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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깡통전세 공포에…정부, 대출 완화 카드 만지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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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정재 국토법안심사소위원장이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 심사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정재 국토법안심사소위원장이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 심사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하반기에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에 근접하는 이른바 ‘깡통전세’ 물량이 대거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전세금 반환 목적의 대출에 한해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도 규제 완화를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24일 금융당국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전세금반환 대출에 한해서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주택담보 인정비율(LTV) 같은 대출 규제를 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1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기자간담회에서 “(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을 터주자는 데 금융당국과 공감대가 있다”고 밝혔다.

전세금반환 대출은 주택을 담보물로 해 돈을 빌린다는 점에서 주택담보대출과 동일하다. 각종 대출규제도 기존 주택담보대출과 동일하게 받는다.

문제는 최근 역전세난에 전세금 반환이 어려워지면서 발생했다. 새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구하더라도 기존 세입자의 전세금을 되돌려 줄 수 있는 정도의 임대보증금을 받지 못하자 차라리 “대출을 받아서라도 전세금을 반환할 수 있게 하자”라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대출 규제가 문제가 됐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 대비 임대보증금의 비중이 올라간 만큼, 빚을 내 보증금을 반환하려면 DSR과 LTV 같은 대출 규제를 조건부로 풀어 대출 한도를 늘려줘야 한다.

전세보증사고

전세보증사고

하지만 대출 규제 완화로 임차인(세입자)의 권리가 더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은 고민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세금반환 대출로 기존 세입자는 전세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이후 들어오는 세입자는 은행이 선순위로 근저당권이 설정된 주택을 임차해야 한다”면서 “이럴 경우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임대보증금을 받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전세금반환 대출 확대가 금융사에 부실 대출을 떠넘기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전세금반환 대출은 임대인(집주인)이 갚지 못하는 전세금을 대출로 갚게 하는 것이다. 임대인이 돈을 빌리는 주체가 임차인(세입자)에서 금융사로만 바뀔 뿐, 집값 하락에 따른 대출 부실 문제는 그대로 남게 된다.

임대보증금을 이용해 무리하게 ‘갭투자(임대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것)’한 사람을 은행들이 구제해줬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시적으로 전세금 대출을 늘려주는 것은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면서 “정부가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없는 월세를 지원하거나, 장기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해 전세제도 문제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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