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공약 ‘야간로스쿨’ 도입 추진…‘금수저 로스쿨’ 대안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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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로스쿨 재학생이 손목보호대를 하고 답안 작성을 연습하는 모습. 중앙포토

한 로스쿨 재학생이 손목보호대를 하고 답안 작성을 연습하는 모습. 중앙포토

교육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야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을 위한 정책 연구를 시작했다. 주간에 운영하는 현행 로스쿨과 달리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로스쿨을 만든다는 취지다.

尹 공약인 ‘서민 로스쿨’…“일하면서 공부하는 미래형 로스쿨”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4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간 로스쿨 도입과 관련해 “직장인 수요가 많은데, 그런 부분들을 수용하기 위해 지금 연구 단계에 있다”며 “연구 용역을 맡겨 놨고, 관련 단체들이 검토하는 중”이라고 했다.

야간 로스쿨 도입은 윤 대통령의 ‘공정사회 만들기’ 공약에 포함돼 있다. 다양한 배경의 인재를 양성한다는 로스쿨 도입 당시 취지와 달리, 현행 로스쿨이 높은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로 변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공약집을 통해 “서민 로스쿨을 만들어 로스쿨 문을 활짝 열겠다”며 “로스쿨 입시에서 다양한 사회 경력자를 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야간·온라인 로스쿨 등 미래형 로스쿨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 내용 중 일부. 국민의힘 공약자료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 내용 중 일부. 국민의힘 공약자료실

비싼 학비, 대다수 20대…‘그들만의 리그’ 비판도 

비싼 학비와 높은 진입장벽 등 현행 로스쿨의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25개 로스쿨의 연평균 등록금은 1442만4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6만7000원(1.2%) 올랐다. 로스쿨 진학을 준비 중인 한 학생은 “부모가 3년 간 학비·생활비 등 최소 5000만원 이상을 지원해줄 수 있는 사람만 편한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입학생 연령은 20대 초중반에 쏠려 있다. 졸업 후 곧바로 로스쿨에 진학하는 학생이 절대 다수이기 때문이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로스쿨 입학생 중 절반(47.1%) 가량이 23~25세였다. 32~34세는 3.3%, 35세 이상은 1.9%에 불과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로스쿨에 입학한 한 학생은 “로스쿨 입시에선 학점과 같은 정량 평가 요소가 중요하기 때문에 사회 경험이 입학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며 “그러다 보니 학부 1학년 때부터 로스쿨 준비에 올인한 20대 초중반 입학생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야간 로스쿨, 법률 서비스 다양성 확대할 것”

법조계·교육계에선 야간 로스쿨 도입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도입을 환영하는 쪽에선 야간 로스쿨을 통해 법률 서비스 시장의 다양성이 확대되고,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에 재직 중인 한 과장은 “100세 시대에 제2의 직업을 찾기 위해서라도 야간 로스쿨이 생긴다면 도전해보고 싶다. 대학 졸업 당시에는 돈이 없었지만, 야간 로스쿨은 돈을 벌며 다닐 수 있다”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야간 로스쿨은 다른 직업에 종사하다 30대 중반 이후 변호사라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결과적으로 법률 서비스 시장의 다양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변호사 공급 과잉, 전문성 하락 우려”

반론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현행 로스쿨이 주간 로스쿨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학생들의 공부 시간을 고려하면 24시간 운영된다고 봐야 한다”며 “그런 학생들의 변호사 시험 합격률도 절반 정도에 불과한데, 직장을 병행하면서 변호사 시험을 준비한다는 것은 현실을 전혀 모르는 정책”이라고 했다. 올해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53%로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로스쿨 정원, 변호사 양성 규모를 두고 관련 단체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지금도 일부 로스쿨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야간 로스쿨이 생기면 더 어려워진다는 우려다. 지방의 한 로스쿨 교수는 “지금도 수도권에 비해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낮은 편인데, 수도권에 야간 로스쿨이 도입되면 인재들을 유치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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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수 확대에 대한 반발도 예상된다. 서울 서초동의 한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도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두고 학교들은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변호사 단체에선 합격자 수가 지나치게 많다고 반발하고 있다”며 “야간 로스쿨이 도입되면 변호사의 공급 과잉과 전문성 하락이 걱정된다”고 했다.

정부는 다양한 찬반 의견을 반영해 야간 로스쿨 도입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주호 부총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변호사 수, 합격률 등) 그 부분까지도 다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도 앞서 공약집에서 “미래형 로스쿨의 구체적 형태와 규모, 합격자 비율 등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조인 수급 상황과 로스쿨 학사관리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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