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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깜짝 방문한 정의선…소맥잔 안 닿자 "와이파이" 외쳤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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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연세대 경영대 강의실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수업 참관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세대 제공]

지난 11일 서울 연세대 경영대 강의실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수업 참관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세대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서울 신촌의 연세대를 찾아 경영학과 학생들의 토론 강의를 참관했다. 정 회장은 이날 수업을 마치고 늦은 시간까지 학생들과 뒤풀이를 할 정도로 소탈하고 격의 없는 면모를 보였다고 한다.

현대차 분석 강의에…정의선 “이해도 높아 놀랍다” 

24일 연세대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11일 이무원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의 전공 수업에 깜짝 방문했다. 강의 후에는 정 회장과 학생들 간 현대차그룹의 혁신과 비전에 대해 100분여 동안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학생들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생태계가 변화하는 격변의 시기에 현대차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 또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양쪽을 모두 잘해내야 하는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주력 사업과 신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조직 형태)의 과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과 의견을 쏟아냈다고 한다.

특히 학생들 사이에서는 그간 ‘군대식 조직’으로 평가받던 현대차가 이제는 상향식(바텀업) 의사결정 구조로 변화해가야 하고, 수평적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기회를 잡으려면 단순히 빠르고 효율적 의사결정을 넘어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할 수 있는 역량이 구축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사례의 주인공인 정 회장은 송호성 기아 사장, 김흥수 현대차그룹 부사장 등 참석한 임원진들과 함께 학생들의 분석을 귀담아들은 뒤 “현대차그룹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놀랍고 고맙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모든 사람을 편안하게 해 드리고 싶다”며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이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평소 기업의 본질적 사명으로 강조해온 ‘인류의 삶과 행복에 대한 기여’를 재차 언급한 것이다.

지난 11일 서울 연세대 경영대 강의실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앞줄 오른쪽 셋째)과 이무원 연세대 교수(앞줄 오른쪽 첫째) 등이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세대 제공]

지난 11일 서울 연세대 경영대 강의실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앞줄 오른쪽 셋째)과 이무원 연세대 교수(앞줄 오른쪽 첫째) 등이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세대 제공]

이날 수업은 현대차그룹과 정 회장의 비전과 혁신을 심층 분석한 ‘현대차그룹: 패스트 팔로어에서 게임 체인저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자동차 제조업을 넘어 전동화, 수소, 로보틱스, 인공지능(AI),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 분야에서도 비전을 구체화해가고 있는 정 회장의 ‘비저너리(Visionary)’ 리더십과 현대차그룹을 경영학적으로 연구한 저작물이다.

이 저작물은 이 교수가 윌리엄 바넷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와 공동 집필했다. 특히 이 교수는 2003년 현대차의 미국 진출을 시작으로 2008년 현대차의 중국 진출 등 총 3회에 걸친 현대차그룹 관련 저작물을 발표할 정도로 깊이 있게 조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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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까지 이어진 술자리…‘와이파이’ 외쳤다 

참석자들은 이날 수업의 백미는 ‘뒤풀이’였다고 입을 모았다. 주종은 소맥과 소주였다. 특히 정 회장이 멀리 앉은 학생들과 잔을 부딪치지 못하자 “와이파이”(서로 와이파이 수신하는 것처럼 잔을 들고 마주 보는 상황을 일컫는 신조어)라고 인사를 대신해 학생들이 환호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 학생은 “대기업 회장이라 편견이 있었는데 젊은 감각에 모두 깜짝 놀랐다”고도 전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고려대 졸업식에서 영상을 통해 축사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고려대 졸업식에서 영상을 통해 축사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회식에서 정 회장은 청년들의 진로나 삶의 방향 등의 문제를 논의하고 깊이 공감했다고 한다. ‘MZ세대’도 화두로 언급됐다. 정 회장이 테이블마다 잔을 들고 다니면서 격의 없이 이야기를 건네자 밤 10시까지 뒤풀이가 이어질 정도로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정 회장이 대학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 회장은 지난해 모교의 고려대(경영학과 89학번) 졸업식에서 축사를 했다. 당시 선대회장인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신념을 소개하며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도전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도전정신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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