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악질적" 비판…손님도 직원도 없는 양양 '유령공항'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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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강원이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을 중단한 지난 20일 양양국제공항 국내선 카운터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연합뉴스

조명 꺼지고, 텅빈 공항 청사 적막감

저비용항공사 ‘플라이강원’이 운항을 중단한 지 닷새째를 맞은 24일 강원 양양국제공항은 적막감이 돌았다. 이 공항 유일한 노선이었던 양양-제주 노선이 끊기면서 여객청사를 찾는 손님이 한명도 없었다. 탑승 수속을 돕는 직원도 없었다. 청사 조명도 꺼져 공항 전체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흘렀다.

검색대·대합실 모두 텅 비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플라이강원은 이 공항을 모기지로 한 항공사다. 최근 홈페이지에 기업회생 신청 예고와 함께 지난 20일부터 항공기를 띄우지 않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지난달 제주행 출발 2편과 도착 2편이 전부였고, 이달은 비행기 4편을 마지막으로 운항이 중단됐다” 며 “어제까지 사무실을 지키던 플라이강원 직원들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양공항에서 출발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려던 강릉지역 한 고등학교는 운항 중단 안내를 받고 대체 항공편을 급하게 구했다고 한다. 이 고교 관계자는 “어렵게 표를 구했지만, 출발 공항과 도착 시각 변경 등에 따라 불가피하게 일정 조정을 했다”고 했다.

플라이강원이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을 중단한 지난 20일 양양국제공항 국내선 체크인 카운터에 불이 꺼져 있다. 연합뉴스

플라이강원 경영난 여파, 20일부터 운항 중단

2019년 11월 양양공항에 취항한 플라이강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각종 악재 속에서 임금 체불과 항공기 임대료 체납 등 어려움을 겪어 왔다. 채무액은 440억원에 달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플라이강원이 운항하는 항공편 예약 현황은 5월 말까지 양양-제주 노선에 약 7000명, 10월 말까지는 국제선까지 포함해 약 3만8000명 정도다.

강원도는 그동안 플라이강원에 145억원을 지원했고, 양양군도 최근 2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다. 강원도는 올해 항공화물운송사업 재정지원금을 신설하고, 운항장려금 지원 기준을 상향하는 등 지원 예산 22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강원도는 성명을 통해 “강원도가 적극적으로 지원했는데도 플라이강원은 비용 절감이나 신규 투자 등 자구 노력 없이 더 많은 지원을 요청했었다”며 “항공사 정상화를 위한 대주주들의 책임 있는 자세와 플라이강원 측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강원 양양국제공항 입구. 중앙포토

원희룡 “회생신청 당일도 예약금 받아” 비판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플라이 강원, 먹튀 말라’는 제목을 단 비판글을 올렸다. 원 장관은 “플라이강원은 회생신청을 하기로 결정한 당일 아침까지도 예약금을 받아 챙겼다”며 “소비자에게 무책임한 것을 넘어, 악질적인 사기행위다. 플라이강원이 의도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자기들만 살겠다는 이 상황을 두고 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플라이강원 관계자는 “최근 회사 주거래 통장이 압류돼 매출을 올려도 우리가 1원도 쓸 수 없어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예약자에게 환불은 물론 배상 조치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플라이강원은 예약자가 별도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편도당 1인 10만 원 이내의 배상금과 교통비 3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20∼24일 양양공항과 원주공항 간 임시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지난 3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양양공항, '유령 공항' 오명도
양양공항은 2002년 개항했다. 활주로가 짧아 대형 항공기 취항이 어려웠던 강릉공항과 속초공항을 대체하는 공항을 영동권에 세우자는 목적이었다. 2008년 11월부터 9개월 동안 비행기가 단 한 편도 뜨지 않아 ‘유령 공항’이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다.

‘한화갑 공항’이란 별칭이 붙인 무안공항 등 다른 지방 공항도 상황이 비슷하다. 무안공항은 최근 5년간(2016~2020년) 총 660억원의 누적 순손실을 냈다. 무안공항에는 KTX역사를 짓고 있다.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 중 하나인 무안공항역은 비수도권 공항 중 유일하게 고속철도와 연결되는 역사(驛舍)다. 지방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정부가 지분 100%를 가진 공기업이다.

양양=최종권·박진호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