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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가던 40대 심장 살렸다…삼성병원 인공심장 수술 100례 달성

중앙일보

입력

박상곤(42)씨는 6년 전 희귀질환인 사르코이드증을 진단받았다. 합병증으로 말기심부전과 부정맥(불응성 심실빈맥) 등이 왔다. 박씨는 “부정맥이 심해지면서 응급실에 여러 차례 왔다 갔다 했다. 시술도 받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라며 “계단을 4, 5개 올라가기 힘들었고 나중엔 5분 걷기도 버거워 내 심장으론 일상이 불가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4월 초부터는 병원에 입원해 누워만 지냈다. 그러다 4월 17일 체내형 심실 보조장치, 일명 인공심장이라 불리는 하트메이트(heartmate) 수술을 삼성서울병원에서 받고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박씨는 “수술 직전 부정맥이 심할 때는 이틀 연속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라며 “수술 한 달여가 지났는데 부정맥이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아침마다 50분씩 걷고 계단도 오른다”고 했다. 박씨는 “언제 심장이 멈출지 몰라 늘 불안했는데, 이제는 말 그대로 살 만해졌다”라고 했다.

지난 2021년 삼성서울병원 심부전팀이 싱가포르 국립심장센터, 일본의 국립심혈관센터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하트메이트 우수센터'로 지정된 것을 기념해 의료진들이 각오를 다지는 모습. 사진 삼성서울병원.

지난 2021년 삼성서울병원 심부전팀이 싱가포르 국립심장센터, 일본의 국립심혈관센터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하트메이트 우수센터'로 지정된 것을 기념해 의료진들이 각오를 다지는 모습. 사진 삼성서울병원.

박씨는 삼성서울병원의 하트메이트 수술을 받은 100번째 환자다. 하트메이트는 심장의 좌심실 기능을 돕는 크기 5.5㎝, 무게 200g인 펌프를 삽입해 전신에 피를 공급하도록 돕는 보조장치다. 몸 밖으로 연결된 전선을 통해 배터리로 작동한다. 삼성병원은 국내 최초로 이 수술 100례를 달성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수술은 심장이식을 장기간 대기해야 하거나 나이, 폐동맥 고혈압 등 여러 조건으로 심장이식이 불가능한 중증 심부전 환자에게 유일한 대안이다. 심부전은 혈액을 순환하는 펌프 역할의 심장이 손상돼 온몸으로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심부전의 5년 생존율(입원 환자)은 55%로 대부분의 암보다 낮다. 조양현 삼성병원 심장외과 교수는 “대부분 말기 심부전 환자가 이 수술을 많이 받는다”라며 “나이가 많거나 다른 병이 있어 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기 어려운 경우에 이런 수술을 한다”고 말했다. 보조장치를 달더라도 본인의 심장 기능 30% 정도는 필요한데 박씨는 부정맥이 심해 그러기 힘들었다. 난도 높은 수술이었지만 결과가 좋았다. 조 교수는 “(박씨는) 안 좋은 조건이었는데 그간 축적된 경험 덕에 부정맥을 없애는 수술을 하면서 성공적으로 인공심장 수술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심부전팀은 인공심장 관련 최초 기록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지금은 3세대 인공심장인 하트메이트3가 쓰이는데, 2012년 도입된 2세대 하트메이트2 인공심장 수술도 처음 성공했다. 이후 2020년 9월 국내 병원 최초로 하트메이트3 수술을 해냈고 꾸준히 수술 건수를 늘려 이번에 100례를 이뤘다.

하트메이트 100건을 포함해 삼성병원이 지난 10년간 시행한 인공심장 수술 건수는 156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인공심장 수술 후 심장이식을 한 환자가 55명, 심장을 이식받지 않고 인공심장 상태로 건강히 잘 버티고 있는 환자가 71명이다.

최진오 순환기내과 교수(심부전팀장)은 “하트메이트 인공심장은 심장이식과 비교해 5년 생존율도 거의 비슷하다”라며 “단순히 수술 성공뿐 아니라 장기 생존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학제 팀과 세 명의 심부전 전문 간호사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조양현 심장외과 교수는 “고위험 의료기기를 쓰려면 의료진 교육도 해야 하고 기계도 사는 등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라며 “열정을 가진 의사도 있었지만, 병원에서 어렵고 생소한 중증질환에 투자하고 관심 가진 결과”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다른 병원들에서도 잘하고 있지만, 더 많은 선생님들에게 경험을 전수해 전국 말기 심부전 환자를 살리고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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