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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초청장 한 번에 2장, 4분간 기립박수…과연 ‘깐느 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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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선균

이선균

이쯤 되면 ‘깐느 균’이라고 부를 만하다. 2014년 영화 ‘끝까지 간다’가 칸영화제 ‘감독 주간’에 처음 공식 초청됐던 배우 이선균(사진)이 2019년 황금종려상의 영광을 안은 ‘기생충’에 이어, 2023년 ‘비평가 주간’ 초청작 ‘잠’과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의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등 두 작품을 들고 칸에 입성했다.

“누가 들어왔어….”

지난 16일(현지시각) 개막한 제76회 칸영화제에 초청된 다섯 편 한국 영화의 시작은 이선균의 이런 잠꼬대 대사였다.

배우 이선균은 ‘잠’에서 수면 중 이상행동을 하는 남편을,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아래 사진)에선 재난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청와대 행정관을 연기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선균은 ‘잠’에서 수면 중 이상행동을 하는 남편을,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아래 사진)에선 재난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청와대 행정관을 연기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21일 선보인 공포영화 ‘잠’에서 이선균은 수면 중 이상행동을 이어가는 남편 현수를 연기했다. 현수는 갑자기 깨어나 혼잣말을 하고 급기야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지려고 한다. 어느 날은 냉장고 문을 열고 생고기와 날생선을 우걱우걱 씹어 삼킨다. 다정한 남편이자 아빠는 잠이 드는 순간 가족을 해칠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사람으로 돌변한다.

‘잠’은 ‘옥자’(2017)의 연출부 출신 유재선 감독의 데뷔작이다. ‘기생충’을 함께 한 봉준호 감독의 추천으로 읽게 된 이 시나리오에서 이선균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뀌는 전환점”을 읽어냈다. 현지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행동이자 편안한 휴식을 주는 잠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공포가 시작되는 설정이 이율배반적으로 흥미로웠다”라고 했다. 촬영에 들어가서는 “장르적인 연기가 아닌 편한 생활 연기를 하면서 공포감을 유발하는 것이 중요 포인트”였다. 이선균이 말하는 영화의 가장 큰 공포는 “지키려고 하는 마음”이다. 함께 출연한 배우 정유미의 첨언대로, 평범한 생활을 같이 지켜나가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스릴러의 외피를 두른 러브스토리”라 부를 만하다.

배우 이선균은 ‘잠’(위 사진)에서 수면 중 이상행동을 하는 남편을,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에선 재난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청와대 행정관을 연기했다. [사진 CJ ENM]

배우 이선균은 ‘잠’(위 사진)에서 수면 중 이상행동을 하는 남편을,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에선 재난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청와대 행정관을 연기했다. [사진 CJ ENM]

같은 날 자정 공개된 미드나잇 스크리닝(심야상영) 부문의 영화 ‘탈출’에서 이선균이 연기하는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 차정원은 정현백(김태우)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하는 치밀한 전략가다. 그런 그가 가족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에 봉착한 후 더 이상 킹메이커가 되기를 거부하는 이 영화의 엔딩은 이선균의 필모그래피에도 적용되는 새로운 선언처럼 들린다.

지금까지 이선균은 기꺼이 ‘킹메이커’이자 ‘퀸메이커’를 자처했던 배우다. 영화 ‘끝까지 간다’(2014)에서 호흡 맞춘 조진웅, 드라마 ‘하얀 거탑’(2007)의 김명민, ‘파스타’(2010)의 공효진, ‘나의 아저씨’(2018)의 아이유, 영화 ‘화차’(2012)의 김민희 등 이선균과 함께할 때 상대 배우들은 최고의 커리어를 맞이했다. 하지만 ‘탈출’에서 그는 홀로 극을 끌고 나가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상영 후엔 4분 간의 기립박수를 터뜨렸다.

어쩌면 블록버스터 장르와 쉽게 접점을 찾기 힘들었던 그가 칸에서 선보인 두 편의 작품은 배우 이선균 커리어의 ‘잠’을 깨우는 ‘탈출’의 영화다. 특히 특수효과와 컴퓨터 생성 이미지(CGI) 기술력과 함께 달려가야 하는 ‘탈출’은 그의 말대로 “외부 환경과의 유대 관계 역시 또 하나의 관계 맺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경험이었다. 이선균은 일상에 침범한 공포, 평범한 인물에게 닥친 위기를 헤쳐나가는 힘을 일상과 평범함의 힘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으로 만들어나간다. 칸의 문을 열고 들어온 새로운 얼굴의 이선균은 익숙한 장르의 세계에 등장한 반가운 침입자다.

칸(프랑스)=백은하 배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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