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설화로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받고 있는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3일 라디오 방송 두 곳에 잇따라 출연하며 공개 행보에 나섰다. 지난 10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징계가 확정돼 잠행에 들어간 지 13일만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와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징계는 찬반 논란이 있었던 징계”라면서도 “지도부 일원으로 남기로 한 상태에서 당의 문제를 법원으로 끌고 가서 소송으로 올리는 것은 그 자체가 잘못이고, 재심 문제는 윤리위에 청구해봤자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도 없고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징계 전까지만 해도 당내에선 김 최고위원이 징계 뒤 재심 청구 및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김 최고위원은 막상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내에선 김 최고위원의 이같은 선택이 나름의 전략적 행동으로 보고 있다. 징계 내용대로라면 내년 5월까지 당원권이 정지돼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 사례처럼 징계에 불복해봐야 더 강한 징계내지는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총선 전 징계 감경 같은 희망도 사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 김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총선 출마와 관련해 “기회가 돼 출마할 수 있으면 출마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무소속 출마설에 대해선 “20년 동안 정치하며 공천에 5번 떨어졌다”며 “그러나 한 번도 무소속 출마를 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징계 사유가 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의 관계에 대해선 “전 목사와는 행사장에서 두 번 만난 것 외에는 아무런 교류가 없었다”며 “앞으로도 교류하거나 관계를 맺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의 신당 창당설에 대해서도 “실없는 사람들이 그런 소리를 한다. 신당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그는 “전당대회에서 최다 득표로 당선된 최고위원으로서 총선 국면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생각한다”며 “출마 외 다양한 역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3·8 전당대회에서 최다 득표로 당선된 뒤 ▶5·18 정신 헌법수록 반대(3월 12일) ▶전광훈 목사 우파통일(3월 26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4월 4일) 등 세 차례 설화로 논란을 일으켜 중징계를 받았다. 최고위원직에서 자진 사퇴하지 않은 그는 현재 ‘사고’ 상태다. 당헌·당규상 징계가 끝나고 당원권을 회복하면 총 임기 2년 중 남은 기간을 다시 최고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김 최고위원의 활동 재개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의혹에 대해 당이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와중에 김 최고위원의 등장으로 이슈가 분산될까 경계하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당이 중심을 잡고 대야 공세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는데 변수가 돌출했다”며 “윤리위 징계라는 것은 최고위원 직무만 정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중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인데 징계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등장한 것은 정치적 판단 미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도 “윤리위 징계 이후 당에 대한 부정적 이슈가 줄며 상대적으로 김남국 코인 의혹 등 야권에 부정적인 이슈가 부상하고 있었는데 김 최고위원이 나타나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과 함께 윤리위에 회부된 뒤 최고위원직에서 자진 사퇴하고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은 태영호 의원은 아직까지 공개활동 없이 자숙 중이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경남 거제 김영삼 전 대통령 기록전시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최고위원도 애당심을 충분히 잘 발휘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특별히 말씀드릴 사항이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