으론 안 된다”며 무죄로 봤다. 그만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들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