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70% 세일에 불티나게 팔린 패딩·모피…뜨거운 '철없는' 장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세계백화점은 온라인몰 ‘쓱닷컴’을 통해 이달 1일부터 겨울 패딩 행사를 진행 중이다. K2·네파·코오롱스포츠 등 인기 브랜드 상품을 최초 가격 대비 70% 싸게 판다. 보통 한여름(7·8월)에 열던 역시즌 판매를 올해는 두 달가량 당긴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21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해 221.2%의 매출 신장률을 올렸다”고 말했다.

최근 패션 업계에서는 여름에 패딩, 모피 등을 파는 '역시즌' 행사가 한창이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지난 17일 모피 행사를 열었다. 사진 롯데백화점

최근 패션 업계에서는 여름에 패딩, 모피 등을 파는 '역시즌' 행사가 한창이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지난 17일 모피 행사를 열었다. 사진 롯데백화점

겨울옷은 여름이 싸다…학습 효과도

23일 유통·패션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패딩·부츠·모피 같은 겨울 상품을 한여름에 할인해 판매하는 ‘역시즌 마케팅’이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시작되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이어지자 철 지난 상품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사려는 소비자들과 재고 부담을 줄이려는 업체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일부터 온라인몰을 통해 역시즌 겨울 패딩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일부터 온라인몰을 통해 역시즌 겨울 패딩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대구점에서는 지난 17일부터 닷새간 ‘진도 모피 패밀리 대전’을 진행했다. 그동안 대구점에서는 연중 한 번만 여는 행사였는데, 이번에 매출이 전년 대비 10%가량 상승했다. 롯데백화점 온라인몰은 지난 1일부터 ‘메가 다운 위크’ 행사를 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코오롱스포츠 ‘안타티카’의 인기 색상은 이미 동났으며, K2 ‘씬에어숏패딩’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귀띔했다.

롯데백화점몰은 지난 1일부터 역시즌 패딩 행사를 시작했다.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몰은 지난 1일부터 역시즌 패딩 행사를 시작했다. 사진 롯데백화점

한편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최근 2주간 여성 수영복 카테고리 거래액이 직전 2주 대비 두 배로 증가했다. 한쪽에서는 수영복이, 다른 한쪽에서는 모피가 잘 팔리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크리스마스트리도 ‘깜짝 등장’

매년 여름 역시즌 행사가 반복되면서 추울 때 눈여겨봐뒀던 겨울 제품은 비수기인 여름에 사야 싸다는 ‘학습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홈쇼핑 업계에서 시작한 역시즌 마케팅은 패션 업계의 주요한 여름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마트24는 이달 말까지 크리스마스 트리를 판매하는 이색 역시즌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이마트24

이마트24는 이달 말까지 크리스마스 트리를 판매하는 이색 역시즌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이마트24

계절을 벗어나는 ‘의외성’이 마케팅 포인트로 여겨지기도 한다. 뜨거운 여름에, 보기만 해도 덥게 느껴지는 모피와 패딩을 판매하는 역발상으로 눈길을 끈다는 얘기다. 편의점 이마트24는 이달 말까지 크리스마스트리를 판매하는 이색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시중가 대비 35% 할인된 가격에 고급 트리를 판매하는데, 차별화를 통해 이마트24 브랜드를 각인시키겠다는 접근에서 시작했다.

리오프닝 기대에 재고 급증도 원인

무엇보다 패션 업체로선 지난겨울에 발생한 재고 부담을 해소하려는 목적이 크다. 계절마다 신상품을 제작하는 패션 업체에서는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도 지난 계절상품을 떨어낼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대비해 많은 물량을 발주했다가 판매 부족을 겪자 ‘재고 밀어내기’에 나섰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주요 패션 업계의 재고자산은 증가 추세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휠라홀딩스의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은 1조2905억원으로 전년 대비 70% 늘었다. LF는 4451억원, 한섬은 5627억원으로 같은 기간 각각 42%, 22% 늘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호황을 누렸던 업체들이 수요가 늘 것을 대비해 준비 물량을 늘렸는데 지난해 3분기 이후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재고가 늘어난 곳이 많다”며 “올해는 역시즌 마케팅 등 재고 소진을 통해 수익성 관리에 나서는 곳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