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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미슈스틴 러 총리 회담…中, 29개월만에 대러 무역 흑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미하일 미슈스틴(왼쪽) 러시아 총리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4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미하일 미슈스틴(왼쪽) 러시아 총리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공식 방문한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와 회담을 갖고 중·러 경제협력을 다짐했다고 관영 신화사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매머드급 경제대표단을 구성해 중국과의 경제 관계 강화에 주력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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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상호 핵심이익에서 확고한 지지를 유지하고, 유엔·상하이협력기구(SCO)·브릭스·주요 20개국(G20) 등 다자 무대에서 협력을 강화할 용의가 있다”며 “에너지, 상호연결 등 협력의 기본 기반을 계속해서 확대하겠다”며 외교와 경제 특히 에너지 협력을 강조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몽골을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으로 중국에 보내는 ‘시베리아의 힘-2’ 추진을 위한 협의도 이날 열린 리창(李強) 중국 총리와 회담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중·러 정상회담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2030년까지 러시아 가스 최소 980억㎥와 1억 톤의 액화천연가스를 공급하겠다”며 “몽골을 통과하는 ‘시베리아의 힘-2’ 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베리아의 힘-2’ 파이프라인의 연간 운송 능력은 500억㎥에 달한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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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상하이로 입국한 미슈스틴 총리는 중·러 비즈니스 포럼 기조연설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자국 화폐로 결제함으로써 양자 금융 협력의 독립성을 제고하고 경제 주권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미슈스틴 총리는 2022년 러시아는 전례 없는 대외 제재를 받았다면서 제제의 목적은 러시아 경제를 파괴하고 국가 화폐를 붕괴시켜 궤멸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일반 국민의 생활에 타격을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24일 보도했다. 미슈스틴 총리는 “우리는 생존했을 뿐 아니라 계속 발전하고 있다”면서 서방 측 제재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24일 리창(오른쪽) 중국 국무원 총리가 미하일 미슈스틴(왼쪽) 러시아 총리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4일 리창(오른쪽) 중국 국무원 총리가 미하일 미슈스틴(왼쪽) 러시아 총리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의 이번 방문에는 3명의 부총리와 5명의 장관, 대기업 총수를 포함한 약 500명이 대형 전세기로 함께 했다. 환구시보는 이를 “러시아 정부의 해외 회의”라고 묘사했다.

미슈스틴 총리는 미국 주도의 금융 제재 회피를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도착 첫날 상하이에 위치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신개발은행 본부를 찾아 지난 3월 신임 행장에 취임한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총리는 “브릭스 신개발은행의 주요 설립 목적의 하나가 브릭스 회원국 사이의 경제 무역이 서방 집단의 불법 제재 영향을 피하도록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대만 연합보가 보도했다.

미슈스틴 총리는 중국과의 무역 확대, 특히 에너지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베이징과 에너지 협력은 ‘러시아의 무조건 우선 사항’이라며 천연가스, 액화천연가스, 석탄 수출이 전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고 강조했다.

서구의 러시아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러 무역은 폭발적 증가세다. 중국 해관총서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국은 대러시아 수출 96억 달러를 기록, 지난해 4월(약 37억8400만 달러) 대비 254% 급증했다. 지난 2020년 11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대러 무역 흑자 전환이다. 중국은 지난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이 급증하면서 382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봤다. 지난해 중·러 무역총액은 1903억 달러로 전년 대비 29.4% 증가했다. 올해 1~4월 무역액은 전년 1~4월과 비교해 41.3%의 성장세를 보인다.

이번 미슈스틴 총리의 방중은 두 가지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제재 강화에 맞서는 효과가 첫째다. 또 다른 효과는 서방의 여론 공세에 대한 반박이다. 지난 18~19일 중국 시안(西安)에서 개최된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담을 겨냥해 서구 언론이 중·러 관계의 틈새 도발을 노렸지만, 러시아는 이번 미슈스틴 총리의 중국 방문이 가장 효과적인 반박 효과를 거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슈스틴 총리의 방중으로 중국의 중재외교가 퇴색했다. 올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회복에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중국이 과시했던 중재외교는 설득력을 잃게 됐다. 23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리후이(李輝) 유라시아 특사가 프랑스 외교부 국장급과 회담을 가졌다고 중국 외교부가 발표했지만 내세울만한 성과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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