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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년 간 황제를 위해 생산”… 차(茶) 문화 전승자가 말하는 중국의 명차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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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제조공정 및 발효도 따라 6대 다류(녹차, 황차, 백차, 청차, 홍차, 흑차)로 구분한다.

차는 제조공정 및 발효도 따라 6대 다류(녹차, 황차, 백차, 청차, 홍차, 흑차)로 구분한다.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 차(茶)를 마시고 밥을 먹는 것과 같이 일상의 예사로운 일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특히나 중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차를 마신 민족답게 차 마시는 문화가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식전, 식후는 물론이고 텀블러에 따뜻한 차를 담아서 다니며 마실 정도다.

같은 찻잎이라도 기후 풍토에 따라, 제다 방식에 따라 수 백 가지의 맛을 내는 중국의 차는 지역별로 전통 제조 기술을 전승해온 이들에 의해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지난해 11월 29일, 유네스코는 5000년간 지속한 중국 차 제조 기술 및 관습을 '보존해야 할 유산'으로 보고 인류 무형 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했다.

세계 차의 날(5월 21일)을 전후로 서울에서도 중국의 차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23일, 주한중국문화원(서울 종로구 소재)에서 중국 차 제조 기술 및 관습 전승자(무형 문화유산) 2인을 만나 전승자가 하는 일, 명차의 특징, 차를 음미하는 방법에 관해 물어봤다.

2023년 5월 23일, 서울 주한중국문화원에서 열린 '차와 천하' 문화행사에서 중국 저장성 후저우 창싱현 구저쯔순차 제조 기술 및 관습 전승자 장원화가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주한중국문화원 제공

2023년 5월 23일, 서울 주한중국문화원에서 열린 '차와 천하' 문화행사에서 중국 저장성 후저우 창싱현 구저쯔순차 제조 기술 및 관습 전승자 장원화가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주한중국문화원 제공


쯔순차(紫笋茶, 자순차). 차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름부터 생소하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황제에게 오랜 시간 공물로 바친 명차(名茶)로 유명하다. 자줏빛(紫) 찻잎이 죽순(笋)처럼 생겼다 해서 쯔순차라 부른다. 이하 중국 저장성 후저우(湖州) 창싱현 구저쯔순차 제조 기술 및 관습 전승자인 장원화(張文華)와의 문답.

Q. 쯔순차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장원화(이하 장): 쯔순차는 차의 백과사전으로 통하는 《다경(茶經)》의 저자 루위(陸羽, 육우)가 황제에게 추천한 차다. 루위가 이싱(宜兴) 쯔순차를 맛본 뒤 궁궐에 차를 추천했고 당 숙종 시대부터 공물로 바치기 시작했다. 공차 양이 많아지면서 주 생산지였던 이싱뿐만 아니라 저장성 창싱현 구저(顾渚)에서도 제조하기 시작한 것이 '창싱 구저쯔순차'의 기원이다. 쯔순차를 한 마디로 소개하자면 중국 역사상 가장 오래된 공차다. 약 900년간 황제를 위해 전문적으로 생산된 차라고 볼 수 있다.

Q. 쯔순차는 한국인에게 낯설다. 맛이 어떤가?

장: 첫 한 모금을 마셔보면 향취가 정말 진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끝 맛은 더 좋다. 처음 한 모금이 진해 끝 맛이 잘 느껴지지 않을 법하지만, 곧장 존재감 있게 따라온다. 루위는 다경에서 쯔순차를 '향기롭고 달콤하고 맵다'고 묘사했다. 쯔순차의 이런 특징은 찻잎을 재배하는 자연환경과도 관련 있다. 찻잎이 산과 큰 호수가 있는 환경에서 자라는데 풍토 때문에 쓴맛이 덜하고 달콤한 맛이 난다.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아 색이 진한 것이 특징이다. 개인적으로 쯔순차는 달고 짠 다과보다는 담백한 비스킷이나 화과자와 곁들이는 것을 추천한다.

Q. 전승자는 어떤 일을 하는가.  

장: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나는 기예 전승자이기도 하지만 문화를 알리는 역할도 한다. 매년 수많은 학생에게 차 제조 공정을 가르친다. 어떻게 해야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는지 알려준다.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세계 각지에 중국 차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다.

Q. 차보다 커피를 즐기는 중국인이 많아졌다. 젊은 세대가 차 문화를 즐길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장: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와 식습관이 많이 달라졌다. 그래서 젊은 세대도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냉침차나 티백으로 즐기는 쯔순차 등 젊은 세대 입맛에 맞춘 제품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런 제품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다. 젊은 세대 선호가 높은 말차 제품도 두루 선보이고 있다.

