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말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7도 상승할 경우 세계 인구의 40%가 건강에 극히 위험한 고온 지역에 거주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대신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묶는다면 이런 '거주 불능' 지역으로 내몰리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28%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영국 엑스터대학과 중국 난징대학, 미국 워싱턴대학,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등 국제연구팀은 22일 지구온난화로 인해 '인간 기후 적소(human climate niche)' 밖으로 내몰리게 될 인구를 추계한 내용의 논문을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 저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연평균 29도 넘으면 '적소' 벗어나
인간 기후 적소(適所, 알맞은 자리)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적당한 지역을 말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구밀도를 기준으로 인류는 연평균 기온 13도 지역에서 가장 많이 살고 있고(1차 정점), 27도 부근에서 2차 정점을 보인다.
국내총생산(GDP)도 이와 비슷한 분포를 보이는데, 이 온도가 농작물과 가축의 생장에 적절한 온도이기 때문이다.
연평균 13도는 한국(12도)과 비슷한 온대 기후 지역이고, 27도는 남아시아의 몬순 기후 지역의 연평균 기온에 해당한다.
하지만, 해당 지역 연평균 기온이 29도를 넘어서면 사람의 몸이 감당할 수 없는 40도 이상의 고온이 나타나는 날이 연간 75일 이상으로 늘어나 '인간 기후 적소'에서 벗어난 곳이 된다고 연구팀은 정의했다.
이른바 '거주 불능 지역'이다.
현재 전 세계 인구 가운데 7억 명이 기후 적소에서 벗어난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정책을 분석했을 때, 21세기 말(2090년)에는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7도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를 바탕으로 2030년과 2090년 인간 기후 적소 밖에서 거주하게 될 인구를 산출했다.
7억 명에서 37억 명으로 늘어나
온도 상승만 따졌을 때는 2030년 12억 명(범위로는 10억~14억 명, 전체 인구의 11~17%)이, 2090년에는 27억 명(22억~32억명, 24~34%)이 기후 적소에서 벗어날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온도 상승에 더해 인구 증가와 이동까지 고려하면 거주 불능 지역 인구가 2030년에는 20억 명(18억~22억명, 23~27%), 2090년에는 37억 명(33억~41억 명, 36~4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이 21세기 말 지구 평균 기온이 4.4도까지 상승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53억 명(47억~59억명, 48~62%)이 적소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파리 기후협정에서 정한 '1.5도 목표'를 달성한다면 기후 적소 바깥의 인구는 37억 명에서 27억 명으로, 전체 인구의 40%에서 28%로 줄어들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기온이 2.7도 상승할 때 적소에서 벗어나는 인구는 국가별로 인도가 6억 명으로 가장 많겠고, 나이지리아가 3억 명, 인도네시아가 1억 명으로 뒤를 이을 전망이다.
만일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한다면, 인도는 9000만 명으로, 나이지리아는 4000만 명 미만으로 감소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3.5명이 미래 1명을 궁지로
한편, 연구팀은 현세대 개인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과 미래에 적소 밖으로 내몰리는 사람 숫자를 연결하는 수치도 계산했다.
탄소량 기준으로 460톤이 방출될 때마다 적소에서 벗어나는 인구가 한 명씩 늘어난다는 것이다.
오늘날 평균적인 인류 3.5명(또는 미국 시민의 경우 1.2명, 한국 시민이라면 1.8명)이 평생(72.6년)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세기말까지 미래세대의 한 사람을 적소에서 내쫓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산정하는 기존 연구들은 금액으로 나타내는 경향이 있고, 이는 가난한 사람보다 부자에 미치는 영향에 더 무게를 두는 식"이라며 "미래세대보다 현세대를 중요시하는 경향도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기후 피해를 돈으로 계산하는 이런 접근은 형평성 관점에서 볼 때 '비윤리적'이라는 게 연구팀의 시각이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한 인적 비용(사람의 생명)과 그에 따른 불평등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단호한 기후 정책의 이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