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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38) 참모 영입에 힘 쏟기 시작한 유비와 노래로 이목 끈 서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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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가 적로를 타고 단계(丹溪)를 건너 위기를 벗어났을 때 조운은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분명 서쪽으로 갔다는 유비는 보이지 않고 채모의 군사는 싸운 흔적이 없었습니다. 단계 건너편으로 한줄기 젖은 자취가 있기는 했지만, 유비가 말을 타고 건너갔다고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조운은 급히 신야로 달려갔습니다.

유비도 적로가 단계를 뛰어넘어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술에 취해 저지른 일이거나 순간 바보가 됐던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유비는 하늘이 도와준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긴 유비를 죽이려고 쫓아온 채모도 귀신이 유비를 도왔다고 했으니까요.

유비는 산길을 따라 남장(南漳)으로 갔습니다. 어린 목동이 소를 타고 피리를 불며 오는 게 보였습니다. 유비는 어린 목동이 자신의 처지보다 나음을 탄식했습니다. 목동이 유비를 알아보자 유비는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진짜로는 모릅니다. 늘 선생님을 모시다 보니 손님이 오시는 날에는 자주 유비에 대해 말씀을 하셨습니다. 키가 7척5촌이고, 팔이 무릎까지 내려오며, 자기가 자기 귀를 돌아볼 수 있는데, 요즘 세상의 영웅이라 하셨습니다. 지금 장군을 뵈니 딱 그런 모습이라 분명 그분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단계를 넘어 수경선생을 만난 유비. [출처=예슝(葉雄) 화백]

단계를 넘어 수경선생을 만난 유비. [출처=예슝(葉雄) 화백]

유비는 목동의 스승이 수경선생(水鏡先生)으로 불리는 사마휘임을 알고는 그를 따라 사마휘가 머무는 곳을 찾아갔습니다. 문 앞에 이르자 거문고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유비는 목동에게 아뢰지 말라고 이르고 음률을 청취했습니다. 잠시 후 소리가 그치더니 주인이 웃으며 나왔습니다.

거문고 가락은 맑고 그윽해야 하는데 소리가 갑자기 높아지며 크게 울리는 것을 보니 영웅이 엿듣는 게 분명하구나!

유비와 사마휘가 마주 앉았습니다. 사마휘는 유비의 곤궁한 처지를 보고는 천하의 기재(奇才)를 얻어 천하를 평정하라고 했습니다. 유비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기재가 어디 있습니까? 과연 어떤 사람들입니까?

복룡(伏龍)과 봉추(鳳雛)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얻어도 천하를 평정할 수 있을 것이오.

유비는 날이 어두워 하룻밤을 묵기로 했습니다. 그날 밤, 서서가 수경선생을 찾아와 하소연을 늘어놓았습니다.

오랫동안 유표가 착한 사람을 좋아해 가까이하고, 악한 사람을 미워해 멀리한다는 말을 듣고 일부러 찾아뵈러 갔었는데 막상 만나보니 공연한 헛소문이더이다. 말하자면 착한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쓰지 못하고, 악한 사람을 미워하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었소.

전쟁보다는 학문을 좋아했던 유표. [출처=예슝(葉雄) 화백]

전쟁보다는 학문을 좋아했던 유표. [출처=예슝(葉雄) 화백]

모종강은 이 부분에서 평하길,

‘유표는 유비가 어질다는 것을 알면서도 쓰지 못하고, 채모가 사악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버리지 못한다. 이는 어진 이를 중(僧)만큼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니 어진 이를 모르는 바와 같고, 사악한 자를 환관(內侍)만큼도 미워하지 않는 것이니 사악한 자를 모르는 바와 같다. 서서가 떠난 것은 잘한 일이다.’

다음 날 아침, 유비는 서서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일찍 떠나고 없었습니다. 유비는 수경선생에게 한나라를 위해 함께 일하자고 청했습니다. 수경선생은 자신보다 열배는 나은 사람이 도울 터이니 찾아 나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모종강은 유비가 목동을 보고 탄식한 것과 수경선생이 출사(出仕)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렇게 평했습니다.

‘유비는 전에 비육지탄(髀肉之嘆)했는데 그때만 해도 얼마나 의기가 넘쳤는가? 이번에 남장 쪽으로 가던 길에 피리 부는 소년을 보자 “나보다 낫구나!”하며 탄식한다. 돌연히 영웅의 기개가 다 꺾인 것 같다. 대개 말을 달린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소등을 탄다는 것은 매우 평온한 일이고, 말채찍 소리는 매우 급하지만 피리 소리는 매우 한가롭다. 보잘 것 없는 반평생을 안장 위에 앉아 싸우느라 고생하는 일이 어찌 머리를 풀어 헤친 채 피리를 벗 삼아 숲속이나 물가를 산책하며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것만 하겠는가. 유비보다 나을 뿐만 아니라, 죽을 힘을 다한 방통과 있는 힘을 다한 제갈량보다도 나을 수 있다. 그래서 수경선생은 차라리 남장에서 늙어 죽을지언정 나오지 않은 게 아니겠는가?’

조운이 밤새도록 유비를 찾아다니다 드디어 만났습니다. 유비는 함께 신야로 와서 손건을 통해 유표에게 지난 일들을 편지로 알렸습니다. 유표는 노해서 채모를 죽이려 했지만 손건의 만류로 살려줬습니다. 얼마 후, 유비는 성안에서 이상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봤습니다. 노래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천지가 뒤집혔네 天地反覆兮
타던 불길이 꺼지려 하네 火欲殂
커다란 집이 무너지려 하는데 大廈將崩兮
기둥 하나로 떠받치기 어렵다네 一木難扶
산 속에 있는 훌륭한 인재 山谷有賢兮
현명한 주인을 바라고 있는데 欲投明主
현명한 주인은 훌륭한 인재를 찾으면서 明主求賢兮
오히려 나를 알아보지 못하네 却不知吾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은 다름 아닌 서서였습니다. 유비는 서서를 만나자 너무 기뻤습니다. 마침내 그를 군사(軍師)로 임명했습니다.

저잣거리에서 노래를 불러 유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서서. [출처=예슝(葉雄) 화백]

저잣거리에서 노래를 불러 유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서서.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조는 허도로 돌아온 후부터 형주를 빼앗을 궁리를 했습니다. 조인과 이전, 여광과 여상에게 3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번성(樊城)에서 형주를 탐지하도록 했습니다. 여광과 여상이 공을 세우고 싶어 조인에게 공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조인이 승낙하자 5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신야로 갔습니다. 유비는 서서의 계략대로 흩어져 여광과 여상을 죽이고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조인은 즉시 복수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전이 손자병법(孫子兵法)을 이야기하며 조심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조인이 화를 내며 이전을 몰아세웠습니다. 이전은 어쩔 수 없이 조인과 함께 신야로 향했습니다. 지피지기(知彼知己)없는 조인은 어떻게 신야를 공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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