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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 되고도 “돈 없어요”…이런 체납자 끝까지 쫓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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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3일 고액체납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국세청]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3일 고액체납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국세청]

# A씨는 유통업체를 운영하면서 종합소득세 등 수억 원을 체납했다. 세금을 내지 않고 있던 그는 지난해 로또 1등에 당첨된다. 회사를 이미 폐업하고 수입이 없던 그는 10억원이 넘는 당첨금을 세금 내는 데 쓰지 않았다. 그 대신 이 돈을 가족 계좌로 이체해 사용했다. 국세청은 복권 당첨자의 체납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A씨의 당첨 사실을 확인하고 당첨금 수령계좌를 압류했다. 은닉 자금에 대해서는 재산 추적을 진행 중이다.

# 무역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법인자금을 유출했다가 세무조사에서 적발됐다. 종합소득세 등 수십억 원이 부과됐지만, 납부하지 않으면서 고액 체납이 발생했다. B씨가 세금을 계속 내지 않자 국세청은 거액의 유출된 법인자금을 숨겼을 것으로 보고 4회에 걸친 잠복과 탐문에 걸쳐 실거주지를 확인했다. 주거지를 수색한 결과 에르메스·샤넬 등 명품 가방·구두·지갑·귀금속 수백 점을 발견해 압류했다. 공매를 통해 징수한 금액만 5억원에 달한다.

국세청은 23일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강제징수를 회피하거나 재산을 은닉한 고액 체납자에 대한 재산추적조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A씨와 B씨를 포함한 557명에 대해 재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체납한 총금액만 3778억원에 달한다. 조사 과정에서 자녀 명의 주택에 거주하면서 개인금고에 4억원가량의 현금을 숨겨 놓은 체납자, 가족 명의 회사에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전용 운전기사까지 두고 생활한 고액체납자도 적발했다.

가장 대표적인 체납 수법은 가족을 통한 재산 은닉이다. 현행법상 체납 당사자에 대해서만 재산 추징이 가능하다. 배우자·자녀 등 가족에게는 체납세액을 낼 능력이 있더라도 강제로 걷을 수 없다. 가족 명의 재산이 사실상 체납자로부터 나온 것인지 소송을 통해 입증해야만 받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은닉재산 환수를 위해 국세청이 제기한 민사소송만 1006건에 달한다.

국세청은 재산추적조사 전담반을 추가 편성하는 등 체납세금 징수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획분석을 통한 현장 징수는 강화하고, 단기·일시 체납자에 대해서는 납부 독려를 확대한다.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조원의 세금이 덜 들어오는 등 세수 펑크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체납 세금으로 부족한 세수를 메워보기 위해서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국세 체납액은 102조5000억원에 달한다. 처음으로 100조원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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