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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가 침투" 러는 주장했지만...푸틴 공격 나선 뜻밖 세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서부 본토에서 22일(현지시간)부터 교전이 발생한 가운데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 저장돼 있던 핵무기를 철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서부 본토에서 22일 교전이 발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보타주 그룹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부인했다. 러시아 반체제 단체 '러시아 자유 군단'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히며 드론 공격 등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러시아 자유 군단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서부 본토에서 22일 교전이 발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보타주 그룹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부인했다. 러시아 반체제 단체 '러시아 자유 군단'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히며 드론 공격 등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러시아 자유 군단 영상 캡처

우크라 "러 전투지역 핵무기 철수"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프라우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정보국의 안드리 유소프 대변인은 이날 현지 방송 인터뷰에 “러시아 관리들이 긴급하게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주(州)의 그라이보론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핵무기 저장 시설을 급히 철수했다”면서 “이곳에는 러시아 핵탄두의 일부가 저장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빈 군축·비확산센터(VCDNP)의 니콜라이 소콜 선임연구원은 “(이 지역에 전투가 발생해) 핵무기 안전을 위해 철수한 것이라고 99% 이상 확신한다”라면서 핵무기 사용을 위한 이전 가능성에 대해선 “사실상 제로”라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하르키우주와 붙어 있는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주 그라이보론에서 교전이 벌어졌다고 로이터·AFP통신이 보도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이 지역에서 헬리콥터가 저공비행하고 포격이 벌어져 연기가 나는 모습이 담긴 영상과 전차와 장갑차 등이 나타났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현지 텔레그램 채널은 여러 마을에 물과 전력 공급이 중단됐고, 주요 도로를 따라 전투 징후가 보였다고 전했다. 벨로고드주 당국에 따르면 9개 마을 주민들이 대피했으며, 대피 과정에서 노인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이번 사태로 인한 사상자는 사망자 1명에 부상자 12명으로 늘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벌인 군사작전이라고 주장했다.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는 “매우 긴박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군의 사보타주(파괴공작) 그룹이 러시아 영토 그라이보론 지역에 침투했다”며 “러시아군과 국경수비대, 연방보안국(FSB) 보안대가 적을 제거하기 위해 대테러 체제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군은 힘과 수단을 동원해 러시아 영토에서 우크라이나 사보타주 그룹과 정찰단을 몰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번 사건을 (우크라이나가) 바흐무트 함락에 따른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바흐무트로부터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벌였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 자유 군단 "우리 소행, 푸틴 폭정 해방" 

러시아 자유 군단의 온라인 성명. 사진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 트위터 캡처

러시아 자유 군단의 온라인 성명. 사진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 트위터 캡처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이를 부인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이번 사건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상황을 연구 중이지만, 우리는 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반체제 단체 ‘러시아 자유 군단’ 측은 SNS를 통해 이번 공격을 자신들이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를 이끄는 알렉세이 바라노프스키는 CNN에 “이번 작전은 21일 밤에 시작됐고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푸틴의 폭정에서 우리 조국을 해방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인 수백명으로 구성된 러시아 자유 군단은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당국도 이번 공격이 러시아 자유 군단과 러시아 의용군 등 러시아 내 반푸틴 세력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침공 비판한 40대 러시아 차관 급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표트르 쿠체렌코 러시아 과학고등교육부 차관(오른쪽)이 지난 20일 쿠바 출장 후 러시아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갑자기 사망했다. 왼쪽은 쿠체렌코 차관의 아내인 조지아 출신 맹인 팝 가수 다이애나 구르츠카야. 사진 트위터 캡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표트르 쿠체렌코 러시아 과학고등교육부 차관(오른쪽)이 지난 20일 쿠바 출장 후 러시아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갑자기 사망했다. 왼쪽은 쿠체렌코 차관의 아내인 조지아 출신 맹인 팝 가수 다이애나 구르츠카야. 사진 트위터 캡처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했던 표트르 쿠체렌코(46) 러시아 과학·고등교육부 차관이 지난 20일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사망했다고 러시아 독립매체 모스크바타임스가 22일 전했다.

쿠체렌코 차관은 쿠바 출장으로 다녀오던 중 기내에서 몸 상태가 안 좋아져 러시아 남서부 스타보폴 공항에 비상 착륙해 응급 의료진의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유족 측은 그의 사인을 심장 질환으로 추측하면서 24일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의 아내는 조지아 출신 맹인 팝가수 다이애나 구르츠카야다.

쿠체렌코 차관의 오랜 친구로 지난해 망명한 러시아 독립 언론인 로만 슈퍼는 SNS에 “지난해 모국을 떠나기 전 쿠체렌코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는 침공을 반대하며 러시아를 떠나고 싶어 했다”고 밝혔다. 쿠체렌코 차관은 여권을 정부에 압수당해 러시아를 떠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이로써 지난해 2월 전쟁이 시작된 후, 러시아 고위층이 최소 20명 이상 사망했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러시아의 많은 관리와 올리가르히(신흥재벌)들이 불가사의한 상황에서 사망하면서 ‘러시아인 급사 증후군’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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