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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투자금 마련하려"…보이스피싱 가담한 경찰관 징역형

중앙일보

입력

암호화폐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현직 경찰관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제2형사단독 이원재 판사는 23일 사기방조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2) 경사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경북경찰청 소속인 A 경사는 2021년 11월 1일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2900만원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이스피싱 조직원 지시에 따라 이 돈을 조직이 관리하는 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A 경사는 암호화폐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으로 대출을 알아보던 중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대출업체로부터 ‘거래 실적이 쌓이면 대출을 해 주겠다’는 말을 믿고 신분증과 직장, 계좌정보가 담긴 서류를 제출하고 2900만원이 입금되자 이를 제3자 명의 계좌로 송금했다.

대구 수성구 대구지법 본관 전경. 김정석 기자

대구 수성구 대구지법 본관 전경. 김정석 기자

재판부는 “피고인은 15년 넘게 경찰관으로 근무했지만 직업윤리를 저버리고 조직범죄에 가담했다”며 “하지만 피고인이 피해자를 직접 기망한 것이 아니고 금전적 이익을 거둔 것이 없으며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고 지인들과 대화에서 피해금을 변제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피고인은 지난해 9월 수사를 받는 시점에도 암호화폐 투자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 재산을 갖고 있었는데도 갚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법원은 A 경사의 범죄 행위를 무마하려고 한 혐의로 기소된 경기 안산단원경찰서 B(39) 경사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앞서 검찰은 송치된 A 경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형사처벌과 징계를 피하기 위해 B 경사와 수사 무마를 논의한 정황을 확인했다.

사건 당시 경기 시흥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던 경기 안산단원경찰서 소속 B 경사는 이 사건을 수사하던 중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온 A 경사가 경찰관 신분을 밝히며 사건 무마를 청탁하자 이를 들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을 불송치로 종결하기 위해 후속 수사를 지연하는 방식이었다.

또 B 경사는 2021년 12월 21일부터 지난해 1월까지 ‘A 경사가 보이스피싱 연루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고 시인하는 녹음파일’을 피해자가 제출하려고 하자, 증거접수를 거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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