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학 공간 혁신안 보니…의대시설 줄줄이 증·신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양대가 서울 성동구 서울캠퍼스에 신축할 예정인 의과대학 건물 조감도. [사진 서울시]

한양대가 서울 성동구 서울캠퍼스에 신축할 예정인 의과대학 건물 조감도. [사진 서울시]

서울시가 대학 부지에 적용하는 규제를 완화해 혁신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자 대학이 공간 재배치에 나섰다. 하지만 규제 완화로 확보한 공간 상당 부분을 의대가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오세훈표 대학 공간혁신 방안’을 발표한 이후 대학 용적률·높이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서울시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대학이 미래 혁신 연구를 강화하는 등 경쟁력을 키우려고 시설을 확충하면 조례용적률을 완화하고 자연경관 지구 내 대학 시설 높이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오세훈표 공간 혁신 발표…대학, 줄줄이 증·신축

서울 소재 주요 대학용적률 사용률 현황. 그래픽 박경민 기자

서울 소재 주요 대학용적률 사용률 현황. 그래픽 박경민 기자

이후 지금까지 5개 대학이 상반기 도시계획 변경을 완료했다. 문제는 이 중 4개가 의대 전용 공간을 확보한다는 점이다. 한양대는 성동구 행당동 17번지 일대에 지하 3층, 지상 7층 규모 의과동을 신축하고, 서울대는 종로구 연건동에 위치한 2층 건물을 9층 건물로 증축해 치의학대학원을 세운다.

성북구 고려대도 지난 18일 의료시설·병동이 들어서는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를 증축하기로 결정했고, 서대문구 연세대는 의료·교육 클러스터를 분리·설립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민간 용지를 매입해 의대를 이전·신축하는 등 연세의료원 관련 시설을 한곳에 모으고, 연세대 부지와 분리하겠다는 구상이다.

동대문구 한국외대는 학교 경계를 조정해 캠퍼스타운사업 거점 공간을 조성한다. 하지만 이 역시 혁신 연구와 다소 거리가 있다. 이곳에 들어서는 건물은 창업 지원시설이나 공유오피스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연세대는 민간 부지를 매입해 의대 건물을 신축하고 연세의료원 등 의료 시설을 이전할 계획이다. [사진 연세의료원]

연세대는 민간 부지를 매입해 의대 건물을 신축하고 연세의료원 등 의료 시설을 이전할 계획이다. [사진 연세의료원]

이는 오세훈 시장이 지난해 ‘대학 도시 계획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공언했던 내용과 다소 거리가 있다. 당시 오 시장은 “최첨단 학과가 정원을 늘리고 실험용 기자재를 들어갈 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며 “이공계 대학에 우선 혜택이 돌아가게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학이 특성에 따라 단계적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충하려는 계획을 가진 것 같다”며 “아직 기본구상 중인 다른 대학은 첨단 학과가 사용할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용적률·높이 규제 완화로 확보한 공간·건물에 서강대는 신과학관을 세우고, 숙명여대는 다목적종합관을 설립할 예정이다. 또 이화여대는 인공지능(AI) 대학 등 융합연구 공간을 확보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다만 마스터플랜이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서울시 관계자는 덧붙였다.

고려대·서울대·연세대·한양대, 의대 공간 확보

2층짜리 건물을 9층으로 확장하는 서울대 연건캠퍼스 치의학대학원 조감도. [사진 서울시]

2층짜리 건물을 9층으로 확장하는 서울대 연건캠퍼스 치의학대학원 조감도. [사진 서울시]

이와 관련, 서울시는 혁신성장구역에 있는 대학 부지·건물에 대해 용적률을 완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도시계획조례안을 마련했다. 혁신성장구역으로 지정한 곳은 운동장이나 녹지처럼 용적률이 필요 없거나 남는 구역 잉여 용적률을 끌어와서 용적률 제한 없이 건물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또 서울 소재 대학 부지의 약 40%가 묶여있는 자연경관 지구 관련 규제도 완화했다. 자연경관 지구는 최고 7층(28m)까지만 건물을 올릴 수 있는데, 주변 경관 등을 고려해서 높이 규제를 없앴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오는 7월 말 시행할 예정이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대학이 원활하게 시설을 개선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기본구상 단계에서부터 도시계획 컨설팅을 한다”며 “대학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고 기술혁신을 선도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2월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혁신성장, 열린대학 대학 도시계획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2월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혁신성장, 열린대학 대학 도시계획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