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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동시 '안보리 이사국' 초읽기…"중·러 딴지에 맞설 기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의 2023~202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결정지을 투표가 다음달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에서 열린다. 이번 도전에 성공하면 내년에 한ㆍ미ㆍ일 3국이 모두 안보리 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돼, 중ㆍ러의 노골적인 반대로 무력해진 안보리에 동력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지난 22일 수단 상황과 관련해 개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장면. 신화통신. 연합뉴스.

지난 22일 수단 상황과 관련해 개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장면. 신화통신. 연합뉴스.

3분의 2 득표하면 진출

한국이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되려면 유엔 총회에 출석해 투표에 참여한 회원국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193개 회원국이 모두 유효표를 던진다면 129표 이상은 받아야 하는 셈이다.

한국은 이번 선거에서 아시아·태평양 그룹의 단독 후보국으로, 선출에 큰 무리가 없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정부는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해 재투표 과정을 거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관련된 유엔 규정 등에 근거한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그룹의 단독 후보국인 한국과 함께 2023~2024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에 나서는 국가는 2개국을 선출하는 아프리카 그룹에선 알제리와 시에라리온, 1개국을 선출하는 중남미 그룹에선 가야나, 역시 1개국을 선출하는 동유럽그룹에선 벨라루스와 슬로베니아가 경합하고 있다. 투표는 각 회원국 대표가 지지하는 나라의 이름 직접 써서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개표에 시간이 걸린다.

투표 당일 유엔 총회장의 유세 열기는 상당하다고 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23일 중앙일보에 "각국 외교관들이 유엔 총회장을 돌며 '우리 국가를 지지해달라'고 선거전을 펼치는데, 과거에는 나라별 특산품, '제발 뽑아달라'는 카드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고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선거를 앞두고 모든 공관이 전방위적으로 총력을 다해 지지 교섭을 하고 있다"며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직접 다른 장관에게 편지와 문자도 보내고, 모든 면담에서 한국의 비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2월 미국 뉴욕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주유엔대사들과 '한반도 문제 관련 안보리 이사국 초청 오찬 간담회'를 마친 뒤 촬영한 기념 사진. 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2월 미국 뉴욕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주유엔대사들과 '한반도 문제 관련 안보리 이사국 초청 오찬 간담회'를 마친 뒤 촬영한 기념 사진. 외교부.

北에 상당한 경고

앞서 한국은 1996년~1997년, 2013년~2014년 두 차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지낸 적 있다. 만약 2023~2024년 이사국 수임에 성공하면 안보리 진출 간격이 17년에서 11년으로 줄어든다.

외교가에선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10년에 한번은 안보리에 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의 경우 약 7년에 한 번꼴로 안보리에 진출하며 1946년부터 2024년까지 총 24년을 안보리 이사국 역할을 했다. 한국은 1991년이 돼서야 유엔에 늦깎이 가입한 영향이 크지만 지금까지 안보리 이사국으로 활동한 기간이 4년에 불과하다.

외교가에선 한국이 안보리 이사국 진입에 성공할 경우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을 비롯해, 결속을 급속히 강화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비상임이사국 자격으로 안보리에서 활동하게 된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올해 시작한 일본의 임기는 내년까지다.

현재 안보리는 중국과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남용해 걸핏하면 제동을 거는 바람에 북핵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아무런 공동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한ㆍ미ㆍ일이 안보리 안에서까지 한목소리를 낼 경우,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3국이 동시에 이사국에 오를 경우 7차 핵실험 등 중대 도발을 준비하는 북한에도 충분한 압박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중국, 프랑스, 러시아, 영국, 미국) 및 비상임이사국(알바니아, 브라질, 에콰도르, 가봉, 가나, 일본, 몰타, 모잠비크, 스위스, 아랍에미리트)의 명단. 유엔 안보리 웹페이지 캡처.

현재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중국, 프랑스, 러시아, 영국, 미국) 및 비상임이사국(알바니아, 브라질, 에콰도르, 가봉, 가나, 일본, 몰타, 모잠비크, 스위스, 아랍에미리트)의 명단. 유엔 안보리 웹페이지 캡처.

글로벌 현안도 목소리 내야

한국이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될 경우 임기 내 한두 차례 안보리 의장국을 비롯해 25개 산하기구의 의장국을 맡게 된다. 결의, 성명 등 문안을 주도할 기회이자, 국제 사회에서 역할을 확대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소식통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하면 우리의 최대 관심사인 북한 이야기 뿐 아니라 저 멀리 있는 아프리카의 내전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야 한다"며 "위상에 따르는 책임도 막중하다"고 말했다.

한국이 비상임이사국을 맡았던 2013~2014년 당시 주유엔대사를 지냈던 오준 전 대사는 이날 통화에서 "안보리가 전 세계 각지의 분쟁 상황에 대응해 24시간 가동되는 조직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유엔 대표부와 외교부 본부 내 유기적 조율 뿐 아니라 재외공관을 포함한 외교망을 최대한 가동해 각 지역 정세와 분쟁 상황에 대한 정보를 신속히 확보해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북핵 문제 등 우리 안보에 직결된 사안 뿐 아니라 국제 평화·안보 전반에 직접 기여함으로써,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중추 국가' 목표에 다가설 기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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