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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부터 옛것" 약과 불티나더니...매출 70% 뛴 41살 이 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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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전년 동기 대비해 1월엔 매출 58%, 2월 77%, 3월 71%, 4월 70% 상승-. 인기가 급상승 중인 신제품 얘기가 아니다. 1982년 출시됐으니, 올해 마흔한 살이 된 오리온 ‘땅콩강정’의 판매량이다.

전통 간식인 강정을 스낵으로 만든, 이름부터 포장까지 다소 예스러운 이 제품의 판매고가 갑자기 뛴 이유가 무엇일까. 오리온 관계자는 “워낙 장수 제품이라 그동안 뚜렷한 매출 변화가 없었는데 올해 들어 평균 70%라는 이례적인 증가세를 보였다”며 “요즘 떡이나 약과 등 전통 간식이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매출이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땅콩강정, 오징어땅콩, 선 등 출시 30~40년된 스낵이 '뉴트로' 트렌드에 힘입어 최근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24일 밝혔다.

오리온은 땅콩강정, 오징어땅콩, 선 등 출시 30~40년된 스낵이 '뉴트로' 트렌드에 힘입어 최근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24일 밝혔다.

24일 식품·유통 업계에 따르면 전통문화를 멋지고 새롭다고 인식하는 이른바 ‘힙트래디션(Hip+tradition·힙한 전통)’ 상품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의 한 약과 집이 주요 소셜미디어에서 유명세를 치르더니 ‘약켓팅(약과+티켓팅)’이라는 신조어가 생기는가 하면, 지난겨울에는 길거리 붕어빵 판매점 위치를 찾아주는 스마트폰 앱이 등장하기도 했다.

‘약과’가 편의점 전략 상품으로

업계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편의점 GS25는 이달 초 자체 약과 브랜드 ‘행운약과’를 론칭했다. 한발 더 나아가 ‘약과 연구소’도 만들었다. 식품 상품기획자(MD) 10여 명이 배치돼 이달 중순부터 약과를 도넛으로 재해석한 상품 등 다양한 약과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할머니 감성을 선호하는 요즘 세대를 일컫는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약과가 편의점 전략 상품으로 부상한 것이다.

GS25가 이달 중 출시할 예정인 도넛 모양 약과. 사진 GS25

GS25가 이달 중 출시할 예정인 도넛 모양 약과. 사진 GS25

앞서 지난달 중순 CU가 인기 카페와 협업해 내놓은 ‘이웃집 통통이 약과 쿠키’는 판매 시작 닷새 만에 준비 물량 10만 개가 매진됐다. 지난달 22일에는 ‘홍시를 넣은 빙수’를 출시하기도 했다. 경상북도 청도의 특산물 홍시를 넣은 빙수로 곱게 간 얼음에 홍시 과즙과 시럽을 넣어 달콤한 맛을 냈다는 설명이다.

20대 매출 증가세 눈에 띄네 

할매니얼 열기는 ‘숫자’로 확인된다. SSG닷컴은 올 1~4월 기준 약과·유과 등 한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고 이날 밝혔다. 오란다·영양갱 등 전통과자 매출도 같은 기간 25%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 출생) 매출 증가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과를 구매한 20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해 165%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30대는 50% 늘었다. 전통 과자를 구매한 20대도 전년 동기 대비해 90% 늘었다.

홍시를 넣은 빙수 등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과자, 빙과류 등의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CU

홍시를 넣은 빙수 등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과자, 빙과류 등의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CU

전통주 하이볼 9분 만에 ‘완판’ 

최근 젊은 층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볼’에도 전통의 입김이 스며들고 있다. 보통 위스키를 활용해 만드는 하이볼에 위스키 대신 전통주를 더하는 칵테일이 주목받으면서다. 지난 3월에는 SSG닷컴이 술 전문 유튜버 ‘술익는 집’과 함께 진행한 전통주 하이볼 세트 라이브 방송은 시작 9분 만에 준비 상품이 전량 완판됐다. 이날 9분 동안 올린 매출은 올 2월 한 달간 SSG닷컴 전통주 카테고리 총 매출을 웃돌 만큼 ‘대박’이 났다.

SSG닷컴이 지난 3월 유튜버 '술익는집'과 협업해 판매한 전통주 하이볼 세트. 사진 SSG닷컴

SSG닷컴이 지난 3월 유튜버 '술익는집'과 협업해 판매한 전통주 하이볼 세트. 사진 SSG닷컴

전통 과자나 디저트가 주목받고, 한국적인 것이 인기를 끄는 배경으로 ‘복고’ 트렌드가 자리잡고 있다. 옛것에 대한 향수를 넘어 전통을 새롭고 ‘힙’하게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신복고(뉴트로)’로 불리기도 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한국적인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이를 즐기는 데 익숙하다”며 “술이나 디저트는 일상에서 쉽게 소비할 수 있고, 기호에 맞춰 변형하는 등 재미를 줄 수 있는 여지가 많아 더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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