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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경쟁력 도움"vs"검토 필요"...서울 문화재 옆 고층건물 허용 추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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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일부 구역 일대모습.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일부 구역 일대모습. 연합뉴스

서울시가 종묘(宗廟) 같은 국가지정 문화재 주변에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조례개정을 추진해 논란이다. 문화재 주변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과 지나친 규제가 도심경쟁력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이 맞선다.

"도시경쟁력 높이려는 취지"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문화재 주변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시 문화재 보호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낙후한 서울 도심 개발을 통해 도시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다. 도심 안엔 숭례문을 비롯해 흥인지문·경복궁·창덕궁·종묘 등 국가지정 문화재만 16개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종묘 인근엔 세운지구 개발사업이 추진 중이다.

현 조례상 이들 국가지정 문화재 주변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규제를 적용받는다.범위는 문화재 외곽경계로부터 100m 이내다. 지정 문화재가 있으면 50m이내 구역에 적용한다. 보존지역 안이라도 개발행위가 모두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양각 27도 선’이란 높이 규제가 또 따른다. 양각 27도 선이란 보호구역(문화재로 지정된 지상 고정물 등) 경계지점에서 건축행위를 할 예정 부지까지 거리와 해당 건축물 높이가 2대 1에 해당하는 선을 말한다.

이에 시는 심의 등을 통해 타당성이 인정되면 높이 기준을 완화할 수 있도록 조례에 예외 조항을 새로 넣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체적인 숫자로 정확히 보존지역 범위가 어느 정도로 줄고, 양각이 완화돼야 하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모습. 사진 문화재청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모습. 사진 문화재청

우려 목소리도 나와

문화재보호법상 시 문화재 관련 조례를 고치려면, 문화재청과 협의가 필요하다. 앞서 12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응천 문화재청장과 만나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 이는 공식협의 절차는 아니라는 게 문화재청 설명이다.

이날 서울시 문화재 주변 개발추진 방향이 알려지면서 반응은 엇갈렸다. 온라인 등에선 여러 우려가 제기됐다. ‘문화재 주변 고층건물 건설이 도시 경쟁력과 어떻게 연관된다는 건지’ ‘종묘 앞 50층 아파트 올리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취소되게 만들 계획인가’ 등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인근에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 건설돼 논란이 일었던 이른바 '왕릉뷰 아파트'모습. 뉴스1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인근에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 건설돼 논란이 일었던 이른바 '왕릉뷰 아파트'모습. 뉴스1

반면 업계에서는 문화재 관련 규제를 도심 경쟁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보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가 대표적이다. 종로구 종묘에서 퇴계로에 이르는 이 구역은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와 인접해 있다. 세운2구역은 건물 높이가 55m, 세운4구역은 71.9m를 넘을 수 없다.

문화재청 "유산영향평가할 수도" 

문화재청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서울시 제안대로 하면 역사문화환경이 훼손될 수 있는 만큼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도심 안 16개 국가지정문화재 중엔 종묘처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도 있다. 조례를 개정하려면 등재 기준이 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문화재청은 전했다. OUV란 일반적으로 전 인류, 전 세계가 공통으로 중요한 거로 받아들이는 문화적·자연적 가치를 의미한다.

문화재청은 이어 “앞으로 세운지구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사항을 발견하면 서울시와 긴밀하게 소통, 세계유산 종묘에 미칠 영향 등을 문화재위원회와 논의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유네스코에서 권고하고 있는 유산영향평가(HIA) 등을 통해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산영향평가가 이뤄지면, 세운지구 개발이 종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예측·평가,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면 미리 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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