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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연 술판' 그도 꽂았나...'채용비리 혐의' 박지원·서훈 압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이 국가정보원(국정원) 유관기관에 지인들을 부정 채용한 혐의로 박지원(81) 전 국정원장과 서훈(69) 전 국가안보실장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올초 국정원이 자체 감사 중 채용 비리 의혹을 포착하고 수사를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대장 이충섭)는 24일 박 전 원장과 서 전 원장의 자택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본청 소재 국정원장 비서실장실, 기획조정실 등을 압수수색해 두 전 원장의 재임 시절 업무 및 채용 관련 기록 일체를 확보했다. 두  사람이 받는 혐의는 형법상 업무방해(채용비리)와 직권남용 등이다.

국정원장 재임 시절 채용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국정원장 재임 시절 채용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박지원, 보좌진 출신들 면접 없이 꽂은 의혹

박지원 전 원장은 2020년 8월 자신의 보좌진 출신 인사 2명을 국정원 유관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에 정당한 추천 절차, 서류 심사, 면접 등 없이 연구위원으로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박 전 원장이 채용 기준에 미달하는 이들을 원장 직권을 남용해 채용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국정원은 지난 2월 말 박 전 원장이 재임 시절 국정원의 원훈석(院訓石)을 국가안보법 위반으로 20년간 복역한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의 ‘어깨동무체(신영복체)’ 등으로 임의 교체한 데 대해서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어깨동무체는 소주 ‘처음처럼’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 ‘사람이 먼저다’에 쓰이며 유명해진 서체다.

국정원은 지난 2021년 박지원 전 국정원장 재임 시절 창설 60주년을 맞아 원훈(院訓)을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변경했다. 당시 교체된 원훈석(사진)의 서체가 ‘신영복체’로 드러나며 논란이 됐고 경찰이 이를 수사하고 있다. 현재 원훈은 중앙정보부 창설 때부터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시절까지 사용했던 초대 원훈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로 원복됐다. 사진 국정원

국정원은 지난 2021년 박지원 전 국정원장 재임 시절 창설 60주년을 맞아 원훈(院訓)을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변경했다. 당시 교체된 원훈석(사진)의 서체가 ‘신영복체’로 드러나며 논란이 됐고 경찰이 이를 수사하고 있다. 현재 원훈은 중앙정보부 창설 때부터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시절까지 사용했던 초대 원훈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로 원복됐다. 사진 국정원

서훈, 술판에 공금횡령한 인물 부정 채용 의혹

서훈 전 원장은 2017년 8월 전략연 채용 기준에 미달한 조모 씨를 연구기획실장으로 채용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서 전 원장이 전략연 인사 복무규칙 변경을 지시하고, 변경된 규칙을 토대로 조 씨를 채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략연 부원장까지 지낸 조씨는 지난해 공금 횡령과 갑질 등 여러 의혹이 보도되며 국정원이 자체 감사를 벌였던 인물이다.

국정원장 재임 시절 채용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서훈 전 국정원장. 뉴스1

국정원장 재임 시절 채용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서훈 전 국정원장. 뉴스1

구체적으로 조씨는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1년 여간 외부인 출입이 제한된 서울 강남구 도곡동 소재 전략연 사무실에 여성들을 불러들여 ‘술판’을 벌이는 등 사적으로 유용하고, 이 과정에서 10억원 이상의 공금을 횡령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 수사를 받았다. 조씨는 또 평소 직원들에게 자주 고함을 지르고 휴가·회식 등을 빌미로 ‘갑질’을 일삼아 직원들로부터 강요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경찰이 조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은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됐다.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금원 거래내역 등에 비춰볼 때 다툼의 여지가 있고, 피해액의 상당 부분은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기각 사유로 밝혔다. 이어 “증거 자료가 대부분 수집돼있는 점 등을 감안해 피의자를 구속할 사유와 상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강제수사를 받고 있는 박 전 원장은 2020년 7월부터 2022년 5월까지 35대 국정원장을, 전임인 서 전 원장은 2017년 6월부터 2020년 7월까지 34대 국정원장을 지냈다. 서 전 원장은 이후 자리를 옮겨 2022년 5월까지 4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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