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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직격 인터뷰 |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의 한국 정치를 향한 고언

중앙일보

입력

“똥볼만 차는 여야에 국민 ‘절망’… 제3당 넘어 스마트한 제4당, 5당 나와야”

“민주당, 10명에게만 돈 봉투 뿌렸다?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
“현역 의원이 코인에 투자? 이해 충돌 넘어 국가공무원법 위반”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당 독과점 구조 탓에 국민에 대한 정치적 서비스 경쟁은 뒷전이 돼버렸다”며 “제3당을 넘어 스마트한 제4~5당이 탄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당 독과점 구조 탓에 국민에 대한 정치적 서비스 경쟁은 뒷전이 돼버렸다”며 “제3당을 넘어 스마트한 제4~5당이 탄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당대표가 모두 사법리스크에 휩싸였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최고위원 등 지도부의 연이은 설화(舌禍)로 국민 지지를 잃어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거대 양당 구도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신당 창당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당 독과점 구조 탓에 국민에 대한 정치적 서비스 경쟁은 뒷전이 돼버렸다”며 “제3당을 넘어 스마트한 제4~5당이 탄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돈 봉투 살포 의혹이 터진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당시 선관위원장을 맡았던 입장에서 민주당 간판을 내려야 할 정도의 중대한 사안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돈을 주고받은 단순 비리가 아니다. 선거와 관련된 사건이다. 선거는 민주주의 핵심이자 본질적 제도다. 돈을 뿌려 매표행위를 하는 건 민주주의 본질을 오염시키고 파괴한 것이다. 그런 정당의 당명에 민주라는 단어가 들어 있다는 게 말이 되나? 민주당을 진심으로 지지하는 분들께서 절망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양향자 의원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주장한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발언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지금 보면 상당한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다. 확증은 없지만. 민주당은 문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성급하게 검수완박 법안 통과를 밀어붙였다. 법안 내용 자체가 졸속부실인 데다 입법 과정도 매우 잘못됐다. ‘꼼수 탈당’까지 동원해 억지로 무리해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킨 것 아닌가?”
검찰 주변에서는 민주당 의원 10명에게 300만원짜리 돈 봉투가 각각 뿌려졌다는 말이 나온다. 더 광범위하게 살포됐을 가능성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다. 상식적으로 볼 때 169명의 의원 중 10명에게만 돈 봉투를 전달했다? 그게 오히려 비상식적이지 않나? 예를 들어 민주당 내에 도저히 매수하기 어려운 20~30명의 의원이 있다고 치자. 이 사람들 빼고 내 편이 20~30명 있다고 치면 나머지가 100명 가까이 되는데, 겨우 10명을 매수하려고 무리수를 뒀다? 사건의 실체가 다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두려울 정도다.”

