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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안부수 실형…"'50억 지원' 약속, 김정은에게도 보고 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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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사외이사 시절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비비안 행사장에서 촬영한 사진. 사진 독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사외이사 시절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비비안 행사장에서 촬영한 사진. 사진 독자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에 관여하고 경기도 보조금 등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에게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과 연관된 주요 인물에 대한 첫 판결이다.

법원 "안부수 죄책 가볍지 않다" 실형 선고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 이정재)는 2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 회장에 대해 이같이 선고했다. 다만 증거은닉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남북교류협력은 법치주의 원칙과 실정법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데 금융제재 대상인 북한에 두 차례에 걸쳐 5억원이 넘는 큰 금액을 임의로 송금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아태협이 횡령한 돈이 12억여원 중 7억6000여원은 경기도 보조금으로 국민의 세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횡령으로 북한 어린이들에게 필수 영양식으로 전달해야 할 밀가루 1132톤이 전달되지 않았고, 경기도에도 ‘전량 전달했다’고 허위보고하는 등 범행 경위와 수단 등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북한 어린이와 한국의 납세자가 지게 됐고, 피고인의 범죄로 건전한 다수 비영리 사회단체 이미지를 실추하고 후원자들의 믿음을 저버렸다”고 덧붙였다.

2019년 7월 26일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19 아태 평화 국제대회 리셉션 및 개회식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오른쪽)와 리종혁 조선아태평화위 부위원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왼쪽) 등 참석자들이 환담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2019년 7월 26일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19 아태 평화 국제대회 리셉션 및 개회식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오른쪽)와 리종혁 조선아태평화위 부위원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왼쪽) 등 참석자들이 환담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다만 재판부는 안 회장이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직원들에게 사무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10여개를 은닉하도록 하고, 세관에 신고하지 않은 북한 그림을 숨기도록 한 혐의(증거은닉교사)에 대해서는 본인 증거은닉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안 회장은 2018년 12월과 2019년 1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과 공모해 중국과 북한에서 김영철 북한 조선아태평화위 위원장과 송명철 부실장 등을 만나 총 21만여 달러(약 2억원) 및 180만 위안(약 3억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2018∼2019년 경기도 보조금과 쌍방울그룹 기부금으로 받은 돈 12억여원을 빼돌려 개인 생활비와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아왔다.

김성태 ‘증언 거부’…‘호형호제’ 이화영 외면

한편 이날 오전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 심리로 진행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 정치자금법·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32번째 재판에는 김 전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증언을 거부하면서 이들의 만남은 10여분 만에 끝났다.

짧은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쓰고 반소매 황색 수의를 입은 김 전 회장은 재판부에 “(지난 2월) 기소돼 수사를 받는 상황이라 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못 봤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재판부가 “효율적인 공판 진행을 위해 사실관계 다툼이 없는 범죄 사실만 문답할 수 있게 조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는 거부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입장 변화가 있어서 증언을 거부했다기보단 곧 자신의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점 등을 고려해 증언을 거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의 국외출장보고서에 담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송명철 조선아태평화위 부실장 등의 2019년 1월 중국 선양 출장 당시 만찬 사진. 경기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의 국외출장보고서에 담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송명철 조선아태평화위 부실장 등의 2019년 1월 중국 선양 출장 당시 만찬 사진. 경기도

김 전 회장 측 변호인도 “이 전 부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현재도 진행 중이라 김 전 회장이 여러 차례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이 높고, 다가오는 자신의 재판을 준비해야 하는 점을 고려했다”며“증언 거부가 아닌 다음에 증언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북한에 800만 달러를 전달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와 횡령·배임 등으로 오는 26일 본 재판이 시작된다.

이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은 원래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하지만 올해 1월 국내로 압송된 김 전 회장이 혐의를 인정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2~3월에 있었던 검찰 대질조사에서도 김 전 회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이 전 부지사에게 “형이 어떻게 나한테 이래”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법정에서도 이 전 부지사는 증인석에 선 김 전 회장을 몇 차례 쳐다봤지만, 김 전 회장은 정면만 바라보며 이 전 부지사 쪽을 보지 않았다.

"이화영 '경기도 50억 지원 약속', 김정은에게도 보고돼"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지난 19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국가정보원 내부 보고 문건을 증거로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회장이 국정원과 경기도의 정보원으로 활동한 내용과, 이 전 부지사가 2018년 10월 방북 당시 김성혜 북한 조선아태평화위 실장에게 스마트팜 지원과 50억원을 주기로 약속한 사실 등이 적혔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의 지원 약속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보고됐는데, 약속을 안 지키자 북측이 ‘200만~300만 달러라도 먼저 지원해달라’고 했다”는 안 회장 진술도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문건을 선별해 추가 증거로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 전 회장의 친동생 B씨가 청구한 보석을 지난달 말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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