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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징계시 의정비 안주는 지방의회, 국회는 "돈 다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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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시 시민단체연대회의 등 전북 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이 2020년 4월 28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정읍시의원 제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읍시 시민단체연대회의 등 전북 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이 2020년 4월 28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정읍시의원 제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주시의회, 출석 정지 기간 의정비 절반 지급 

지방의원이 비위로 구속될 때는 물론이고 '출석 정지' 등 징계를 받아도 의정비 지급을 제한하는 조례가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갑질·성추행·음주운전 등으로 출석이 정지되면 회의에 참석할 수 없는데도 정작 의정비는 꼬박꼬박 타가자 "세금 낭비" "유급 휴가"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3일 전북 전주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열린 본회의에서 김동헌 의원이 제안한 '의정활동비 등 지급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다. 전주시의원이 출석 정지 징계를 받으면 해당 기간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 절반만 지급한다는 게 골자다.

전주시의회는 회의장 출입 방해 등 질서 유지 의무를 어겨 출석이 정지되면 3개월간 의정비 전액을 지급하지 않고, 경고·사과 징계 의결 때도 2개월간 의정비 절반을 감액하기로 했다. 지방의원 의정비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으로 구성된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의정 자료 수집과 연구 활동 비용인 의정활동비와 직무 활동 대가인 월정수당을 매월 받는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경흠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이 지난 3월 29일 제414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공개 사과를 하고 있다. 도의회는 이날 강 의원에 대해 공개 사과와 30일 출석 정지 징계를 가결했다. [뉴스1]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경흠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이 지난 3월 29일 제414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공개 사과를 하고 있다. 도의회는 이날 강 의원에 대해 공개 사과와 30일 출석 정지 징계를 가결했다. [뉴스1]

권익위, 의정비 예산 낭비 방지 권고 

이번 조례 개정은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와 243개 광역·기초 지방의회에 권고한 '지방의원 의정비 예산 낭비 방지 방안'에 따른 것이다. 지방의원이 출석 정지 징계 처분을 받거나 구속되면 의정비 지급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당시 권익위는 "민선 7기(2014년 7월~2018년 6월)와 8기(2018년 7월∼2022년 6월) 8년간 전국 지방의원 징계 현황을 조사한 결과 7기에서 60명, 8기에서 2배 넘는 131명이 징계를 받았다"고 밝혔다.

징계 사유는 ▶갑질 행위·성추행 등 성 비위(28명, 14.7%) ▶본인 사업체와 수의계약 등 영리 행위(20명, 10.5%) ▶음주·무면허 운전(16명, 8.4%) 등이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97명(50.8%)이 출석이 정지됐지만, 이들은 해당 기간 의정비 2억7230만원(1명당 평균 28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권익위에 따르면 같은 기간 뇌물·살인교사·강간 등 혐의로 구속된 지방의원 38명이 받은 의정비는 총 6억5228만원(1명당 평균 1716만원)이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의회 의원 의정비 예산 낭비 방지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의회 의원 의정비 예산 낭비 방지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대구시의회, 구속 시 월정수당 중단 

다른 지방의회도 관련 조례 개정에 나서고 있다. 대구시의회는 지난 3월 24일 비위 등으로 구속 기소된 시의원에게 월정수당 지급을 제한하는 '의정활동비 등 지급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존 조례에서는 의정 활동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속 기소 상태일 때 의정활동비 지급은 제한했지만, 월정수당은 별도 규정을 두지 않아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됐다.

서울시도 지난 22일 시의원이 구속됐을 때뿐 아니라 출석 정지 징계를 받아도 의정활동비 지급을 중단하는 조례를 공포했다. 전북도의회도 지난 15일 징계 의원 의정활동비 지급을 제한하는 조례안을 처리했다. 이전에는 구금 상태만 의정비 지급을 제한했으나, 개정안에는 구금과 출석 정지 기간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 지급을 전액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전북도의회는 이달 초 도의원이 2차례 이상 성폭력·성희롱·음주운전 등을 하면 제명까지 할 수 있는 '전북도의회 의원 윤리 및 행동 강령 조례' 개정안도 의결했다. 도의원 징계 종류는 경고, 공개 사과, 출석 정지 등 3가지인데, 의원직을 박탈하는 제명 조치를 추가한 것은 전국 첫 사례로 꼽힌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오은미 의원은 "징계 기준을 세분화하고 강화하면 도의원 청렴도와 비위 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최규 더불어민주당 대전 서구의원이 지난해 12월 16일 대전서구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73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 참석했다. 최 의원은 정례회 기간 중 카타르 월드컵을 직관하고 돌아와 윤리심사위원회에서 '출석 정지 20일' 징계가 의결됐다. [뉴스1]

최규 더불어민주당 대전 서구의원이 지난해 12월 16일 대전서구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73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 참석했다. 최 의원은 정례회 기간 중 카타르 월드컵을 직관하고 돌아와 윤리심사위원회에서 '출석 정지 20일' 징계가 의결됐다. [뉴스1]

"구속된 국회의원 세비 왜 주냐" 지적도 

이와 함께 지난 8일 충북 청주시 청남대에서 열린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도 "지방의회 스스로 비위 의원 의정비 지급 문제를 바로잡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전북도의회 국주영은 의장은 "지방의회 대부분 조례에는 지방의원이 출석 정지 등 징계를 받더라도 의정비 전액을 지급하고, 구속 시 의정활동비는 제한하고 있으나 월정수당은 계속 지급하고 있다"며 "17개 시·도의회가 솔선수범해 의정비 지급 관련 조례를 개정하자"고 했다.

일각에서는 "구속 중인 국회의원 세비를 왜 줘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의원은 비리로 교도소에 수감되더라도 억대 연봉을 받고 보좌진 지원을 받아서다. 수백억원대 이스타항공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대표적이다. 국회의원과 달리 자치단체장과 공무원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면 월 보수 80%까지 삭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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