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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사태 집중해야 하는데"…與, 김재원 기지개에 속앓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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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3일 라디오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3일 라디오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잇따른 설화로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받고 있는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3일 라디오 방송 두 곳에 잇따라 출연하며 공개 행보에 나섰다. 지난 10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징계가 확정돼 잠행에 들어간 지 13일만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와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징계는 찬반 논란이 있었던 징계”라면서도 “지도부 일원으로 남기로 한 상태에서 당의 문제를 법원으로 끌고 가서 소송으로 올리는 것은 그 자체가 잘못이고, 재심 문제는 윤리위에 청구해봤자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도 없고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징계 전까지만 해도 당내에선 김 최고위원이 징계 뒤 재심 청구 및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김 최고위원은 막상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내에선 김 최고위원의 이같은 선택이 나름의 전략적 행동으로 보고 있다. 징계 내용대로라면 내년 5월까지 당원권이 정지돼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 사례처럼 징계에 불복해봐야 더 강한 징계내지는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총선 전 징계 감경 같은 희망도 사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 김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총선 출마와 관련해 “기회가 돼 출마할 수 있으면 출마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무소속 출마설에 대해선 “20년 동안 정치하며 공천에 5번 떨어졌다”며 “그러나 한 번도 무소속 출마를 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징계 사유가 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의 관계에 대해선 “전 목사와는 행사장에서 두 번 만난 것 외에는 아무런 교류가 없었다”며 “앞으로도 교류하거나 관계를 맺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의 신당 창당설에 대해서도 “실없는 사람들이 그런 소리를 한다. 신당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그는 “전당대회에서 최다 득표로 당선된 최고위원으로서 총선 국면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생각한다”며 “출마 외 다양한 역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3·8 전당대회에서 최다 득표로 당선된 뒤 ▶5·18 정신 헌법수록 반대(3월 12일) ▶전광훈 목사 우파통일(3월 26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4월 4일) 등 세 차례 설화로 논란을 일으켜 중징계를 받았다. 최고위원직에서 자진 사퇴하지 않은 그는 현재 ‘사고’ 상태다. 당헌·당규상 징계가 끝나고 당원권을 회복하면 총 임기 2년 중 남은 기간을 다시 최고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K-웰니스, 국가전략산업으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으로 부터 김재원, 태영호 의원의 윤리위 징계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K-웰니스, 국가전략산업으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으로 부터 김재원, 태영호 의원의 윤리위 징계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 최고위원의 활동 재개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의혹에 대해 당이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와중에 김 최고위원의 등장으로 이슈가 분산될까 경계하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당이 중심을 잡고 대야 공세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는데 변수가 돌출했다”며 “윤리위 징계라는 것은 최고위원 직무만 정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중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인데 징계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등장한 것은 정치적 판단 미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도 “윤리위 징계 이후 당에 대한 부정적 이슈가 줄며 상대적으로 김남국 코인 의혹 등 야권에 부정적인 이슈가 부상하고 있었는데 김 최고위원이 나타나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과 함께 윤리위에 회부된 뒤 최고위원직에서 자진 사퇴하고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은 태영호 의원은 아직까지 공개활동 없이 자숙 중이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경남 거제 김영삼 전 대통령 기록전시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최고위원도 애당심을 충분히 잘 발휘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특별히 말씀드릴 사항이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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