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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자기집 데려간 여성 술취해 자자 '찰칵'…경찰 간부 입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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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 간부가 술에 취해 잠든 여성 사진을 찍었다가 ‘찰칵’ 소리를 듣고 깨어난 여성의 신고로 입건(성범죄 혐의)됐다. 해당 간부는 “여성과 아무 일이 없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옷을 입고 잠든 모습을 촬영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찰은 조만간 법률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어 처분을 결정할 방침이다.

현직 경찰, 여성 사진 찍었다가 직위해제  

23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지역 한 경찰서 간부인 A씨가 잠든 여성의 사진을 찍은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A씨는 결혼하지 않은 남성으로, 지난달 16일 술에 취한 채 자신의 집 침대에 누워 잠든 여성 B씨 모습을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직위해제됐다.

잠든 여성 모습 왜 찍었나

경찰과 사건 당사자인 A씨 설명을 종합하면, A씨는 귀가하던 중 부산의 한 번화가에서 B씨와 마주쳤다. B씨가 계속 거부하는데도 50~6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접근해 “같이 술을 먹자”는 등 추근대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A씨가 다가가 “이 사람(B씨)은 제 일행이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남성은 사과하고 물러났다고 한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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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은 시간에 택시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함께 술을 먹게 된 두 사람은 A씨가 사는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A씨는 “집에서 술을 더 먹으려고 했는데, B씨가 곧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 사진을 찍었다. A씨는 “옷을 그대로 입은 채 침대에서 잠든 B씨 모습을 찍었다. 둘 다 취해 내 집에서 잠이 드는 상황이었고, 나중에라도 오해를 받을까 봐 (아무 일 없이) 잠든 상황을 남겨두려 한 것”이라며 “특정 신체 부위 등을 확대한 건 아니지만 사진을 찍은 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카메라가 ‘찰칵’하는 작동음을 내자 B씨가 깨어났다. B씨 연락을 받은 지인이 A씨 집으로 찾아와 전후 상황을 파악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법률수사지원단 회의 통해 처분 결정”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는 ‘카메라나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고 규정한다. 비록 B씨 의사에 반해 사진을 찍었지만, 성적 욕망 등과는 무관하다는 게 A씨 주장이다. 합의 등은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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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부산경찰청이 법률수사지원단 회의를 열어 A씨 처분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변호사 자격을 갖춘 경찰 등 내부 직원이 참여해 전반적인 수사 방향과 처분을 논의하는 회의다. 이 회의는 오는 31일 열린다.

형사 처분과 별개로 A씨가 징계를 받을지도 관심을 끈다. 경찰 내부에선 술에 취해 잠든 여성 사진을 찍은 행위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공직자 징계 심의에 자주 참여하는 부산의 한 변호사는 “원칙상 공무원 징계 절차는 형사 처분 결과와는 별개로 진행된다. 다만 피해자 합의 등을 통해 처벌 수준이 낮아진다면 징계에서도 이를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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