검수완박 민형배 복당? 추악한 오물 뒤집어 쓴 느낌

 이상민 의원이 4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상민 의원이 4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위장 탈당’ 논란의 당사자인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에 복당했다.
“오죽했으면 민 의원 복당이 결정되고 제 페이스북에 ‘돈 봉투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됐는데 추악한 오물을 뒤집어 쓴 느낌’이라고 적었겠나. 국회법의 핵심은 선진화법이고, 선진화법의 핵심은 안건 조정 제도와 패스트트랙이다. 국회 선진화법의 핵심인 안건 조정 제도를 무력화하고 와해시킨 장본인인 민 의원을 복당시킨 건 매우 잘못된 처사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남국 의원은 ‘60억 코인’ 의혹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국회의원은 고위공직자다. 게다가 선출직이다. 더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필요하다. 고위공직자는 국가공무원법상 별도의 경제적 수익 활동을 할 수 없다. 이해 충돌을 방지해야 할 의무도 있다. 전념을 다해 직무를 수행해야 할 충실의 의무도 지닌 자리다. 국회의원이 공무 수행 중 코인 등에 투자한 건 위법은 물론 도덕적 기준과 윤리 기준 위반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춘 당 차원의 철저한 조사와 조치가 필요하다.”
사법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이 대표가 공천 작업까지 모두 마무리한 뒤 비난 여론을 잠재운다는 명목으로 대표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유력한 시나리오다. 질서 있는 퇴진이라나? 그 얘기 듣고선 퇴진하는 데 무슨 질서가 필요하냐고 한마디 했다. 당장 오늘 그만두면 되지… 의원들에게 공천은 굉장히 예민하고 아픈 구석이다. 대표가 그렇게 한다는데 어쩌겠냐며 그저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 이가 대부분인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을 모를 리 없는 국민들께서 과연 민주당을 어떻게 바라볼지 참으로 걱정이다. 이 부분이야말로 가장 뼈아픈 부분인데도 말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적대적 공존의 악순환 고착화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드러난 의혹이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며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두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드러난 의혹이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며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두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얘기도 해보자. 여당도 지도부의 잇단 말실수에 비상 상황이다.
“집권여당 지도부라는 사람들이 도무지 긴장감이 없다. 까딱 잘못했다간 당이 통째로 망가질 수 있다는 경각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런 실언들을 내뱉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전당대회 때부터 득세한 친윤계가 이준석 전 대표는 물론 나경원, 유승민, 안철수 의원 등을 모두 내치지 않았나? 대통령에게 누구 하나 쓴소리 하는 사람도 없다. 그냥 방만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저쪽에 이재명이 있는 한 충분히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여야 모두 정당 지지율이 답보상태다. 정치에 대한 환멸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실망을 넘어 정치권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서로 질세라 헛발질만 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희망의 등대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도 이 대표나 민주당을 희망의 등불로 삼고 있을 것이다. 서로 똥볼만 차고 있으니까. 국민 눈에는 절망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두 당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양당 독과점 구조 탓에 국민에 대한 일종의 정치적 서비스 경쟁은 뒷전이다. 두 당이 적대적 공존과 공생의 악순환을 고착화하고 있다.”
제3지대 신당 창당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제3당을 넘어 스마트한 제4~5당이 생기길 바라고 있다. 지금 국회 의석이 지나치게 민주당에 몰려 있다. 민심을 떠받들어야 한다. 국민의힘도 의석수를 줄여야 한다. 그래야 서로 힘자랑을 안 한다. 특히 요즘처럼 거대 양당 체계에 대한 반감이 극도로 팽배한 상황에서는 새로운 당이 출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저는 본다.”
분당(分黨)에 이은 신당 창당 가능성도 있나?
“정치 발전 과정에서 분화와 통합은 늘 있던 일이고,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국민과 언론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가 정치인 물갈이 아닌가? 보통 다선 의원을 향해 갈아엎을 필요가 있다고들 하시는데, 저는 개인보다는 정치 세력에 대한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구분 없이 하는 말이다. 그래야 이 세력들이 정신을 차린다. 정치적 서비스와 품질 향상 경쟁, 곧 민심을 얻기 위해 경쟁할 것이란 얘기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이 지났지만,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대통령 본인이 내건 약속을 지키지 않을뿐더러 민심에 역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가 공정과 상식, 둘째는 통합과 협치다. 상식과 공정은 대선 공약이고, 협치와 통합은 당선 확정 이후 내놓은 첫 대국민 메시지였다. 공정까지는 바라지도 않겠다. 국정을 좀 상식적으로 운영했으면 한다. 아울러 통합까지 안 가도 좋다. 협치를 하려면 소통이 우선이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자 의무다.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낮은 이유는 국정 운영 전반이 비상식적이고, 야당과 협치는커녕 불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 만나는 건 선택 아닌 필수”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김건희 여사가 다른 행보를 보인데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다.
“영부인으로서 할 역할이 있고, 캐릭터에 따라 그 역할에도 여러 방식이 있게 마련이다. 다만 김 여사는 대중에 노출될수록 대통령 리더십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 상황을 바꾸려면 두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하나는 국민 앞에서 영부인의 역할에 대해 직접 양해를 구해야 한다. 대선 기간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불가피하게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는 식으로 설득하면 된다. 둘째는 영부인이 공적 기능을 수행하려면 반드시 공조직이 따라야 한다. 김 여사의 일정 등을 공식화하고 기록하는 제2부속실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한·일 간 셔틀외교가 복원됐다.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다.
“도쿄 회담에 이어 기시다 총리 답방에서도 알맹이가 빠졌다. 우선 독도 문제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해서는 전문가 시찰단을 파견하기로 했지만, 과연 검증이 제대로 이뤄질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아울러 일제강점기 강제징용과 관련해 기시다 총리가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는데, 매우 궁색해 보였다. 진심 어린 사과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한·일관계는 단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인 마음속에 응어리진 아픔을 근본적으로 풀어주지 않고서는 개선될 수가 없는 사안이다.”

- 글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 사진 박종근 비주얼에디터 park.jo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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