Q. 현재 몸 담고 있는 차첸쿤(茶乾坤)이 '저장성 최초의 차 회사'로 신삼판(新三板)에 상장했다. 이 회사가 소비자와 시장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장: 가장 중요한 건 품질. 거기에 역사가 있기 때문 아닐까. 긴 역사가 있으면 스토리텔링 할 거리가 많아진다. 회사가 다양한 파생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도 주효했다. 제품 라인업이 풍부해 다양한 세대, 취향을 가진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었다. 앞서 말한 젊은 세대를 위한 티백 타입의 쯔순차가 그 사례다. 이 밖에도 쯔순차는 본디 녹차인데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홍차로 제다 방식을 변경해보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있다. 다양성을 기반으로 세계화에도 힘쓰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20개국에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Q. 쯔순차를 즐기는 팁을 전해달라.

장원화: 쯔순차는 차 품질에 따라 맛이 결정된다. 흔히 차를 우려 마실 때 권장되는 물 온도가 80~85도로 알려져 있는데 차 품질이 좋다면 100도 이상의 끓인 물을 부어도 맛을 해치지 않는다. 한마디로 좋은 차가 있다면 본인의 기호대로 즐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전통적인 방법이 있지만, 개인의 선호가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여러 번 차를 마셔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볼 것을 추천한다.


2023년 5월 23일, 서울 주한중국문화원에서 열린 '차와 천하' 문화행사에서 안지바이차 제조 기술 및 관습 전승자 옌룽훠가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주한중국문화원 제공

2023년 5월 23일, 서울 주한중국문화원에서 열린 '차와 천하' 문화행사에서 안지바이차 제조 기술 및 관습 전승자 옌룽훠가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주한중국문화원 제공

중국의 안지바이차(安吉白茶, 안길백차)는 중국에서 서호용정, 동해룡설, 앞서 소개한 고저자순(구저쯔순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차 중 하나다. 어린 시절부터 평생을 차와 함께 했다는 안지바이차 제조 기술 및 관습 전승자 옌룽훠(嚴榮火)는 차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Q. 안지바이차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옌룽훠(이하 옌): 차는 제조공정 및 발효도 따라 6대 다류(녹차, 황차, 백차, 청차, 홍차, 흑차)로 구분한다. 그런데 여기서 구분하는 바이차와 안지바이차의 바이차는 의미가 다르다. 안지바이차는 녹차다. 그런데 왜 바이차(백차)라고 부를까. 이유는 찻잎 색에 있다. 안지바이차의 찻잎을 수확하는 시기인 3월 중하순에서 4월 초순(약 20일간)은 기온이 낮다. 엽록소가 부족해 잎이 살짝 하얗다. 그래서 바이차라 부른다.

Q. 안지바이차의 맛이 궁금하다. 향취를 더 극대화하기 위해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옌: 안지바이차는 아미노산 함량이 높으면서 폴리페놀 함량은 적은 게 특징이다. 담백하지만 감칠맛이 나고 묵직한 바디감이 느껴지는 차다. 차에 흥미가 없는 사람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맛이다. 일반 녹차보다는 은은한 맛이라 특히 여성들이 좋아한다. 세네번 우려먹어도 향이 좋다. 안지바이차에 소금을 아주 소량 뿌리면 감칠맛이 극대화된다. 약간 짠맛이 있는 비스킷을 곁들이면 안지바이차의 진가가 더 돋보인다.

안지바이차 수확 및 제조 과정. 주한중국문화원 제공

안지바이차 수확 및 제조 과정. 주한중국문화원 제공

Q. 전승자로써 무슨 일을 하는가.

옌: 안지바이차를 홍보하기도 하지만 제작 기술 개선에 전념하고 있다. 안지바이차는 조상들의 기억에 의존해 제조 기법이 대대손손 이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정한 품질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여태껏 안지바이차를 수작업으로 만들어 왔다. 수작업은 말 그대로 하나하나 손수 만들기 때문에 시간과 공력이 많이 든다. 해서 생산량을 더 늘리기 위해 기계를 활용해 가공하는 법을 연구하고 있다. 기계가 수작업을 대체할 수 있게 말이다. 예를 들어 10명이 만든 차는 10가지 모양이지만 기계가 생산한 것은 모양이 균일할 거다. 미관이 나아지고 품질이 일정해진다는 장점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Q. 안지바이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인식되길 바라는가.

옌: 나는 바이차 나무 밑에서 자랐다. 일곱살 때 나무 위로 올라가 놀기도 했다. 열두 살 때부터 차를 만들기 시작했고 3년간 군 복역 기간을 제외하고 안지바이차가 일상이자 인생이 된 지 벌써 50년이 됐다. 안지바이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안지바이차는 다른 명차들과 비교했을 때 후발주자라 생각한다. 중국에서 안지바이차 재배 면적이 400만무 이상이 된 게 불과 40여 년밖에 안 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유구한 차 역사와 비교했을 때, 짧은 시간에 좋은 평판을 얻은 것은 매우 기쁜 일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안지바이차의 장점을 널리 홍보해서 세계인들이 안지바이차의 맛과 향을 음미하고 익숙해질 수 있도록 열성을 다해 홍보할 예정이다.

차이나랩 박고운, 임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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