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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술' 키운다고?…'와인직구' 되고, 韓위스키는 온라인 막으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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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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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 술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유통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가 한국 술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유통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수입액은 1조 7219억원인 반면 수출액은 3979억원으로 그 격차가 약 4.3배에 달한다. 무역 적자 폭이 해가 갈수록 커지면서 이제는 절대적인 무역 적자 산업이 됐다. 반면 2022년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수출액은 62억 파운드(약 10조 4000억원)나 됐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의 주류 소매시장을 약 10조원 정도로 추산하는데, 그 규모를 넘어선 수치다. 인구 500만 명의 스코틀랜드는 인구가 10배에 달하는 한국의 주류 소매시장 전체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년 위스키 수출로만 벌고 있는 것이다.

연도별 주류 수입·수출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세청]

연도별 주류 수입·수출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세청]

한국은 1인당 연간 약 9.57L의 술을 소비하는데, 이는 전세계 약 20위권(세계보건기구 2021년 통계)이다. 술 소비량은 문화나 기후 등의 영향을 받으므로 일괄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일본이 인당 약 7.26L, 중국이 약 6.7L를 마시는 것에 비하면 이웃 나라들에 비해서 우리 국민이 술을 조금 더 마신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술 소비량은 많지만 전세계에 내세울 만한 글로벌 술 브랜드가 없다.

와인 직구, 수입 위스키는 오픈런 

이에 반해 중국 최고의 술로 꼽히는 귀주 마오타이를 생산하는 회사 시가총액은 2023년 3월 기준으로 약 420조원이다.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보다 약간 높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은 루이비통 등 럭셔리 패션 브랜드와 모엣 샹동, 돔 페리뇽, 헤네시, 글렌모린지, 크뤼그 등 유명 주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 제국의 황제이다. 그는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창업자)에 이어서 지난해 역사상 자산이 2000억 달러(약 268조원)를 돌파한 세번째 인물이자 최초의 비미국인이 되었다.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하는 술에 대해서 나라마다 규제의 방법은 다르다. 우리는 주로 술에 대한 주세를 높이는 방향으로 규제해 왔다. 한국의 주세는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 업체들은 값싼 술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저렴한 소주ㆍ맥주 중심으로 술 산업이 커져 온 것이며, 고급화가 부족했다. 게다가 한국의 소주는 달고, 맥주는 밍밍하기로 유명한데 정작 제조사들은 우리나라 음식이 맵고 짜서 그렇다고 변명한다. 그러다 보니 고급술이 더욱 발달하지 못했다.

수제맥주. [중앙포토]

수제맥주. [중앙포토]

정부는 그 원인을 다양성이 부족한 것으로 해석했고, 다양성을 늘리면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 물꼬를 튼 것이 수제맥주였다. 우리가 객관적으로 북한보다 못 만드는 유일한 제품이 바로 맥주라는 유명한 영국 매체의 기사도 한몫했다. 정부가 여러 규제를 풀어주면서 2015년경부터는 다양한 수제맥주가 등장했다. 그 결과 맥주 산업은 다양성의 구색은 맞추었다. 하지만 여전히 수제맥주는 맥주 전체 산업에서 3%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판매 채널이 마트와 편의점이다 보니 전국에 150여 개가 넘는 수제맥주 기업이 있음에도 정작 마트ㆍ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기업은 캔입 설비에 투자할 수 있었던 10여 개에 그친다.

전통주는 온라인서 구매 가능  

이런 와중에 2018년부터 전통주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서 새로운 희망이 싹텄다. 하지만 ‘전통주’라는 단어는 혼란스럽다. 외국인이 만든 소주라도 한국에서 나는 원재료를 100% 사용해서 술을 만들면 전통주다. 그렇지만 원재료에 1%라도 수입산이 들어 있다면 한국인을 아무리 많이 고용한 기업이 만들었다고 해도 전통주가 아니다. 이 때문에 주류 업계에서는 전통주를 술 종류가 아니라 양조 면허의 한 형태로 해석한다. 이런 논란을 접어두더라도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 준 덕분에 전통주 산업은 한정된 원재료를 사용해야 함에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대형마트에서 양주 매출이 국민 소주를 넘어섰다. 이마트는 올해 1~2월 위스키, 브랜디, 럼처럼 통상 양주로 분류되는 주류 매출이 소주보다 3.6% 더 높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대형마트에서 양주 매출이 국민 소주를 넘어섰다. 이마트는 올해 1~2월 위스키, 브랜디, 럼처럼 통상 양주로 분류되는 주류 매출이 소주보다 3.6% 더 높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반전이 일어났다. 장기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는 동안 MZ 세대가 홈술과 혼술의 영향으로 자신의 취향을 맞춰줄 수 있는 와인과 위스키로 소비의 중심축을 바꿔버린 것이다. 아재 술로 인식되던 위스키에 젊은 층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위스키는 전세계적으로 공급량이 부족한 탓에 마트와 편의점에서 물량을 풀기만 하면 오픈런이 일어났고, 위스키를 탄산수나 토닉에 타서 마시는 하이볼도 덩달아 인기를 얻었다. 일본의 돈키호테같은 잡화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산토리사의 가쿠빈 위스키는 하이볼 제조용 위스키로 유명한데, 일본에서 1000엔(약 9800원) 초반이면 살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두배 이상의 가격인 3만원을 줘도 구하기가 어렵다.

물론 국내에도 술을 만드는데 진심인 사람들이 있다. 수제맥주, 전통주 분야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위스키ㆍ진 분야에서 스타트업 정신으로 창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판로다. 이들이 생산한 양질의 술은 판매처가 너무나 제한적이다.

주류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류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역차별에 우는 국내 술 제조 업체들

일본과 중국은 주류 온라인 판매가 합법이다. 미국도 몇몇 주는 허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일까.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음주의 위험과 미풍양속을 해치기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을 우려해서, 농림축산수산부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전통주 온라인 판매가 피해를 볼까봐 반대한다고 한다. 주류도매업자들의 기득권까지 더하면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 타다와 택시기사들의 다툼에서 보듯이 강력한 이익단체들이 반대하면 정부는 종종 이익단체들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술 산업은 규제되어야 하는 영역이다. 하지만 그 규제가 지나쳐서 국내 산업이 고사하고 수입에 의존하게 된다면 더 큰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술을 규제의 영역으로만 두고 국내 업체들에만 더욱 엄격한 규제의 날을 들이대다 보니 해외 와인 사이트에서 와인을 직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등 역차별도 발생한다. 한국의 술 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그나마 내수에 기대고 있던 술마저도 이제는 모두 수입에 의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정부도 최근 세계적인 ‘K술’의 탄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제는 술을 강력한 세금과 유통제한으로 규제하던 시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잔을 마시더라도 좋은 것을 마실 것으로 유도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