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반나체 몸에 진흙 콸콸…트레비 분수 이어 또 난장판 된 로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트레비 분수에 먹물을 투척하는 등 과격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이탈리아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마지막 세대)’의 여성 활동가들이 23일(현지시간) 반나체로 자신의 몸에 진흙을 부으며 기후 위기에 관심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탈리아 환경단체 울티나 제네라치오네 여성 운동가 두명이 23일 로마 상원 앞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반나체인 자신의 몸에 진흙을 붓고 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 환경단체 울티나 제네라치오네 여성 운동가 두명이 23일 로마 상원 앞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반나체인 자신의 몸에 진흙을 붓고 있다. AP=연합뉴스

AP통신에 따르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의 활동가 11명은 이날 오전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 위치한 팔라초 마다마(마다마 궁전) 앞에서 기후 위기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시위를 벌였다. 마다마 궁전은 이탈리아 상원의사당으로 사용 중이다.

이날 여성 2명은 상의를 탈의한 채 짧은 반바지만 입고 자신의 몸에 진흙을 쏟아부었다. 다른 9명은 마다마 궁전의 외관과 문 등에 진흙을 부었다. 경찰이 여성들의 팔을 붙잡고 연행을 시도하자, 여성들이 반항하면서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활동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생태학 변화에 주목하라”고 외쳤다.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는 이날 성명을 통해 “에밀리아-로마냐주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 등으로 이 지역이 진흙에 압도당했다”면서 “우리 모두가 기후 위기와 관련한 극한 상황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 증명됐고 이에 대한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상 이변이 점점 더 심해지는데, 정부는 기후 위기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이번 홍수와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기후 위기 원인으로 꼽히는 화석연료에 대한 정부의 공공 보조금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홍수의 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 장관협의회가 열린 시간에 맞춰 반나체 진흙 시위를 감행했다.

이탈리아 기후 운동가들이 23일 로마에서 반나체인 채로 진흙을 퍼붓는 시위를 벌이고 경찰에 잡혀 거리 바닥에 누워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 기후 운동가들이 23일 로마에서 반나체인 채로 진흙을 퍼붓는 시위를 벌이고 경찰에 잡혀 거리 바닥에 누워있다. AP=연합뉴스

앞서 지난 16~17일 이틀간 이탈리아의 에밀리아-로마냐주에는 200∼500㎜의 물 폭탄이 쏟아지며 100년 만에 최악의 홍수 피해를 입었다. 20여 개의 강이 범람하고 수백건의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최소 14명이 사망하고 3만60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 지난해부터 지난달까지 극심한 가뭄으로 토양이 매우 건조해져 비를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진 상태였는데 갑작스런 폭우가 쏟아지자 홍수 피해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장기간의 가뭄 직후 심각한 폭우가 이어진 이번 자연 재해는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이라는 설명이다.

이탈리아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22일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 라벤나도의 파엔차에서 홍수로 쌓인 진흙을 치우고 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22일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 라벤나도의 파엔차에서 홍수로 쌓인 진흙을 치우고 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 현지 매체는 이번 진흙 시위가 울티마 제네라치오네와 대립하고 있는 이탈리아 극우 정치인 이그나치오 라루사 상원의장의 발언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월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는 ‘기후 위기’를 알리는 시위의 일환으로 상원 의사당 건물에 페인트를 칠했고, 이 일로 상원과 민사 소송을 벌이고 있다.

라루사 상원의장은 최근 “기후 활동가들이 일주일 동안 (홍수 피해를 입은) 에밀리아-로마냐주에서 진흙을 퍼내는 등 실제로 환경을 위한 일을 한다면, 그들에 대한 소송을 철회하도록 상원을 설득하겠다”고 발언했다. 기후 활동가들의 과격 시위가 사실상 ‘기후 위기 해결’과는 동떨어졌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울티마 제네라티오네는 라루사 상원의장에 항의하기 위해 상원 앞에서 진흙 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분수 먹물 테러에 명화 테러까지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관광 명소 스페인광장 내 바르카치아 분수에서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 소속 기후 활동가들이 먹물을 뿌리는 과격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관광 명소 스페인광장 내 바르카치아 분수에서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 소속 기후 활동가들이 먹물을 뿌리는 과격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울티마 제네라치오네의 과격한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1일 로마의 유명 관광지 트레비 분수에 ‘먹물 테러’를 했다. 활동가들이 트레비 분수에 뛰어들어 숯을 희석한 식물성 먹물을 쏟아부었다. 이달 초에는 로마 나보나 광장의 피우미 분수를, 지난달엔 로마의 스페인광장 바르카치아 분수를 검게 물들였다. 또 이달 초에는 로마 중심가에서 반나체로 도로 점거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에는 로마의 보나파르테 궁전 미술관에 전시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에 야채수프를 끼얹기도 했다. 세계 명화를 공격하는 방식의 시위는 이탈리아 외에도 독일·영국·네덜란드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편, 세계 각국에서 환경 보호를 외치는 기후 활동가들의 시위가 다양한 방식으로 격화되고 있다. 2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적인 석유 대기업 쉘의 연례 주주총회에는 그린피스를 비롯한 국제 환경단체 소속 운동가들이 몰려와 “쉘은 물러나라”고 외쳐 1시간가량 회의를 시작하지 못했다.

또 이날 스위스 제네바 국제공항에서도 기후 활동가들이 나타나 활주로를 점거하고 개인 항공기에 몸을 묶는 등의 시위를 벌여 1시간 정도 항공 운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