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극 해빙, 이미 3월에 경고했다...'올여름 한국' 폭염의 징후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3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이 여름 바다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이 여름 바다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여름은 예년보다 더위의 기세가 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남부 지방에는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3일 발표한 ‘3개월 전망’에서 올여름의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에 달한다고 밝혔다. 기온이 평년보다 낮을 확률은 20%에 그쳤다. 일본과 호주, 캐나다 등 전 세계 10개국의 기후예측모델 역시 56~64%에 이르는 더 높은 확률로 한국의 여름철 기온이 평년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한반도 여름철 기온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북극 해빙(바다얼음)의 두께, 아시아 지역의 눈 덮인 정도, 해수면 온도 등으로 다양하다. 이런 변수가 맞물리면서 여름철 폭염의 빈도와 지속기간 등이 결정된다. 기상청은 이 요소들을 종합 분석한 결과, 올해는 더운 여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줄어든 북극 해빙, 높은 해수면 온도…더운 여름의 징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북극 해빙의 상태다. 20일 현재 북극 해빙의 면적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3월을 기준으로는 1979년 이후 6번째로 면적이 작을 정도로 얼음이 덜 얼었다. 조경숙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3월 북극 해빙의 농도가 우리나라 (여름철 기온)에 영향을 준다”며 “해빙이 평년보다 적은 상태였고 이럴 경우 7~8월에 통계적으로 높은 기온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북극진동’이 양(+)의 상태를 보이는 것도 더운 여름이 될 징후로 꼽힌다. 북극진동은 북극을 둘러싸고 도는 소용돌이가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소용돌이가 강한 상태(양의 북극진동)를 유지하면 북극의 찬 공기가 갇히면서 한반도를 포함한 중위도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올라가도록 유도한다.

기상청은 이 밖에도 지난 4월 서아시아 지역의 눈 덮임이 평년보다 적었기 때문에 그 여파로 한반도 부근에 고기압성 순환이 형성되면서 여름철 기온이 오를 것으로 봤다. 열대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은 것도 여름철 고기압성 순환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온난화의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50년(1973∼2022년) 기온을 분석한 결과, 6월 평균 기온은 1.4도가량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같은 기간 7~8월은 각각 0.9도 올랐다. 초여름 더위의 기세가 더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극한 폭염’ 덮칠 가능성은 작아

21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선텐과 물놀이를 하며 때이른 더위를 식히고 있다. 송봉근 기자

21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선텐과 물놀이를 하며 때이른 더위를 식히고 있다. 송봉근 기자

기상청은 다만 역대급 폭염으로 꼽혔던 1994년과 2018년 같이 극한의 폭염이 한반도를 덮칠 가능성은 현재로써는 크지 않다고 봤다. 조 과장은 “과거 역대급 여름 폭염을 보면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같이 발달해 오래 정체하면서 폭염이 지속됐고, 2018년에는 20일 정도 폭염이 지속되며 고통을 느꼈다”면서도 “현재 기후감시요소를 살펴보니 올해는 2018년과 반대 경향도 나왔기 때문에 지독하게 지속되는 폭염은 약화할 것”이라고 했다.

엘니뇨 영향 남부에 많은 비 

제주에 호우특보가 내려진 지난 4일 제주 서귀포시 사계해안도로에서 우비로 무장한 배낭여행객이 걷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에 호우특보가 내려진 지난 4일 제주 서귀포시 사계해안도로에서 우비로 무장한 배낭여행객이 걷고 있다. 연합뉴스

올여름에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엘니뇨의 경우 여름철 기온보다는 강수량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엘니뇨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기후 현상을 말한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지구의 온도가 0.2도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역마다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기상청이 과거 엘니뇨 발생 사례를 분석한 결과, 당시 여름철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낮은 경향을 보였다. 다만, 슈퍼 엘니뇨로 불리는 강한 엘니뇨 현상이 발생했던 1997년과 2015년에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고온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비의 경우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7~8월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았다. 조 과장은 “엘니뇨가 나타나면 우리나라 부근에 저기압성 순환이 강화돼 남쪽에서 많은 수증기가 유입된다”며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 사이에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강수가 많은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