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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미·일 안보 다졌으니, 이젠 ‘중국 리스크’ 잘 관리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2022년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 대면 미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양국은 다투면서 대화도 한다.[연합뉴스]

2022년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 대면 미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양국은 다투면서 대화도 한다.[연합뉴스]

G7, 중국 비판하지만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

미·일처럼 윤석열 정부도 중국과 대화 모색해 가길

숨 가쁘게 달려온 윤석열 대통령의 릴레이 순방 외교가 큰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 4월 한·미 동맹 70주년 계기 미국 국빈 방문, 지난주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및 한·미·일 정상회담을 마쳤다. 독일·영국·호주·캐나다·유럽연합(EU) 정상들과의 연쇄 만남도 있었다. 순방 외교에서 거둔 성과를 다지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큰 그림을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의 외교 행보는 북한의 핵미사일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국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한·미 동맹의 신뢰를 회복하고,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한·미·일은 이제 북한의 미사일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방안까지 논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르면 7월에는 워싱턴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다시 열린다. 한·미·일 안보 공조는 기대 이상으로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대가 있는 외교 무대에서, 특히 국제사회가 자유 대 권위주의 체제로 분열된 상황에서 한쪽에 지나치게 ‘올인’할 경우 적잖은 역풍을 맞을 위험이 따른다. ‘가치 외교’는 분명 의미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국익을 극대화하는 외교가 최선의 외교다. G7 정상들이 중국을 비판·견제하면서도 공동선언에선 ‘디커플링’(관계 단절)이 아닌 ‘디리스킹’(위험 억제) 전략을 택한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그런 각도에서 중국을 상대하는 미국과 일본의 노련하고 발 빠른 움직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1~1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장시간 회동했다. 미국의 제안으로 열린 미·중 최고 외교 사령탑 만남에서 양국은 건설적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패권 다툼을 거칠게 하면서도 대화의 유연성을 보여줬다. 가볍게 넘길 장면이 아니다.

중국과 가까운 해역에 미사일 부대를 전진 배치한 일본도 중국에 고위급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다. G7 정상회의 성공으로 지지율이 9%포인트나 폭등한 여세를 몰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개최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일본과 중국은 내달 초 국방장관 회담도 조율 중이라는 소식이다.

취임 이후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한·미 동맹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추진해 왔다. 현실적으로 필요했고 상당한 성과도 거뒀다. 이제는 그 과정에서 놓친 것들을 보완하고 챙겨야 한다. 혐중 정서에 편승해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언행은 결코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한랭전선이 기습 폭우를 뿌리기 전에 선제적 대화 제의로 돌파구를 모색하면 어떨까. 한·중 정상회담도 좋고, 마침 한국이 의장국이니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카드를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